편지에 따르면 정 씨는 설 연휴기간에 급성중이염에 걸려 고통을 호소했는데도 부대는 항생제 정도만 투여할 뿐 외래진료를 보내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대 측은 정 씨가 중이염을 앓은 채로 입소했고 절차대로 외래진료와 약 처방을 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유족들은 부대가 정 씨의 고통을 ‘꾀병’으로 치부해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보고 있다.
정 씨가 숨진 채 발견되기 10일 전에 작성된 편지가 가족에게 부쳐지지 못한 점도 의문이다. 또 편지 내용이 일찍 공개되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 정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봤다면 당연히 유서 등의 자료를 찾아봐야 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 부대의 해명과 사후 대응이 이런 의문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
만약 유족의 주장대로 부대가 정 씨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인간적인 모멸감을 줘 죽음에 이르게 했다면 이는 작은 문제가 아니다. 훈련병을 대하는 군부대의 낙후된 의식과 열악한 의료복지 시스템을 갈아엎어야 할 문제다. 군대 다녀온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는 ‘군대에서 아프면 무조건 빨간 약을 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물론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됐겠지만 일반 사회보다 군부대의 의료수준이 낮다는 것은 일반적인 인식이다.
정 씨가 만약 입소하지 않고 사회에서 치료를 받았다면 이렇게 죽음에 이르렀을까. 그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 부대 측은 한 점이라도 잘못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정 씨의 죽음을 둘러싸고 있는 의혹들 앞에 진실한 태도로 진실규명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