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조 8천억 달러(약 5697조원) 규모의 2021 회계연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사진은 2017년 11월 일본 도쿄 인근 요코타 미 공군기지에 도착해 선물로 받은 공군점퍼를 입는 트럼프 대통령.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조 8천억 달러(약 5697조원) 규모의 2021 회계연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사진은 2017년 11월 일본 도쿄 인근 요코타 미 공군기지에 도착해 선물로 받은 공군점퍼를 입는 트럼프 대통령. (출처: 뉴시스)

대선국면 막 오른 예산혈투

트럼프, 재선운동·집권2기 염두

‘핵’ 초점… 사회안전망비용↓

野반발… “실제 책정 어려울듯”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조 8천억 달러(약 5697조원) 규모의 2021 회계연도(2020.10.1~2021.9.30)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번 예산안에서는 국방비를 늘린 반면 사회안전망 프로그램을 비롯한 비 국방 예산은 크게 삭감했다.

미 언론은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캠페인과 재선 성공 시 집권 2기를 염두한 예산 요구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사회안전망 예산 삭감 등에 반발하며 ‘도착 즉시 사망’이라고 즉각적 폐기 입장을 보였다. 특히 하원을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여야 간 ‘예산안 혈투’는 불가피해 보인다.

연합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국방비의 경우 전년 회계연도 대비 0.3% 증액한 7405억 달러로 책정했다.

예산안은 서두에서 2018년 마련된 미 국방전략보고서를 인용, 국방부가 직면한 근본적 문제로 주요 지역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군사적 경쟁력이 침식당하고 있는 상황을 지목하면서 이란과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고 이를 억지하기 위한 노력의 필요성도 함께 거론했다.

미 국방부는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따른 계속적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이란과 북한은 계속해서 우리의 친구들을 위협하고 대량살상무기를 추구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특히 핵무기 분야 추가 투입 및 미래의 전쟁 대비를 위한 연구·개발(R&D) 예산의 대폭 확대가 이뤄졌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점점 커지는 중국과 러시아의 힘에 대응하기 위한 차세대 능력을 키우는 차원에서 R&D 예산은 지난 70년 이래 최대 규모로 책정됐다고 고위 국방 당국자가 전했다.

의회 전문 매체 더 힐도 이번 국방 예산안 특징 중 하나로 핵무기 현대화 증강을 꼽았다.

핵 현대화에는 289억 달러, 미사일 격퇴·방어에 203억 달러가 각각 책정됐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와 비교해 핵무기 현대화 예산이 18% 늘어난 것”이라고 고위 국방 당국자를 인용해 전했다.

반면 WSJ 등에 따르면 비 국방 지출은 5900억 달러로 5%가 삭감됐다. 이는 지난해 여름 트럼프 대통령과 미 의회가 합의한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이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지만 세계보건기구(WHO) 지원을 포함한 글로벌 보건 예산은 절반 수준으로 삭감했다.

예산안에서 WHO 예산은 6500만 달러(약 770억원) 가까이 삭감됐다고 CNN 방송이 보도했다. 이는 전년도 관련 예산의 50%가 넘는 액수다. 글로벌 보건 지출 총액 역시 전년도의 절반 가까이를 줄인 60억 달러(약 7조원) 미만이라고 AFP 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과 관련해서는 20억 달러의 새로운 예산이 편성됐다.

미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커지는 가운데 이번 예산안에는 향후 10년에 걸쳐 지출은 4조 4천억 달러 줄이겠다는 계획도 담았다.

특히 메디케어(고령자 의료지원) 처방 약값에서 1300억 달러, 메디케이드·푸드 스탬프(저소득층 의료·영양 지원) 등 사회안전망 프로그램에서 2920억 달러 삭감 등을 포함해 의무지출 프로그램에서 2조 달러를 줄이는 방안이 포함됐다.

WSJ은 “이번 예산안은 실제로 책정되긴 어려워 보인다”며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데다 공화당이 과반을 점한 상원에서도 예산안은 초당적 지지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도 “이번 트럼프 예산안은 국경 장벽 건설과 같은 최우선 사업에 대한 예산을 지원하는 반면 복지 개혁의 기치 아래서 추진되던 안전망 프로그램에서는 수십억 달러 삭감했다”며 의회에서 거부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 안전 연금 및 고령자를 위한 메디케어 건강 프로그램을 항상 보호하겠다고 지난 4일 국정연설에서 한 약속을 뒤집었다고 즉각 반발했다.

하원 예산위의 민주당 셸던 화이트하우스 의원은 “모든 이가 트럼프 예산안은 의회에 ‘도착 즉시 사망’이라는 것을 안다”며 “이는 단지 공화당 내 극단주의자들을 기쁘게 하기 위한 처사일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때문에 예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회가 2021 회계연도 예산안에 대한 최종 결정을 오는 11월 3일 대선 때까지 미룬 채 몇 달간 임시예산안으로 ‘급한 불’을 막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