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20.2.1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20.2.14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서 관련 문제 논의 후 결론

이해식 “일개 교수 상대로 고발까지 갈 필요 없어”

보수 야당 포함한 진보진영서도 비판 목소리 나와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14일 민주당에 대해 비판적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와 이를 게재한 경향신문에 대한 검찰 고발을 취하했지만 후폭풍이 가라 앉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이날 별도 공지를 통해 “임 교수와 경향신문에 대한 고발을 취하한다”며 “임 교수는 특정 정치인의 싱크탱크 출신으로, 경향신문에 게재한 칼럼이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고발을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우리의 고발조치가 과도했음을 인정하고, 이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은 이 과정에서도 애초 임 교수가 안철수 전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실행위원 출신이라고 명시한 공지문을 발송했다가 이를 정정하기도 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다.

이해식 대변인은 “임 교수에게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판단했고, 정치적 목적의 칼럼 게재는 분명히 항의해야 한다고 판단해 고발하게 된 것”이라며 “그럼에도 고발이라는 조치는 과한 것이고, 공당이 일개 교수를 상대로 고발까지 갈 필요가 있겠느냐는 지도부 공감이 있어 취하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고발에 따른 후폭풍은 고려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엔 “그다지 면밀히 검토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임 교수가 진보 지식인인 양하면서 정치적 목적을 갖고 칼럼을 게재하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공감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거듭 “안 전 의원 자문단 실행위원이기 때문에 그런 칼럼을 쓴 것 아니냐는 합리적 결론을 도출한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고발까지 가는 것은 과하지 않느냐는 내부 평가를 취합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남부지검 패스트트랙 수사 결과 관련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천지일보 2020.1.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 ⓒ천지일보DB

민주당의 고발에 대해 이낙연 전 총리를 비롯한 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이 전 총리도 나서서 “바람직하지 않다. 당이 즉시 고발을 취소하기를 요청한다”고 압박했다.

이번 총선에서 TK(대구·경북)를 담당할 김부겸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 경북에서 선거를 치르는 저를 포함한 우리 당 예비후보들, 한 번 도와 달라”며 “젊은 중도층이 고개를 저으면 방법이 없다. 지금 이 건은 누가 뭐라 해도 중도층의 이반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며 고발 취소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우리는 증오에 가득 찬 독설이라도 다양성 차원에서 용인하는 게 성숙한 민주주의라는 신념으로 싸워온 정당"이라며 "오랜 독재시대를 거쳐온 대한민국 국민은, 권력이 겸허와 관용의 미덕을 잃는 순간 금세 알아채고 노여워 한다"고도 했다.

정성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만은 위대한 제국과 영웅도 파괴했다”며 “항상 겸손한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가치의 상대성을 인정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의락 의원도 “오만이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다. 민주당 이야기”라며 “어쩌다 이렇게 임 교수의 작은 핀잔도 못 견디고 듣기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민심은 민주당을 자유한국당과 비교하지 않는다. 민주당에 온전하고 겸손하기를 원한다”면서 “이를 알아채지 못하는 민주당 지도부가 안타깝다. 더구나 스스로 검찰을 하늘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1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14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도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지 못한 것을 질책하는 부분 등은 우리가 깊이 반성해야 할 일인데, 선거법적 차원에서만 생각해 검찰에 판단을 맡긴 것은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또한 정의당과 대안신당 등은 민주당에 고발 취소를 촉구했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한 권경애 변호사도 “나도 고발하라”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보수 야당뿐 아니라 시민사회 단체를 중심으로도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여전히 거세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여론의 역풍이 가라앉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특히 정의당과 대안신당,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한 권경애 변호사 등 진보진영에서도 민주당을 비판하고 있어 총선을 앞두고 악재를 맞은 셈이다.

또한 보수 야권도 비판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름에만 민주가 들어있지, 행태는 반민주적 민주당”이라며 “파문이 커지고 비판여론이 일자 고발을 취소하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고 비난했다.

새로운보수당 김웅 법치바로세우기특별위원장도 “이 정도의 칼럼을 두고 특정 정당을 반대하는 내용으로 투표 참여를 권유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해석”이라며 “이 정도 의견도 표현하지 못하면 그게 무슨 민주주의냐”고 지적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4.15 총선에서 종로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앞에서 출근 인사를 하고 있다. (제공: 이낙연 캠프) ⓒ천지일보 2020.2.1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4.15 총선에서 종로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앞에서 출근 인사를 하고 있다. (제공: 이낙연 캠프) ⓒ천지일보 202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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