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수란 기자] 국내 4대 금융지주사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1조원을 웃돌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하와 대출 규제,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 제동이라는 금융 악재 속에서도 이자이익과 함께 비이자이익이 모두 증가하면서 호실적을 낸 것.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국내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1조 278억원으로 전년(10조 5200억원)을 뛰어넘는 실적을 냈다. 

신한금융은 전년 대비 7.8% 증가한 3조 4035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리딩뱅크 자리를 유지했다. KB금융은 전년보다 8.2% 증가한 3조 3118억원, 하나금융은 7.8% 늘어난 2조 4084억원이었다. 우리금융은 전년 대비 6.3% 감소한 1조 904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주전환에 따른 회계상의 순이익 감소분 1344억원 포함 시 약 2조원을 초과하는 규모로 경상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2차례 금리인하를 실시해 기준금리가 연 1.25%까지 내려가고 새로운 예대율 규제에 서민 정책상품인 안심전환대출 취급 등의 부정적인 요인이 있었지만 예상보다 그 영향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저금리 속에 가계대출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이자이익도 늘어났다.

신한금융의 이자이익은 7조 9830억원으로 전년 대비 7.4% 증가했고 비이자부문인 수수료이익도 2조 1420억원으로 전년보다 10.5% 증가했다. 이는 투자은행(IB), 신탁 및 리스 등의 부문에서 실적이 개선된 요인도 있다. KB금융도 이자이익은 9조 1968억원으로 전년보다 3.3% 늘었고 수수료이익은 5.0% 늘어난 2조 3550억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은 2.4% 늘어난 5조 7737억원이었고 수수료수익은 인수·자문수수료가 큰폭으로 증가하면서 전년 대비 1.5% 상승한 5870억원이었다. 우리금융의 이자이익은 4.3% 늘어난 5조 8940억원, 수수료이익도 3.1% 늘어난 1조 1030억원이었다.

다만 저금리가 심화하면서 은행의 수익성에 직결되는 순이자마진(NIM)은 하락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4분기 NIM은 전분기보다 0.07%포인트 낮아진 1.46%였고 KB국민은행은 1.61%로 전분기보다 0.06%포인트 낮아졌다. 하나은행 1.41%, 우리은행은 1.37%로, 전분기보다 각각 0.06%포인트, 0.03%포인트 낮아졌다.

계열사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 4391억원으로 신한은행(2조 3292억원)을 제치고 순익 1위를 차지했다. 하나은행은 2조 1565억원, 우리은행은 1조 5408억원(자회사 이전 효과 감안 시 2조원 수준)을 기록했다.

증권 등의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도 대체로 좋아졌다. KB금융 계열인 KB증권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44% 증가한 2579억원이었다. 하나금융투자도 84.3% 급증한 280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올해 경기 불황과 부동산 규제 강화 등으로 업황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융사들은 은행보다는 비은행 계열사의 역량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지난 6일 실적설명회에서 “유가증권 확대, 카드사, 증권쪽의 이자이익 부문을 확대하고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등 자본시장 중심으로 실적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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