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한국 영화와 92년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를 새롭게 썼다.

‘기생충’은 10일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최고 권위인 작품상뿐 아니라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을 차지했다.

특히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작품상을 받으면서 할리우드에서 자막의 장벽과 오스카의 오랜 전통을 깨뜨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것도 역대 2번째로, 1995년 델버트 맨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마티 이후 64년 만이다.

첫 상을 안긴 각본상 수상에는 또 하나의 기록이 더해졌으니, 바로 아시아계 작가로서도 92년 오스카 역사상 최초의 수상이라는 것이다. 외국어 영화로는 2003년 ‘그녀에게’의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이후 17년 만의 수상이다.

봉준호 감독은 이날 4번이나 무대에 나서 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봉준호 감독은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면서 “매우 영광이다. 이 부문의 이름 바뀌었다. 이름 바뀌고 처음 상을 받아 더더욱 의미가 깊다. 이름에 의미가 있는데, 오스카가 (이름 변경으로) 추구하는 방향에 지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봉준호 감독은 멋진 배우, 스태프들이 여기 있다”며 배우들과 제작진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하며 박수를 요청했다. 그는 “할 수 있다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오등분 해 존경하는 감독 후보들과 나누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봉준호 감독은 “I am ready to drink tonight until tomorrow(내일까지 밤새 술을 마실 준비가 됐다)”며 웃었고 객석은 위트있는 수상소감에 환호했다.

한국은 1962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시작으로, 매년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출품해왔다. 지난해 <버닝>은 예비 후보 10편에는 들었지만 최종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마감한 이 부문에는 90여개국이 출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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