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경제논단] 일자리로 돌아온 한상균의 비애
[미디어·경제논단] 일자리로 돌아온 한상균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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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지만, 현대사회의 관료제 덕분에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을 세운다. 저축을 하면 몇 년 후에는 내 집을 마련하고, 자식 공부를 시키고, 노후자금도 마련한다. 열심히 일을 하면 회사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국가도 더불어 발전한다. 조그마한 것이 한꺼번에는 이뤄지지 않지만, 개인이 성실하게 노력하면 불가능할 일도 아니다. 개인의 노력으로 행복은 눈앞에 전개된다. 그러나 일에 행복감이 없으니, 정치판의 광풍이 전 사회에 몰아친다.

예측 가능한 사회는 이성과 합리성이 작동할 때 가능하나, 우리 사회는 지금 절제가 없는 비이성적 비합리성이 상식화됐다. 그 정점에 구속에서 풀려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서 있다.

한국 사회에서 민주노총의 위상은 대단하다. 지금 민주노총의 세상으로 봐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노총은 지금 1백만명이 넘는 노조원을 갖고 있다. 계속 늘어난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민주노총의 ‘촛불혁명’으로 가능했다. 한상균 전 위원장이 2018년 5년 석방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2015년 12월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조계사에 은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검거에 나섰다. 그는 조계사에서 ‘정부의 노동 개악 입법이 저지될 때까지 못 나간다’라고 버텼다.

당시 정부는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임금 피크제, 성과급 노동 등 노동의 유연성을 수용하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이루지 못하고 탄핵을 당했다. 그 후 문재인 청와대는 전임 정부와 전혀 다른 노동 경제정책을 폈다. 주 52시간 노동을 입법화하고, 최저임금을 지불토록하고, 비정규직을 없애고, 규제를 강화시키고, 사외이사 6년 임기 개정안을 강행했다. 국민연금으로 기업을 옥죄기 시작했다. 더욱이 법인세 25%로 기업은 초토화됐다.

반면 노조에게는 유토피아가 온 것 같았다. 사업장은 노동생산성은 제자리인데, 임금은 2017년 이후 1년에 10% 이상이 상승했다. 기업은 해외로 발을 옮겼다. 친노동 정책으로 가장 피해를 보는 쪽은 중견, 중소기업이었다. 그들은 임금을 버티지 못하고, 사업을 접거나, 해외로 공장을 이전했다. 하부구조가 무너진 것이다. 민주노총의 근육자랑이 한 몫을 했다.

한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출소한 후 지난 1월부터 쌍용자동차에 복직을 했다. 그러나 쌍용자동자 사정은 녹녹치 않았다. 이 회사는 높은 임금에 계속 사업장을 축소하기에 이른다. 쌍용자동차는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 팔려갔다. 매각한 후에도 강성노조와 중국 경영진과 계속 마찰을 일으키다, 2011년 다시 인도의 마힌드라그룹이 인수했다. 마힌드라그룹은 높은 임금에 계속 공장을 축소했다. 복직한 한 전 위원장에게 회사는 일감을 줄 부서를 찾지 못했다. 한국 회사 같으면 근육으로 밀어붙이지만, 인도 회사니 딱하게 됐다. 한 전 위원장과 다른 46명도 함께 하는 입장이니, 누구는 일감을 주고, 누구는 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경영주가 여기저기로 옮겨 다닌 기업에는 성한 곳이 없게 마련이다. 단기 비전으로 회사를 운영한 것이다. 마힌드라그룹이 강성 노조가 있는 회사에 성큼 투자할 이유도 없었다. 그들은 지구촌 표준(global standard)을 주장하니, 당연하다.

문제는 중국 상하이 자동차로 넘어갈 때, 부품 수급을 주로 중국에 의존하는 길을 턴 것이 화근이 됐다. 2020년 1월 20일 이후 우한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렸다. 노동자들은 설 명절을 지내려고, 고향을 찾았다. 그들은 4일간 휴식을 잘 지내고 작업장으로 돌아왔지만, 부품 공급이 막혔다. 재력이 있는 현대는 협력 업체에 1조원을 푼다고 한다. 실탄이 부족한 쌍용 자동차는 더욱 난감해졌다. 쌍용 자동차 뿐만 아니라, 르노삼성, 현대모비스, 금호타이어 등이 난감해졌다. 특히 쌍용 자동차는 4일부터 12일까지 경기 평택공장의 ‘자동차 생산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경기가 좋으면, 다른 협력업체나 은행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금 공장가동률은 72.9%로 IMF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제조업 생산능력도 2018년 -0.2%에 이어 작년 -1.2로 2년 연속 줄었다. IMF 이후 최저 가동율이다. 대기업, 중소중견 기업의 먹이 사슬이 무너진 것이다. 모든 공장이 어려운 때 ‘코로나 쇼크’의 복병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 중에서도 쌍용자동차는 와이어링 하네스 부품뿐 아니라 10개의 중국산 부품이 턱 없이 부족한 상태이다. 그렇게 강성 노조원으로 자처했던 한상균 전 위원장도 난감하기 짝이 없다.

나이는 들었고, 자신의 꿈은 전부 사라진 상태이다. 그는 지금 외국 회사에 다니면서 다시 근육 자랑할 수도 없어졌다. 중국은 국내 기업의 하부구조를 갖고 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우한 바이러스로 중국을 거래처로 하는 세계 기업들은 믿을 수 없다고 손 털고 나오는 판이다. 일이 꼬일 데로 꼬여 있어 쉽게 해결될 것 같지도 않다. 이제 누구에게 한탄해야 할지…. 한 전 위원장과 민주노총 간부들은 지금 비애를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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