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어도 남는 병상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목숨을 잃어가는 비극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16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후베이성 영화제작소 대외연락부 주임인 창카이(55)와 그의 부모, 누나 등 4명이 코로나19로 잇따라 숨졌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창카이의 부인도 감염돼 중환자실에 있다.
그의 대학 동창에 따르면 창카이 부부는 부모와 함께 살았다. 그는 춘제(중국의 설) 전날인 지난달 24일 부모와 함께 집에서 식사를 했다.
이튿날 창카이의 아버지는 발열과 기침, 호흡 곤란 등 코로나19 증세를 보여 병원에 갔으나 병상이 없어 입원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 창카이와 누나가 그를 간호했다. 그러나 사흘 후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지난 2일에는 창카이의 어머니도 코로나19로 숨졌다.
부모님을 간호하던 창카이와 그의 누나도 지난 14일 코로나19로 사망했다.
17일 만에 가족 4명이 코로나19로 연달아 목숨을 잃은 것이다.
창카이는 죽기 전 유서를 남겨 자신과 가족이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한 데 대한 한을 토로했다.
그는 “아버지를 모시고 여러 병원에 갔지만 하나같이 병상이 없어 환자를 못 받는다고 했다”며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병상을 구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창카이는 “양친의 병간호를 한 지 며칠 만에 바이러스는 무정하게도 나와 아내의 몸을 삼켰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애걸했지만, 병상을 구할 수 없었고 병은 치료 시기를 놓쳐 손 쓸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전했다.
창카이의 대학 동창은 창카이 가족의 죽음을 알리며 “이런 비극을 알리고 책임을 묻고 싶다. 도대체 누구의 잘못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는 비단 창카이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달 23일 우한의 도시 봉쇄 조치 이래 병상이 심각하게 부족해 많은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고도 입원을 할 수 없어 집에서 병이 낫기만을 기다리다가 가족이 전염되는 사례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일가족이 전염되면서 코로나19는 지역 사회 바이러스가 번져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차이신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초기에 당국이 의심 환자 관리에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보건당국의 정책이 위기에 처한 타조가 모래 속에 머리를 박는 식이라고 칭하면서 이 때문에 많은 문제가 생겼다고 비판했다.
차이신은 현장 취재 결과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해 경증 환자가 중증으로 악화하고 결국 사망하거나 심지어 가족 가운데 여러 명이 숨지는 일이 1∼2건이 아니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