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일 오전 10시 32분께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제주동부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되는 고유정의 모습. (출처: SBS·세계일보)
지난 6월 1일 오전 10시 32분께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제주동부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되는 고유정의 모습. (출처: SBS·세계일보)

“전 남편 계획살인 아냐”

“의붓아들, 꿈에도 나타나”

“하늘이 안다. 공소장은 억지”

“판사와 뇌 바꿔 보여주고 싶어”

남편잠버릇·영아돌연사 언급 등

법원 남은 의문점 집중 추궁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전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하고, 또 의붓아들을 숨지게 한(살인·시체손괴·은닉)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고유정(37)이 최후진술에서도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2시 고유정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었다.

이날 최후진술에서 고유정은 “제가 믿을 곳은 재판부와 변호사님 밖에 없다. 모든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해주시길 바란다”며 “제 목숨, 제 새끼 걸고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전남편 살인의 고의성과 의붓아들 살해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앞서 지난 5일 제주지방경찰청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고씨의 얼굴, 실명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출처: 연합뉴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앞서 지난 5일 제주지방경찰청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고씨의 얼굴, 실명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출처: 연합뉴스)

그러면서 “(재판부는) 한번이라도 더 자료를 훑어봐 주시고, 생각해주시고 언젠가는 모든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고유정은 “이런 고통스러운 시간이 있을 줄 알았다면 그때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하게 했을 것”이라며 “아빠·엄마 잃고 조부모님이 있다지만 아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눈물을 흘렸다.

고유정 측 변호인은 피고인 아들의 증언 녹화 영상을 통해 “피고인의 아들은 당시 자신의 엄마가 피해자(전남편)로부터 공격당해 아파했다고 말하고 있다”며 전남편이 성폭행 시도를 했다는 고유정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날 재판에 들어가면서 재판부는 “오늘 절차는 재판부에서 증거조사를 마친 이후에 의심이 들거나 피고인의 확인이 필요한 부분을 들어보고 결론을 내는 것이 좋겠다”며 피고인에 대한 추가 심문에 나섰다.

재판부는 ▲수면제 등을 구한 경위 ▲현남편 A씨와 싸우던 중 갑자기 남편의 잠버릇을 언급한 이유 ▲고유정의 아이가 아닌 A씨 아들인 피해자를 먼저 청주집으로 오도록 설득한 이유 등 고유정에게 캐물었다.

고유정은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판사님과 저의 뇌를 바꾸고 싶다”며 “하늘이 알고 땅이 알텐데 어떻게 이런 상상을 했나 할 정도로 검찰의 공소장 내용이 억지”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제가 죽였다면 (의붓아들이) 그렇게 예쁜 모습으로 꿈에 못 나타난다”고도 했다.

잠버릇 언급과 관련해 고유정은 “상대(A씨)가 차분해지면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이야기를 했다”며 “현 남편의 기분이 풀렸다는 느낌이 들어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해명했다.

남편과의 부부싸움 중 의붓아들을 청주로 데려오자고 한 것에 대해선 “얼굴 마주보고 못했던 이야기를 문자로 한 것”이라며 “나의 심리를 알아달라는 메시지였다”고 설명했다.

의붓아들이 사망한 뒤 어머니와의 통화에서 ‘영유아 돌연사’를 언급한 이유와 관련해선 “제 기준에선 남편이랑 자다가 애기가 죽었기 때문에 남편으로 인해 죽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며 “그때 생각난 게 돌연사다. 아이를 키워봤기 때문에 아이들을 바닥에 재우기도 했다. 어머니가 걱정하시기에 걱정을 덜어드리려고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수차례 유산을 겪던 중 A씨와 불화를 겪고 A씨가 친자만을 예뻐하던 것에 대한 복수심으로 살해계획을 세우고 고유정 본인의 자식을 늦게 올린 것은 아닌가”라고 추궁하자 고유정은 “전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얼굴 가리고 2차 공판 출석하는 고유정【제주=뉴시스】‘전 남편 살해 사건’ 피고인 고유정(36)이 2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얼굴 가리고 2차 공판 출석하는 고유정【제주=뉴시스】‘전 남편 살해 사건’ 피고인 고유정(36)이 2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열린 공판에서 고유정에게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 고유정은 아들 앞에서 아빠(전 남편)를, 아빠(현 남편)앞에서 아들을 참살하는 반인륜적 범행을 저질렀다”며 “두 사건 모두 극단적 인명경시태도에서 기인한 살인으로 전혀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남편인 피해자 혈흔에서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이 검출됐고, 의붓아들이 누군가에 의해 고의로 살해됐다는 부검 결과가 바로 사건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라며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애초 당시의 공판으로 결심공판이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고유정 측 변호인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등에 요청한 사실조회 문서가 도달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변론을 하게 되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방해가 된다”고 재판 연기를 신청해 2회에 걸쳐 결심공판이 진행되게 됐다.

고유정은 5월 25일 오후 8시 10분에서 9시 50분 사이 제주 조천읍 소재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5)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살인·사체손괴·은닉)로 구속기소됐다.

이후엔 의붓아들 살해 혐의까지 추가돼 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고유정이 지난해 3월 2일 오전 4~6시쯤 충북 자택에서 잠을 자던 의붓아들(5)의 등 뒤로 올라탄 뒤 의붓아들의 얼굴을 침대 매트리스에 파묻고 뒤통수를 10분 정도 강하게 눌러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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