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정원장 ⓒ천지일보 DB
원세훈 전 국정원장 ⓒ천지일보 DB

민간인 댓글부대 등 9차례 기소

네 갈래 재판 하다 병합해 선고

法 “반헌법적 행위로 위상 실추”

이채필 법정구속 김재철 집행유예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벌인 야당인사에 대한 정치공작, 민간인 댓글부대 운용, 언론장악 시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1심 법원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순형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국가정보원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 등 손실), 직권남용 등 혐의를 받는 원 전 원장에게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이는 검찰이 구형한 15년의 절반가량이다.

재판부는 검찰이 요청한 198억원의 추징금도 인정하지 않았다. 국고손실 범죄로 횡령한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확인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직원 상당수를 동원해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대통령을 홍보하고, 반대하는 정치인·비정치인을 음해했다”며 “노골적으로 여론을 형성하라 지시하고 국정원 직원에게 특정인물을 미행하라 지시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원 전 원장의 반헌법적 행위로 국정원의 위상이 실추되고, 국민 신뢰가 상실됐으며, 결국 국가안전보장이 위태로워졌다”면서 “죄질이 나쁘고, 객관적 진술과 증언이 다수 있음에도 부인하며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해 수장으로서 적절치 않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민간인 댓글부대에 국정원 예산 65억원 지급 ▲정치적 이유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풍문을 추적하고 권양숙 여사 등 야권 인사 사찰 ▲이 전 대통령에 국정원 특수활동비 2억원과 현금 10만 달러 전달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 정치인 제압 문건 작성 등 정치공작과 같은 혐의는 유죄로 봤다.

다만 ▲언론장악 위해 MBC 인사 불법 관여 ▲사저 등 은퇴계획 위한 국정원비 횡령 등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로 정부는 ‘적폐청산’이라는 목표 아래 숨어있는 비리 등 혐의를 파헤치는 작업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원 전 원장이 전면적 재수사 대상이 됐다.

원 전 원장은 이미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전적이 있다. 이 사건으로 원 전 원장은 2018년 4월 징역 4년이 확정됐다.

재수사를 거쳐 2017년 12월 원 전 원장은 민간인까지 동원한 ‘댓글 부대’를 운영해 국정원 예산을 목적 외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댓글 조작뿐 아니라 유명인의 뒷조사에 개입하고, 개인적인 일에 자금을 유용한 혐의 등도 파악했다.

이 사건 기소를 시작으로 원 전 원장은 2018년 12월 31일 어용노총 설립에 국정원 예산을 쓴 혐의까지 무려 9차례 기소됐다.

법원은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해 사건을 8개로 구분한 뒤 4개 재판부에 배당해 병행 심리했다.

이후 2년에 걸쳐 심리를 끝마친 뒤 다시 사건을 병합, 검찰이 재판부에 형량을 요청하는 ‘결심’과 재판부가 판결하는 ‘선고’ 절차에 돌입했다.

한편 원 전 원장과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김재철 전 MBC 사장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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