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북한이 정부 다운사이징을 선언한 것은 지난해 9월 김정은 위원장이 백두산에 올랐을 때였다. 물론 공식 언론을 통해 보도한 적은 없다. 그러나 이미 북한의 내각과 당중앙 고위간부 3명 중 1명은 지방으로 내려가 장마당 경제로 먹고 살라고 김정은 위원장이 지시한 시기는 이미 8월이었다. 북한 역사상 정세가 긴장 할 때마다 ‘미운사람’들을 지방으로 부분 소개한 적은 있어도 이렇게 공식 정부 다운사이징을 선언한 적은 없다.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로 북한 경제가 벼랑 끝에 섰다는 반증이다. 더 이상 식량배급도, 급여도 줄 수 없으니 자기 지역 지방으로 내려가 어느 정도 안착 단계에 들어간 장마당경제에 기생해 생존하라는 일종의 북한판 ‘긴급조치’다.

이와 같은 혁명적 조치에 가장 조급한 간부들은 누구일까? 당연히 경제부분 간부들이다. 경제부분 간부들은 제일 고되게 일하면서 대접을 못 받는 것이 북한이다. 마침 북한 노동당기관지 노동신문도 경제부문 간부들을 거세차게 몰아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14일 “계획을 미달한 단위의 일꾼들은 자신들의 사상관점과 일본새를 심각히 분석총화하고 분발해나서야 한다”며 순천인비료공장 건설 현장을 다그쳤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3면 ‘적시적인 대책과 완강한 실천이 중요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위대한 정면돌파전 사상이 제시된 올해에 순천린비료공장건설이 가지는 의의와 중요성은 대단히 크다”며 특히 설비 제작과 자재보장 부문에서 실적 가속을 주문했다. 2017년 착공이 시작된 순천인비료공장에서 현재 심각한 설비와 자제 부족 문제를 겪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당에서 정한 순천 인비료공장 완공의 그날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며 공장 건설이 마무리 단계임에 돌입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공장건설이 얼마나 빨리 추진되는가 하는 것은 필요한 설비, 자재들을 어떻게 보장하는가 하는데 달려있다”며 연관 단위들에 생산 가속을 독려했다. 신문은 설비조립연합기업소 등이 비료공장 건설에 필요한 세멘트와 목재 등 설비 및 자제 할당량을 기일내 채웠음을 강조하면서 “그러나 일부 단위들에서는 공장건설에 필요한 설비, 자재들을 원만히 보장하지 못하는 편향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건설자대중의 앙양된 열의를 떨어뜨리고 공장건설을 힘있게 추진하는데서 걸림돌로 되였다”고 비판하면서 설비와 자재보장 단위 일꾼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신문은 “오늘 우리 당은 일꾼들이 객관적 조건에 순응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배하는 과학적이며 주동적인 작전과 지휘로 당정책 관철의 진격로를 앞장에서 열어 나갈 것을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올해 첫 경제 시찰지였던 순천인비료공장은 이후 김재룡 내각총리(1월 21일),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2월 3일) 최룡해 국무위 제1부위원장(2월 5일) 등 북한 권력서열순위 3인방이 잇따라 순차방문하며 북미 교착 장기화 국면에서 해당 공장이 갖는 중요성을 상기시킨 바 있다. 그러나 설사 순천인비료공장이 준공식을 본다고 해도 정상가동까지는 까마득하다. 인비료 시설은 복잡한 내부시설이 필수지만 현재 그것을 외부로부터 수입해볼 길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는 것이 그 원인이다. 어찌 보면 김정은의 정부 다운사이징은 북한 관료사회의 비대성을 놓고 볼 때 적절한 조치일지도 모른다. 또 그래야만 했었다. 하지만 이미 시기를 놓쳤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그러나 평양의 고위간부들을 갑자기 지방으로 내려 보내면 그 후환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놀고먹는데 익숙해진 고위간부들은 장마당에 나타나 겨우 뿌리를 내리고 있는 장마당경제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수 있다. 그러면 중앙도 지방도 모두 함께 고사하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지 정말 우려가 크다. 다운사이징에 앞서 노동당의 이념과 사상을 먼저 손보는 것이 순서라고 충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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