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찾은 알렉스 웡. 알렉스 웡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가 10일 오전 한미워킹그룹 회의를 위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한미워킹그룹 회의는 한국과 미국 정부가 비핵화와 남북관계, 대북제재 관련 사안을 조율하는 협의체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 2020.2.10
외교부 찾은 알렉스 웡. 알렉스 웡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가 10일 오전 한미워킹그룹 회의를 위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한미워킹그룹 회의는 한국과 미국 정부가 비핵화와 남북관계, 대북제재 관련 사안을 조율하는 협의체다. (출처: 연합뉴스) 

미국 내 대북 업무 공백에 대한 우려 커져

對美협상 주도 램버트 이어 웡도 자리 옮겨

전문가 “미국, 대선까지 현 상황 관리 수준”

남북협력 차질 불가피 지적엔 “시점만 문제”

“얻을 것 없는 北, 실제 도발하기 쉽지 않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핵심 인사들이 잇따라 교체되면서 미국 내 대북 업무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대선 국면과 맞물려 북미 대화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우리 정부가 역점적으로 내세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협력 사업에도 영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백악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앨릭스 웡 미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 겸 북한 담당 부차관보를 유엔 특별정무 차석대사로 승진 지명했다.

앞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국무부 부장관으로 승진한 데 이어, 마크 램버트 대북 특사가 유엔 ‘다자간 연대’ 특사로 임명돼 이동한 뒤 또 한 번의 대북 라인이 교체된 셈이다.

물론 유엔 특별정무 차석대사는 대사급 직책으로 상원 인준이 필요한 자리지만, 한국 방문 기간 중 ‘깜짝 인사’가 단행된 것이어서 의외라는 평가다.

당시 웡 부대표는 우리 측 이동렬 외교부 평화 외교기획단장과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워킹그룹 회의를 갖고 북한 개별관광과 철도·도로 연결, 비무장지대(DMZ) 평화지대화 등 남북협력 사업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으며, 다음 날에는 북핵 차석대표 협의를 갖는 등 한미 간 논의에 본격 시동이 걸린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웡 부대표는 대북 협상과 관련한 실무를 총괄하면서 비건 국무 부장관 승진 후 사실상 새로운 ‘키맨’으로 부상했던 인물이다.

이 같은 우려섞인 전망에 김동엽 경남대학교 극동대학교 교수는 14일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맞는 얘기이긴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그쪽에 힘을 쏟을 상황이 아니다”며 “대선 전까지 대북 문제를 관리하는 수준으로 가려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미국은 북한과 뭔가를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나아가 오히려 현상 유지를 위해서는 윙 부대표나 이런 사람들을 대북제제 문제를 다룰 유엔 쪽으로 배치하는 게 더 낫다”고 강조했다.

박인휘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도 “미국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외교적 해법 차원에선 현 상황을 바꿀 의사는 없어 보이고 크게 관심도 없다”면서 “‘만일 북한이 군사적인 도발을 한다면 난처해질 수 있다’는 등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대선을 치르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 백악관) ⓒ천지일보 2020.1.1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 백악관) ⓒ천지일보 2020.1.18

미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우선 순위에서 북한 문제가 확연히 밀려나고 있는 듯한 상황과도 연관돼 있어 보인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문제에서 거리를 두는 모습이 역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4일 국정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한마디도 거론하지 않았는데, 취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미국 언론은 최근 백악관 참모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 전까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원치 않는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지난 11일 북미 정상회담에 관련해 “두 지도자 간에 또 다른 정상회담이 적절한지 봐야 한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광규 매봉통일연구소 소장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양국 간 일정 정도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데 북한이 변화된 입장을 취하지 않는 이상 아쉬울 게 없는 미국도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일정상으로도 북한과 협상하면서 북한 얘기 들어주고 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무엇보다 남북 경협을 통해 북미, 남북 대화 재개를 이끌어 내고자 공을 들였던 정부의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다. 대북 업무 공백이 생기면 대북 제제 완화 문제 등 한미 간 논의가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한미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북한 개별관광 등 남북협력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박 교수는 “결국 정부가 개별관광은 추진할 것 같다. 다만 코로나 등 시점이 문제될 뿐”이라면서 “북한도 관광산업을 육성하고 있고 매력적인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호응해 올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기류 변화에 북한이 내놓을 반응도 주목된다. 일각에선 대미 협상력을 높이고,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북한이 미사일 엔진 실험 등 새로운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도발 수준과 관련해선 박 교수는 “북한이 4월 총선과 동경올림픽을 앞두고 뭔가를 얻어내려고 미사일 실험 등을 할 수 있지만, 판들 크게 흔드는 수준은 아닌 그런 정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남 교수는 “북한의 도발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미 대선 전략상 강한 대응이라는 명분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북한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실제 북한이 도발을 하더라도 북한이 원하는 걸 얻을 수 없는데 도발하기 쉽지 않다. 북한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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