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술 정치컨설팅 그룹 인뱅크코리아 대표

민주노동당 소속의 이숙정 의원은 지난 1월 27일 판교주민센터 여직원이 자신의 이름을 모른다는 이유로 서류뭉치와 가방을 내던지고 여직원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는 등 폭행을 가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성남시의회 참여마당에 올라온 피해자 이씨의 아버지라고 밝힌 글을 읽어보면 대학을 졸업하고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는 딸이 동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 형태로 근무하고 있던 중, 이숙정 의원이 전화통화에서 자신의 이름을 못 알아들었다는 이유로 직접 동사무소로 찾아와 “야, 이X아. 시의원 이숙정이도 모르느냐”고 호통을 쳤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하이힐을 벗어 피해자 이씨의 얼굴을 때리려고 했고, 분이 안 풀렸는지 핸드백을 들고 얼굴을 치려했으며, 책상 위의 서류뭉치를 얼굴에 던지면서 온갖 입에 담지 못할 쌍욕을 하고 머리채를 휘어잡고는 잘못했다고 빌며 무릎을 꿇으라고 했다고 한다.

이 사건으로 국민적 비판이 거세지자 민주노동당의 공식적 사과가 이어졌고, 이숙정 의원은 결국 스스로 민노당을 탈당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성남시의원들은 지난달 25일 이숙정 의원에 대한 제명징계요구안을 부결시킴으로 이숙정 의원 구하기를 성공시켰다.

성남시의회는 이날 열린 윤리특별위원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제명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며 반대해 이숙정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무산됐다. 이에 반발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에 제명징계요구안을 상정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로 결국 부결된 것이다. 의원을 제명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34명 중 3분의 2(23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이날 이숙정 의원 제명징계요구안 투표에서 20명만이 찬성해 무산된 것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이숙정 의원을 뺀 33명이 참석해 진행된 제명결의안 표결은 찬성 20명, 반대 7명, 기권 6명이었다. 한나라당 의원 18명은 전원이 찬성했으며, 민주당 의원 15명은 겨우 2명만이 찬성했다. 결국 이숙정 의원을 구제한 주역이 민주당 의원들이 된 셈이다.

민노당 조차도 당 대표 명의로 대(對)국민사과를 했고, 이 의원을 경기도당 당기(黨紀)위원회에 제소하는 등 내친 이 의원을 민주당이 자발적으로 구제하고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이번 4.27 재․보선과 내년 총선 및 대선을 앞두고 본격화될 야권연대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필자도 궁금하다. 민주당은 무슨 이유로 이숙정 의원을 구제하고 나선 것인지 말이다. 그동안 서민 서민하고 외쳐대는 민주당이 무슨 이유로 이숙정 의원 구하기를 자청했단 말인가! 그렇게 얻은 야권 연대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것이라고 자칫 동상이몽(同床異夢)의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말이다.

지금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물론이고 성남시의회 자유게시판에는 “이숙정 의원 제명을 반대한 의원들의 명단을 당장 공개하라”는 비난이 넘쳐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성남시의회는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해 “조례에 따라 윤리특별위원회 회의록은 공개할 수 없으며 반대, 기권표를 던진 의원의 이름도 밝힐 수 없다”고 해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신 차려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민심조차 모르는 야당이 무슨 제1야당으로서 자격이 있겠는가 말이다. 만일 이렇게 해서 야권연대를 얻는다 한들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는 비관적이다. 이렇게 얻은 야권연대라 한다면 필자조차도 민주당을 지지 할 수 없다.

지금 국민들 대다수는 물가대란, 전세대란, 구제역대란 속에 시름시름 앓아가고 있다. 이숙정 의원 구할 시간이 있다면 이 세 가지 대란에 대해 제1야당으로서 대안부터 찾으란 말이다. 그게 제1야당으로서 해야 할 일이다. 야권연대는 그 이후에 고민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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