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이 9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배우들. (출처: 뉴시스)
영화 '기생충'이 9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받은 배우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9일(현지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각복상, 국제영화상, 감독상까지 4관왕에 오르자 외신들은 “오스카의 새 역사를 썼다”며 톱 뉴스와 속보로 긴급 타전했다.

AP통신은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 92년 역사상 처음으로 비영어권 영화로 작품상을 수상했다”면서 기생충의 수상을 ‘세계의 승리(a win for the world)’라고 평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그러면서 “제목 그대로 ‘기생충’은 미국 영화상 시즌, 궁극적으로는 역사에 들러붙어(attaching) 오스카 유권자(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들·AMPAS)들을 매료시켰다”며 “‘기생충’의 수상은 오랜 세월 외국 영화를 낮게 평가해오는 데 만족해온 미국 영화상에 분수령이 됐다”고 평가했다.

AP는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은 3년 전 유력 수상작이었던 ‘라라랜드’를 제치고 ‘문라이트’가 작품상을 깜짝 수상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며 이는 그간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중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앞서 아카데미 시상식은 ‘백인만의 잔치’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2016년에는 2년째 아카데미 연기 부문 후보 중 유색인종이 단 한명도 없어 유명 감독과 배우들의 보이콧 선언이 이어지고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OscarsSoWhite(오스카는 너무 백인중심적)’이라는 해시 태그가 분출했다. 이에 AMPAS 운영위는 2020년까지 소수 인종 회원을 기존의 두배로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봉준호 감독이 9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받은 감독상, 국제영화상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은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했다. (출처: 뉴시스)
봉준호 감독이 9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받은 감독상, 국제영화상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은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했다. (출처: 뉴시스)

AP는 “‘기생충’의 승리는 할리우드의 전격적인 변화와 지금까지와는 다른 종류의 전진을 가능하게 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기생충’의 수상은 AMPAS를 비난해온 이들이 요구해온 ‘좀 더 포용력 있는 오스카’를 약속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앞서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 가능성을 점쳤던 CNN은 “한국 영화 ‘기생충’이 다른 오스카 경쟁작에겐 너무나 강력한 작품이었음이 드러났다”며, ‘기생충’이 아카데미 영화상의 92년 역사상 최초로 비영어 작품으로 작품상을 타는 ‘역사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봉준호가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했다면서 “봉준호를 위한 파티를 준비하라!”고 CNN은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지금껏 어떤 한국영화도 할리우드 최고상에 후보로 오른 적이 없었다”면서 “한국영화 ‘기생충’의 수상은 국제영화에 대한 AMPAS의 관심이 증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NYT는 “한국 영화 '기생충'이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AMPAS가 ‘오스카 쏘화이트(#OscarsSoWhite)’라는 해시태그로 대표되는, 오스카 수상자가 백인 일색이라는 비판에 맞서 투표권을 가진 회원의 인종적 다양성을 위해 기울인 노력의 정점을 찍는 역사적 승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르 구분을 뛰어넘는, 계급투쟁에 관한 이야기인 ‘기생충’은 AMPAS 회원들이 오스카의 미래를 품는 동시에 오래된 전통을 고수하도록 했다”고 분석했다.

‘오래된 전통’이란 ‘기생충’은 넷플릭스 등을 통한 개봉이 아닌 극장에서 개봉하는 전통적인 공개 방식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NYT는 “대부분 아시아인 배우가 연기한 '기생충'의 엄청난 승리는 포용의 중요성을 강조한 오스카 시상식의 대미를 장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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