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상’ 받는 봉준호 감독[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봉준호 감독이 9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작품상을 받으며 환호하고 있다.
‘작품상’ 받는 봉준호 감독[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봉준호 감독이 9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작품상을 받으며 환호하고 있다.

미 불평등 통계 통해 기생충 미국 반향 분석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주로 다루는 주제는 바로 빈부격차다. 이에 대해 미국의 한 유력 매체가 미국에서 이 영화가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불평등이 미국이 한국보다 더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연합뉴스 등은 ‘기생충은 한국의 불평등을 악몽처럼 그린다. 미국에서의 현실은 훨씬 더 나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여기 미국에서의 불평등은 봉 감독의 한국보다 훨씬, 훨씬 더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와 거기에 담긴 메시지는 미국 관객에게 강한 울림이 됐다‘며 ”지난주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은 이 영화의 미국 내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신문이 한미 불평등을 대조하기 위해 인용한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WID)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최상위 1%가 나라 전체 부(富)의 25%를 소유하게 되지만, 하위 50%가 소유한 재산은 2%도 안 된다.

보다 쉬운 이해를 위해 예를 들자면, 한국 인구가 100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가장 부유한 1명은 파이 100조각 중 25조각을 가져가게 되고 하위 50명은 2조각을 겨우 차지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 최고 부자 1명이 가져가는 파이가 39조각으로 한국 최상위 부자보다 더 많이 차지할 수 있다. 특히 하위 50명의 미국인은 단 한 조각의 파이도 나눠 갖지 못하고 오히려 파이를 빚진 상태다.

소득 면에서도 한국과 미국 간 상위 1% 소득 격차가 상당했다. 한국 상위 1%가 전체 국민소득의 12%의 소득을 버는 반면, 미국인 상위 1%는 국민소득의 20% 이상 수입을 차지하게 된다.

WP는 한국의 경우 하위 50%가 재산을 일부라도 보유했지만, 미국에서는 같은 계층이 말 그대로 땡전 한 푼 없이 순자산이 ‘마이너스’를 향해 계속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불평등이 커지는 상황은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라 부유층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도록 규칙을 직접 쓰고 있다는 견해를 WP가 제시했다.

이뿐 아니라 두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저조한 실업률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2∼3%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매년 보인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한국은 노동자 계층을 위한 지원책과 보편적 보건의료를 더 많이 제공해 상·하위 계층 소득 간의 큰 차이를 만들어냈다고 신문은 전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에 없는 ▲3살 미만 아이에 대한 육아 보조금 ▲40주의 육아휴직 ▲보편적 유아교육 등이 있다.

아울러 WP는 한국이 미국보다 법인세를 더 많이 거두며, 상속세와 증여세로 얻는 세입의 GDP 비중이 미국의 4배라고 설명했다.

WP는 이에 대해 “이런 세입은 올바르게 쓰인다면 불평등을 바로잡는 데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미국도 비슷한 수준의 세금을 거둔다면 부의 재분배 수준이 한국과 비슷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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