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명재 씨가 3.1절 기념행사 등에서 시민들에게 나눠주었던 ‘기미독립선언서’를 펼쳐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3.1독립운동 민족대표 나인협 증손 나명재 씨
종교·문화계 앞장서서 정신·문화 세계 이끌자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올해는 제92주년 3.1절을 맞아 기념식과 다양한 행사를 앞두고 있다. 3.1독립운동에 선봉에 선 인물 가운데 독립선언서의 서명을 남긴 민족대표 33인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일제는 그들을 가장 위험인물로 간주하며 감시와 핍박을 자행했다. 그 가운데 천도교 15인 대표 중 나인협 선생의 증손 나명재 씨를 만나 3.1운동 정신의 의미와 후손들의 삶을 들어봤다.

◆젊은 세대 기억 속에 3.1정신 사라져 아쉬워
나명재 씨는 첫 마디로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하고,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라는 말을 건넸다. 그는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의 삶이 그리 녹록하지 않았음을 이야기했다.

나 씨는 “일본의 강제 병합으로 나라를 잃은 설움을 이기고 오로지 나라를 구하기 위해 독립투쟁에 뛰어들어 일평생 조국의 광복과 독립을 위해 노력하거나 희생한 독립운동가들을 나라가 기억해야 한다”고 목메듯 작은바람을 전했다.

그는 “지금의 젊은 사람들은 3.1운동과 그 의미를 아는 사람이 없다”며 “자신도 후손으로 태어나 선조의 발자취를 찾는 가운데 그 흔적과 정신을 희미하게나마 발견했다”면서 정부와 국민의 기억 속에서 3.1운동 정신이 점점 사라지고 있음을 아쉬워했다.

나 씨는 (사)민족대표 33인 유족회를 소개하며 “6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지금은 그 이름만 남아 가끔 유족들이 모이는 친목단체로 활동하고 있다”며 “간사 1~2명이 행사나 유족들 소식을 전하는 단체일 뿐, 또 손자(증손) 대의 몇 분과 가까운 유족이 단체를 이끌다보니 어려움이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정부의 관심도 점점 사라지고 무엇보다 젊은 세대들에게 3.1운동의 고귀한 정신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마음을 아프게 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정부에 “몇 안 되는 독립운동단체들이 그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독립운동의 고귀한 희생정신과 애국애민의 정신을 후손들이 배울 수 있도록 관심을 보여달라”고 부탁의 말을 전했다.

◆종교인 하나 되어‘ 정신·문화’세계 이끌어야
나 씨는 3.1운동 기미독립선언서 민족대표로 나선 종교인 33인이 오늘을 사는 종교인과 사회인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은 정신문명시대이다. 경제가 발전하고 삶이 윤택해졌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은 정신적 고통에 매일 신음하고 있다. 행복지수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며 “종교인도 서로를 비방하고 종단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어느 때보다 3.1운동 정신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천도교·개신교·불교 지도자들이 한마음과 한뜻으로 나라의 독립과 광복을 그리고 자유·인권·평화를 외쳤다”며 “이 시대를 사는 종교인들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나라와 민족을 위한 3.1운동의 희생정신을 실천한다면 종교 간 상생하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 씨는 “기미독립선언서에서 33인 종교인이 한목소리로 ‘새 하늘과 새 땅’ 곧 새로운 정신문화세계를, 도덕의 세계가 도래할 날이 이른다는 말을 했다”며 “이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정신문화세계를 이끌고 있는 종교와 문화단체의 역할, 그 안에서의 언론의 역할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종교와 문화(언론)계를 통해 3.1운동정신이 이어지길 기대했다.

아울러 그는 “김구 선생도 한반도가 문화대국이 되길 소원했듯 우리나라가 정신과 문화 강국이 되는 그날이 하루빨리 다가오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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