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이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발생한 중국 우한 폐렴의 원인 바이러스이다. 주요증상은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기침, 인후통)이며 중국 내 상인들이 토끼나 뱀 등 야생동물을 도축하는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박쥐 유래 사스 유사 바이러스와 89.1% 일치하는 것을 확인하였고 최근에는 아르마딜로가 주목 받고 있다. 현재 알려져 있는 백신이나 치료제는 없으며 치료 방법은 증상에 따라 항바이러스제 또는 2차 감염 예방을 위한 항생제 투여 등의 조취를 취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어떻게 발생했으며 어떤 경로, 어떤 방식으로 전염되며, 어디까지 전염되어 있는지, 또 어떻게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는지가 명확히 밝혀지지가 않아 사람들은 더욱 더 공포에 떨고 있다. 미지의 공포와 위험이 인류를 새로운 불안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기존의 산업사회라는 패러다임만으로는 오늘날의 사회를 규정하는데 부족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제 산업사회는 질적으로 새로운 단계 즉 '위험사회'로 넘어갔다고 진단한다.

​벡이 말하는 현대사회의 '위험'은 과거와 달리 통제불가능하고 예측이 어려운 불확정된 위험이다. 사람들은 통제할 수 없는 위험에 공포를 더 크게 느낀다. 자동차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비행기 사고보다 1만배나 높지만 사람들은 비행기 사고를 더 두려워한다. 이유는 통제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현대사회 위험의 특징은 발생하는 위험이 인간의 지각능력을 완전히 벗어난다는 데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은 쉽사리 수습이 불가하고 우리의 지각능력을 완전히 넘어 서고 있다. 이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발견된 후 지구촌 전체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데는 불과 2개월이 채 안 걸렸다는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문제는 위험의 분배가 사회적 지위에 따라 차등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지구촌 곳곳, 특히 유럽과 백인사회에서 중국인 또는 황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징후가 나타나며 중국 내에서도 우한 시민을 기피하고 차별하는 사태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우한교포와 중국인 입국에 대한 반발과 반대 여론이 만만찮은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을 볼 때 위험의 분배가 국가적, 지역적, 사회적 지위와 상황에 의해 차별화되고 차등적으로 분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가적으로는 중국을 비롯한 유색인종 국가, 지역적으로는 전염병이 발생한 지역이나 감염자가 거주하는 지역, 사회적으로는 전염병에 노출되기 쉬운 직업의 종사자 또는 예방이 허술할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이 훨씬 위험하다.

​결국 이러한 위험의 확산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개인화 과정을 겪게 한다. 개인이 자신에게 닥친 고통과 불안에 대처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는 것이다. 즉 과거와 같이 국가, 마을 공동체 또는 특정집단의 보호를 통하여 안정과 정상성의 삶을 유지할 수 있었던 삶이 이제 개인들 자신의 선택과 대응으로 살아가야만 하는 삶으로 바뀌게 된다. 사회적 문제가 개인의 문제로 전환되고 위험에 대처하는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회적으로 공인된 위험은 특수한 정치적 폭발력을 지니게 된다. 위험이 일상의 사소한 문제들을 정치적인 것으로 변모시킨다. 지금까지 비정치적인 것으로 여긴 것들이 정치적인 것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와 공동체는 무엇보다도 위험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막연한 불안과 공포를 제거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위험이 차등적으로 배분되지 않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늑장 대응보다 과잉 대응이 낫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말은 충분히 귀 기울일만 하다. 이 말은 5년 전 한국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덮쳤을 때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 말이다. 이후 각종 재난 발생 시 ‘잠언’처럼 쓰였다. 박 시장은 당시 사회 혼란을 우려하며 정보를 공개하지 않던 정부 방침에 반발, 환자가 거쳐간 병원 등의 정보를 공개하면서 메르스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일조했다.

​코로나19로 시끄러운 지금도 “과잉대응이 낫다”는 원칙과 정보 공개를 강조하는 그의 기조는 여전히 옳아 보인다. 투명한 정보공개와 소통을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만이 불안한 민심을 잠재우고 합리적으로 사태를 장악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울리히 벡 또한 위험에 대한 극복 방안의 전제로 신뢰와 협력에 기초한 소통을 제시했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소통,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상호 협력만이 글로벌 재난에 인류가 함께 대처하고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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