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수 굿즈로 방을 장식한 모습 (독자 제공) ⓒ천지일보 2020.2.13
펭수 굿즈로 방을 장식한 모습 (독자 제공) ⓒ천지일보 2020.2.13

 

거대한 펭귄 ‘펭수’가 건네는 더 큰 위로

펭수는 펭수다… 광고계 휩쓴 펭수의 매력

이유 있는 펭수 신드롬에 관련 굿즈 품귀 현상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펭수를 좋아하는 데 이유가 있나요? 그냥 좋은 거죠. 펭수가 말했어요. ‘이유는 없어 그냥 해!’ 저는 말하죠. ‘이유는 없어. 그냥 좋아!’라고요.”

직장인 J씨에게 펭수는 그냥 펭수일 뿐이다. 좋아하는 이유를 꼽을 수 없을 만큼 자이언트 펭귄 ‘펭수’가 매력적이라는 뜻이다. 펭수가 너무 좋아 방도 펭수로 꾸몄다. 회사 책상 위에도 펭수 굿즈가 아기자기하게 놓여있다고 한다. 힘들 때마다 한 번씩 쳐다보면서 위안을 받는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키 210㎝, 몸무게 103㎏의 범상치 않은 몸매의 소유자(?). 남극에서 스위스를 경유해 요들송을 배우고, 스위스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헤엄쳐 올 정도로 엄청난 체력을 자랑하는 자이언트 펭귄. 거대한 몸집에 사백안(四白眼)이라는 보기 드문 눈 모양을 가진 10살 펭귄 ‘펭수’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남다른 덩치로 남극에서 조금은 외로웠던 친구. 한국에 유명한 펭귄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나 홀로 ‘한국행’을 감행한 배짱 좋은 펭귄. EBS 연습생으로서 ‘자이언트 펭TV’에 출연하며 우주 대스타를 꿈꾸는 펭수. BTS를 뛰어넘겠다는 당찬 포부는 어느새 현실이 되고 있다. 여기 그 어렵다는 ‘귀엽게 당돌하기’를 해낸 펭수의 매력 속으로 들어가 보자.

 

다산북스에서 펴낸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 내용 중 일부. 마음의 위안을 주는 펭수 어록이 수록돼 있다. ⓒ천지일보 2020.2.13
다산북스에서 펴낸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 내용 중 일부. 마음의 위안을 주는 펭수 어록이 수록돼 있다. ⓒ천지일보 2020.2.13

펭수 가라사대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여기에 센스까지 장착한 펭수의 매력은 남녀노소를 불문한다. 펭수(영상)를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팔색조 매력을 뿜어내는 펭수. 그중에서도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그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녹인다. 감히 ‘힐링 어록’이라 부르고 싶은 펭수 어록은 사람들의 마음에 위안을 준다.

뒤늦게 펭수의 매력에 빠져 오로지 펭수 영상을 보기 위해 유튜브에 가입했다는 직장인 B씨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뷰브를 통해 원하는 영상을 찾아본다고 했을 때도 별다른 관심이 없었는데, 펭수 영상을 한 번 접한 뒤로 구독까지 하게 됐다”며 때 아닌 유튜브 입성기를 들려줬다.

이어 B씨는 “지치고 힘들었던 제게 유일하게 웃음을 주는 존재”라며 “펭수에게 받은 위로가 힘이 되고 있다. 펭수에게 받은 긍정의 힘을 다른 이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어 펭수 전도사가 됐다”고 전했다. B씨 외에도 많은 이들이 펭수에게 위로를 받고 있다고 전한다. 블로그나 카페, SNS 등을 통해 펭수 어록이 많이 올라오고 있는 데서도 그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많은 펭수 어록 중 몇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부정적인 사람들이 있군요! 그럼 그 사람들이 문제예요. 부정적인 사람들은 도움이 안 돼요. 긍정적인 에너지로 긍정적인 사람들과 얘기하세요.”

“힘든데 힘내라? 이게 참 어려운 거거든요. 내가 힘든데, 힘내라고 하면 힘이 납니까? 아니죠? 그쵸? 그러니까 힘내라는 말보다 사랑해라고 해주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사랑합니다. 펭러뷰.”

