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기술경영학 박사

 

MS설립자인 빌게이츠는 “정보당국은 핵무기가 수백만 명을 죽일 수 있다는 심각성을 말하지만, 테러리스트가 바이러스를 활용한다면 수억명도 죽일 수 있다. 인공전염 바이러스를 만드는 기술은 과거 국가 차원에서 다루어졌으나, 이제는 일반 생물학자도 다룰 수 있을 만큼 대중화되고 있어, 전염병 확산의 가능성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2017년 2월 ‘뮌헨 안보컨퍼런스’에서 IT업계의 리더가 언급한 말로, 핵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바이오 테러 공격에 충분히 대비하지 않고 있는 각 국의 주요 지도자들에게 강한 경고성 메시지를 준 것이었다. 정확히 3년 후인 지금, 세계 각 국은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전염병에 엄청난 몸살을 앓고 있으며, 다시 한번 이 IT거목의 말을 되새기고 있다.

라틴어로 ‘독’을 의미하는 비루스 혹은 바이러스(virus)는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선상에 있는 존재이다. 생물의 정의에는 자가증식, 신진대사, 진화능력 등을 갖추어야 하는데, 바이러스는 오직 진화능력만을 가지고 있어, 생물이라, 혹은 무생물이라고 정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핵산(DNA혹은 RNA)과 단백질로 구성돼 있으며, 30~200나노미터 크기로 세균보다 훨씬 작아서, 세균을 걸러내는 세균여과기를 통과한다. 핵, 세포막을 비롯해, 세포 소기관이 없으며, 전형적인 세포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 않아 독립적 생존이 불가하므로 ‘숙주’(매개)인 생물체 내에 들어가 생식을 한다. 즉 숙주세포(숙주생물체가 인간일 경우, 인간의 정상적 세포)내에서 효소를 이용해 물질대사와 증식을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바이러스는 우리가 흔히 ‘세균’이라 부르는 ‘박테리아’가 핵과 여러 작은 기관을 갖추고, 체세포가 분열하듯이 핵을 증식시키고 분리시켜 번식하는 것과 달리,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지 못하므로 숙주세포에 의지해, 그 세포의 유전물질을 이용해 번식하고 생장하며,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 구성 유전체인 DNA나 RNA에서 유전현상이 나타나 돌연변이가 생기며, 변종을 유발시킨다. 즉 정상적 세포를 변형시켜, 세포활동을 방해함으로써, 폐렴, 고열 등 질병을 유발시키기 때문에 바이러스 전염병이 무섭다고 하는 것이다.

특히 RNA바이러스가 DNA바이러스보다 훨씬 더 위험한데, 전염성을 가지고, 인체에 해를 끼친 기존의 에볼라(Ebola), 사스(SARS), 메르스(MERS)전염병과 이번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모두 RNA바이러스에 속한다. DNA가 이중나선구조로 되어 있어, 복제가 어려운 반면, RNA는 단일나선 구조이기 때문에 복제는 물론 돌연변이가 DNA보다 훨씬 쉽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년 예방주사를 맞고 있는 독감도 RNA바이러스인데, 기존 바이러스 유발 독감에 대응하는 백신을 만든다 해도, 돌연변이를 통해 이를 무력화시키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예방하는 차원에서 새로운 과정이 첨가된 백신을 매년 맞는 것이지, 예방주사가 독감을 100% 걸리지 않게 보장하지 않는 것도 바로 이 RNA바이러스의 강력한 변형성때문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감염확진자를 일반인으로부터 격리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바이러스 감염이 감염자의 기침, 콧물, 가래와 같은 호흡분비물, 소화분비물, 혈액 및 상처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숙주의 몸 밖으로 배출돼, 감염자와의 접촉이 있을 때, 그로부터 배출된 바이러스가 직접 타인에게 인입돼 일어나기 때문이다.

국내 한 대학생이 오픈소스 기반으로 제작한, 감염자의 확진 판정전 이동경로가 기록된 ‘코로나맵’이 등장해 화제를 몰고 있다. 2015년 ‘메르스’사태 발생시 제작됐던 ‘메르스맵’과 같은 목적으로, 감염가능성이 있는 장소로의 접근을 최소화하고, 주의시켜 감염확산을 막겠다는 공의(共義)적 시도로, 모바일 대중화 시대인 작금에 큰 도움이 됐을 것으로 생각된다. 질병관리본부에서 행하는 감염자 역학조사의 경우에도, 감염자 본인의 기억과 함께, 그가 사용한 모바일과 연동 기지국을 역추적해 세부적인 이동경로 확인이 가능하다. 모바일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핸드오버, 로밍 등 기지국과의 교신을 통한 인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용자의 체온, 땀 등을 분석해 질병 감염여부를 확인하거나, 특정 물질이 첨가돼 임시로 전염을 확산 방지시키는 휴대폰 등장 등 미래의 IT기술이 멀지 않아 질병 관리에 이용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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