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리나 역의 정성화와 발렌틴 역의 최재웅 (사진제공: ㈜악어컴퍼니)

원작‧연출‧배우 세 가지 힘으로 거미줄 치다

[천지일보=이지영 기자] 동성애를 소재로 한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가 대학로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영화나 드라마 소재로 자주 등장하고는 있지만 동성애는 일반인들에게 여전히 설득력이 떨어지는 불편한 이야기다.

그러나 뮤지컬 <영웅>으로 탁월한 가창력과 연기력을 인정 받은 배우 정성화가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게이 몰리나 역을 맡게 되니 상황이 달라졌다.

그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유쾌함과 무대위의 푸근함이 ‘불편할 것 같은’ 연극을 보게 만들고 있다.

실제 성격이 ‘마초’라고 말하는 그는 남자의 몸이지만 여성적인 몰리나를 잘 표현하기 위해 손짓과 표정 목소리 등을 세심하게 연기했다.

원작에서 그려지는 몰리나의 사랑이야기는 늘 선택할 수 없는 사랑, 희생당하고 버림받는 존재로만 그려진다. 그러나 이번 연극에서는 이지나 연출이 따뜻한 시각을 불어넣어 게이 몰리나가 발렌틴의 사랑을 얻어내는 결말을 보여준다.

게릴라요원 발렌틴은 함께 수감 중인 동성애자 몰리나를 오직 사랑만을 꿈꾸는 의식 없는 인물로 간주하며 무시한다.

이 둘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발렌틴의 인생 목표는 지배계층을 타도하고 억압받는 대중을 구원하는 것이고 정치에 관심 없는 몰리나의 유일한 관심사는 영화와 사랑이다.

발렌틴은 자신의 사상이 우월하다고 끊임없이 주장한다. 반면 몰리나는 발렌틴에 대한 감정에 충실하며 현명한 처신으로 위기에 빠진 발렌틴을 구해내기까지 한다.

<거미여인의 키스>는 단순히 게이 몰리나의 일반적이지 않은 사랑이야기를 다루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몰리나는 발렌틴에게 “세상을 좋게 바꾸려는 이상을 위해 너 자신을 희생하잖아. 네가 말하는 혁명도 남을 위해 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네 옆에 있는 나부터 좀 잘해주면 안되겠니”라며 발렌틴에게 현실적인 사랑을 요구한다.

발렌틴은 이상 실현을 위해 조직에 두고 온 여자친구도 자신의 부유한 삶도 다 버렸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지금 난 외로움에 지친 악취뿐인 몸뚱이, 내손 끝은 죽은 시체처럼 차가워서 오로지 죽음의 냄새만이 날 뿐이야”라고 고백하게 된다.

배우 정성화와 이지나 연출의 명성에 환상적인 호흡이 만들어낸 작품성은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지나 연출이 “무대를 표현하는 힘은 독자가 글을 상상하는 크기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이야기 했듯이 <거미여인의 키스>는 원작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작품이다.

극은 사랑의 어떠한 형태가 진실이라는 것에 대한 답을 얻을 순 없지만 사랑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거미여인의 키스>는 CJ엔터테이먼트와 ㈜나무 액터스, ㈜악어컴퍼니의 합작 ‘무대가 좋다’ 시리즈에서 선보이는 일곱 번째 무대로 이들은 매번 작품성 있는 원작을 연극으로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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