“다 잘할 순 없어요. 하나 잘 못한다고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잘하는 게 분명 있을 겁니다. 그걸 더 잘하면 돼요.”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 중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 힘듦은 지위고하, 빈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잠잠하다 싶다가도 불쑥 올라오는 우울감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세상이기에, 사람들과 공존하며, 부딪히며 살다보니 알게 모르게 받는 상처가 쌓이고 곪아터진 사람들에게 ‘할 말은 하는’ 펭수가 위안이 되고 있다.

당연하지만 그 당연한 것을 못하고 사는 사람들. 그렇기에 10살 펭수가 던지는 당연한 말이 잔잔한 위로를 건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이마트 영등포점에서 한 시민이 LG생활건강의 협업제품인 펭수 샤프란 아우라 섬유유연제를 집어들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이마트 영등포점에서 한 시민이 LG생활건강의 협업제품인 펭수 샤프란 아우라 섬유유연제를 집어들고 있다. (출처: 뉴시스)

스치기만 해도 대박… 광고계의 블루칩

EBS를 먹여 살리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인기 절정을 달리고 있는 펭수. 펭수를 좋아하는 펭클럽(펭수+팬클럽)에게 펭수를 모델로 한 상품이나 굿즈는 그야 말로 꼭 가져야만 하는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12월 출시한 이랜드 산하 의류브랜드 스파오와 펭수 콜라보는 출시 3시간 만에 완판됐으며, 2월 초 오픈된 2차 협업상품도 큰 인기를 끌었다.

GS25는 펭수와 협업을 본격화한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발렌타인펭수세트’ 3종은 10일 만에 총 준비 물량의 95%가 소진되며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난 1월 31일 EBS 1TV ‘자이언트 펭TV’에서 참치주먹밥 300개를 단숨에 판매하는 에피소드가 공개되면서 GS25에서 판매하는 참치마요네즈, 베이컨참치마요 등 참치를 주재료로 한 참치주먹밥 6종 매출도 전년 동기간 대비 45% 이상 신장하는 등 펭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동원 F&B는 펭수와의 협업을 통해 참치캔 패키지를 ‘남극펭귄참치’로 바꾸면서 총 15종의 디자인 ‘펭수참치’를 추가적으로 출시했다. (출처: 뉴시스)
동원 F&B는 펭수와의 협업을 통해 참치캔 패키지를 ‘남극펭귄참치’로 바꾸면서 총 15종의 디자인 ‘펭수참치’를 추가적으로 출시했다. (출처: 뉴시스)

펭수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으로 나오는 ‘참치’ 덕을 제대로 본 곳도 있다. 동원 F&B는 펭수와의 협업을 통해 참치캔 패키지를 ‘남극펭귄참치’로 바꾸면서 총 15종의 디자인 ‘펭수참치’를 추가적으로 출시했다.

남극펭귄참치 5캔과 펭수 캐릭터가 랜덤으로 그려진 펭수참치 1종으로 구성된 패키지를 구매하면 판매 수익금 일부가 남극 환경보호를 위해 W재단의 글로벌 기후협약 실천 캠페인 후시(HOOXI)에 기부된다. 펭수 굿즈를 샀을 뿐인데, 환경보호에 동참까지 하게 되니 꿩 먹고 알 먹고다.

심지어 그 어렵다는 금융계에도 진출했다. KB국민카드는 오는 17일 펭수 이미지가 담긴 노리 체크카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관련 KB국민카드는 지난 11일 오후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펭수와의 콜라보를 알렸다.

‘스치기만 해도 대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펭수와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 브랜드들은 그 특수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 ‘펭수의 잠재력을 알아보지 못한 빙그레’란 주제로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불러왔던 빙그레가 이번에는 펭수를 꽉 잡아서 ‘빙그레’ 웃고 있다는 전언이다.

빙그레가 자사 대표 제과형 아이스크림 붕어싸만코와 빵또아 모델로 펭수를 발탁하면서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펭수 스페셜 패키지 세트(18개 구성) 구매 시 펭수 손거울 굿즈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됐다. “펭수 손거울을 샀더니 아이스크림 18개가 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지금 대한민국은 ‘펭수’ 열풍이다. 펭수의 전성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펭수 아이스크림이 서울 강남구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돼 있다. (출처: 뉴시스)
펭수 아이스크림이 서울 강남구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돼 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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