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초빙교수

대만 사범대학생의 질문은 날카로웠으며 한국의 대학교수들의 답변도 질문의 핵심을 정확히 찔렀다. 한국프로야구와 K리그의 인기차이 원인에 대해 그렇게 명쾌한 해석을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지난달 25일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7회 서울 국제 스포츠산업 포럼에서였다. 국제학술포럼이었지만 국내 대표적인 프로스포츠인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의 인기차이를 잘 분석했던 자리였다.

이날 ‘글로벌 스포츠 산업 소비 성향 및 현황’을 주제로 오전과 오후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의 국내외 스포츠 학자들이 심포지엄을 가졌다.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시간에서 사회자인 한양대 김종 스포츠 산업학과 교수가 여러 발제자 및 질문자들과 1시간여 토론을 한 뒤 “본 주제와 관계없는 것이라도 괜찮다. 마지막 질문 하나를 더 받겠다”고 말하자 대만 사범대의 한 대학생이 손을 번쩍 들었다.

“박지성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축구는 세계적인 수준을 갖추고 있는데 반해 국내 프로축구인 K리그는 왜 팬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가? 그리고 프로야구는 K리그보다 월등히 인기가 좋다고 하는데 왜 그런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한국의 축구와 프로야구의 상황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정보와 이해를 토대로 한 질문내용이었다. 동아시아에서 세계스포츠의 강국으로 자리 잡은 한국스포츠의 현실을 꿰뚫고 있다는 점에서 그 학생의 자세에 새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한국 교수들의 답변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분석적이었다. 이날 ‘한국 스포츠 소비자의 세분집단에 따른 소비형태’라는 주제를 갖고 첫 번째 발표를 했던 한국체육대학교 김수잔 교수가 먼저 답변을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한 뒤 프로축구가 일시적으로 반짝 인기를 끈 적은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프로야구에 비해서 인기가 뒤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박지성 등 유명 선수들이 유럽 빅리그로 많이 진출한 것이 프로축구가 팬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토론을 이끌던 김종 한양대 교수는 김수잔 교수의 설명에 덧붙여 간결한 대답을 추가적으로 내놓았다. “프로야구와 K리그의 인기 차이는 시스템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축구는 대표경기에서 한 골만 넣더라도 벌써 유럽 빅리그 진출을 노리는 등 선수 중심의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데 반해 프로야구는 선수들보다 프로야구 전체를 겨냥하는 체제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

그동안 국내서는 프로야구와 K리그의 인기차이의 원인에 대해 여러 해석과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필자가 기억하기에 이처럼 간결, 명료하게 설명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특히 선수를 둘러싼 시스템 관리의 차이가 국내의 대표적인 종목인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간에 큰 간격을 벌려놓았다고 분석한 것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스포츠가 점차 글로벌화 되면서 많은 한국축구 선수들이 해외에 진출해 세계화가 급속히 이루어지는데 반해 정작 선수들의 젖줄 역할을 하는 프로축구는 볼거리를 제공하지 못해 팬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박지성, 이청용, 기성용 등 ‘빅 3’을 비롯해 최근 가장 많은 선수들이 유럽무대에서 뛰고 있으나 국내 프로축구는 고만고만한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지키고 있는 게 현주소다. 또 국제축구연맹(FIFA)이 대표팀 경기에 선수들의 차출을 적극 요구하는 것도 국내 프로축구의 재미를 떨어뜨리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에 반해 프로야구는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서 미국, 일본 등과 겨뤄 결코 손색없는 실력을 갖추고 있는 데다 해외로의 선수유출이 적고 FIFA와 같은 세계기구가 대표팀의 경기를 적극 요구하지 않아 국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유리한 환경을 갖고 있다. 이러한 환경적인 차이가 프로야구와 K리그의 시스템의 차이를 낳게 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컨설팅 업체 네모파트너스의 조사결과 지난 2009년 시즌 프로야구는 프로축구보다 평균관중수와 관중수입에서 큰 격차를 보였다. 프로축구는 무료관중이 많은 관계로 42억 원인 프로야구의 관중 평균수입보다 8배 이상이나 차이가 난 5억 원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는 프로야구가 역대 한 시즌 최다관중을 기록하는 동안 축구는 TV 중계조차 쉽게 볼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을 맞기도 했다.

현재의 시스템이 계속 된다면 프로야구와 K리그의 인기차이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프로축구가 프로야구처럼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시스템의 개혁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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