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tvN 드라마 ‘블랙독’이 기간제교사와 정교사의 갈등을 수면 위로 다시 쏘아 올렸다. 블랙독은 단지 검다는 이유로 검은 강아지를 기피하는 편견을 의미한다. 드라마에서는 “정교사가 아니라고 해서 실력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나? 언제까지 학교 곳곳에 깃든 차별을 방조할 것이냐?”고 묻는다. 정교사가 기간제교사에게 수업용 자료를 모두 만들도록 떠넘기고, 진도도 마음대로 정하며 갑질을 하는 장면도 나온다. 극히 일부 사립학교에서 벌어진 일을 마치 기간제교사 전체가 차별받는다는 인식을 주려는 의도로 만든 장면에 불과하다. 정상적인 학교에서는 벌어질 수 없는 장면이다.

전국의 기간제교사는 중학교는 전체 교사의 18%, 고등학교는 19.8% 정도로 5만 4천여명에 달한다. 기간제교사가 정교사보다 수업 실력이 뛰어난 교사도 있지만, 실력이 없어도 인맥이나 대체교사가 없어 기간제교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정교사의 부정적인 면만 강조하며 기간제교사의 무시험 임용 당위성을 주장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사실이 아닌 드라마가 기간제교사가 실제로 차별을 겪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데 문제가 있다. 학교 안에서 기피 업무는 대부분 젊은 교사, 신규 교사, 전입 교사가 맡는다. 원로교사들도 다 거쳐온 과정이다. 기간제 교사라고 이 틀에서 벗어나 차별받지 않는다.

기간제교사 협회의 투쟁으로 현재는 1급 정교사 연수도 받고, 호봉 제한도 폐지돼 언제든지 임용고사에 합격하면 호봉을 인정받는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기간제교사를 정교사로 전환하는 법안을 내려 했던 인물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정부 정책에 편승해 학교가 시험 없이 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큰 직장으로 생각하고 투쟁하고 있다. 정교사를 늘리면 된다고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문제다. 갈수록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5만여 명의 기간제교사 자리를 정교사로 채용할 경우 늘어나는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이 져야 한다. 

정교사를 채용하는 임용고사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법으로 만들어진 선발 절차다. 선발된 일부 정교사의 자질이 떨어진다고, 절차를 무시한 다른 방법으로 교사를 선발하는 것은 부정이 개입될 소지가 많아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일부 불합리한 요소가 있어도 불공정이 끼어들 여지가 없이 정교사 자리를 공정하게 분배하는 제도로서 임용고사가 인정을 받는 이유다. 실력 있고 능력 있는 기간제교사라면 기간제교사를 오래 했다고 정교사 자리를 요구하지 않는다. 임용고사란 제도가 있어 말도 안 되는 억지 논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기간제교사를 교육공무직인 정교사로 채용하면 사범대, 교대 다니는 학생이나 임용고사를 준비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의 미래를 빼앗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비양심적 행동이다.

지금의 정교사들은 현재까지 존재하는 교원선발 방식에 따라 선발된 사람들이다. 제도를 통과한 정교사를 폄훼하고, 통과하지 못한 기간제교사에게 피해자 프레임을 씌워 정교사로 임용하라는 건 역차별이고 사회의 공정함을 무너뜨리는 행위다. 임용고사에 합격한 정교사의 실력이 정년까지 유지되지 않기 때문에 1급 정교사 연수가 있고, 매년 60시간 이상씩 개인별 연수를 의무화하고, 교원평가를 통해 노력하지 않는 교사를 최대한 걸러내고 있다. 기간제교사인 자신의 실력이 정교사보다 뛰어나다고 주장만 하지 말고 임용고사에 합격해 실력을 입증하면 된다. 정말 실력이 뛰어나면 굳이 기간제교사를 하지 않아도 유명 학원 강사나 유튜브를 통해 강의하면 된다. “임용고사가 자신과 맞지 않아 응시하지 않는다”는 궤변은 핑계에 불과하다.

기간제교사 채용이 학교장 재량인 것이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교육청 단위 인력풀을 만들어 필요한 학교에 배정하면 문제가 줄어들지만, 현재 근무 중인 기간제교사들의 반발 때문에 쉽지 않다. 교장, 교감들도 공정하게 기간제교사를 채용하고 싶어 공고를 내도 곳곳에서 청탁이 들어와 힘들다고 토로할 정도로 청탁과 인맥에 의한 채용이 많다.

단순히 지식과 교수역량을 측정하는 선발방식인 임용고사의 틀은 바뀌어야 한다. 학창 시절 공부 잘하는 모범생들만 교사가 되어서는 다양한 성향의 학생을 지도하기는 무리가 따른다. 그래도 제도가 바뀌기 전까지는 현재의 제도는 유지돼야 하고 편법을 통해 정교사가 되려 해서는 안 된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지식만 전수하는 사람이 아닌 공정함과 정직을 가르치는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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