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국민 모두가 날 사랑한다”… 퇴진 거부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국제사회가 리비아 사태의 해결을 위해 군사적 개입 등을 검토하고 반정부 시민군이 리비아의 80% 이상을 장악하는 등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에 대한 국내외 압박 공세가 연일 거세지고 있다.

미국은 리비아 사태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자 카다피에 대해 직접적인 퇴진 압박 외에 군사개입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전방위 압박에 들어갔다.

백악관은 지난달 28일 리비아 사태 해결 방안의 하나는 카다피가 해외망명을 택하는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아울러 미국은 해군 군함과 공군 전력을 유사시에 대비해 리비아 인근으로 좀 더 가까이 이동시키고 있는 것을 전해졌다.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날 열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UN인권이사회에서 “미 군병력의 이동배치가 군사적 대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인도주의적 임무수행에 대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명분은 난민구호 지원이지만 유사시 군사 개입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미국 언론들의 분석이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피용 총리도 리비아에 대한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내비췄다.

피용 총리는 지난달 28일 RTL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카다피가 스스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깨우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모든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며 “프랑스 정부는 군사적인 해결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은 리비아 전역을 비행금지 구역으로 설정해 제공권을 빼앗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다피 정권이 비행금지구역에 전투기를 띄울 경우 미 공군 등이 나서 이를 격추시킬 수 있는 만큼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군사적 대안의 하나이다.

카다피가 전투기로 반정부 시위대를 공격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이 조치는 유엔 안전보장의 승인을 얻어야 실행될 수 있다.

유럽연합(EU)도 리비아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안이 채택된 지 이틀만인 이날 카다피 일가와 측근 인사에 대한 비자발급 중단 및 자산 동결 조치를 결정, 카다피 세력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

이런 가운데 리비아 반군은 현재 리비아 수도인 트리폴리 함락만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최후의 보루인 트리폴리를 사수하려는 카다피 친위군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앞으로도 유혈 충돌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카다피가 전투기를 동원해 반정부군이 장악한 제2의 도시 벵가지 인근 지역에 위치한 무기고를 폭격해 전세를 뒤집으려 했지만 오히려 카다피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만 고조시켰다.

이날 시위대는 트리폴리 중심가에서 카다피를 하루빨리 몰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카다피는 미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국민은 나를 사랑한다”며 “스스로 물러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리비아에서 시위는 없었고, 알 카에다로부터 마약을 받은 젊은이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것뿐”이라며 반정부세력을 폄하했다.

미 국무부는 리비아 국민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인터뷰와 관련 “카다피는 자신의 텐트에서 나와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봐야 할 것”이라고 짤막한 논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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