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0일 홍익대의 풍경(왼쪽)과 이달 22일 ‘홍대 사태’ 해결 후의 모습(오른쪽)이 비교된다. 왼쪽은 농성이 이루어지던 문헌관 앞의 모습. 현수막과 대자보 등으로 어지럽다. 오른쪽은 농성 시 붙었던 현수막과 대자보가 깔끔하게 정리된 문헌관의 모습. 졸업생과 하객들로 붐비는 모습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노조 일처리 아쉬워”… “학교 측은 끝까지 협상 거부”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집단해고에 항의해 지난 1월 3일부터 농성을 벌여온 홍익대학교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49일 만인 지난 20일 노사합의를 이끌어내며 ‘홍대 사태’는 일단락됐다.

포근한 날씨 속에 졸업식이 치러진 22일 홍대 교정은 사람들로 북적이며 한껏 들뜬 분위기였다. 기자가 농성이 한창이던 지난달 20일 찾아왔을 때는 매서운 대한 추위 속에 고용승계와 처우개선을 외치는 현수막과 대자보들이 가득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서비스노조 서울경인지부(서경지부)는 새 용역업체 아이비에스(IBS)와 협상 끝에 홍익대 노동자 전원의 고용승계를 이끌어냈다. 또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를 명문화하고, 미화직은 시급 4450원, 보안직은 시급 3560원을 받게 됐다. 식대도 월 9천 원에서 5만 원으로 인상됐다.

지난 21일부터 정상근무에 들어간 홍대 노동자들은 “한 시간 일찍 퇴근하고 버스를 타니 앉을 자리도 있고 좋더라” “아침부터 하던 잡일이 없어져서 마음이 편하다”며 우선 달라진 근무여건으로 즐거운 표정이었다. 임금도 인상되고 휴식도 취할 수 있게 되는 등 개선된 처우는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며 싸워 얻은 성과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요구가 다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다. 100% 고용승계 부분도 그렇다. 처음 해고됐던 170여 명의 인원에서 이직 등으로 자리가 비는 부분에 추가채용이 없었다. 노동자들은 기존 인원으로는 청소 용역을 담당하기에 벅차 증원을 요구했었다.

구내경비전임 김상진(59, 가명) 씨는 “결과적으로는 인원이 줄었고, 임금인상 부분도 빠진 인원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올려준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노조가 이뤄낸 부분이 많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우리들이 처음부터 강력하게 요청했던 몇몇 사항이 이뤄지지 않은 건 불만”이라고 말했다.

경비노동자들은 힘들게 농성을 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불화가 잦았던 현장관리소장 등이나 농성 시 학교 편에 서서 회유 등을 한 사람 모두 똑같은 조건으로 고용된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다.

김 씨는 “차라리 처음부터 우리의 요구에 대해 ‘그 부분은 들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면 괜찮았을 것”이라며 서경지부가 처음에는 들어줄 것처럼 약속해놓고 마지막 협상에서 “들어줄 수 없다”고 말해 사람들의 반발을 샀다고 말했다.

평경비원 박대형(60, 가명) 씨는 “그때 모두 기뻐하는 분위기라 더 따질 수 없어 그만뒀지만 노조가 조금 더 일처리를 잘해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섭섭한 감정을 내비쳤다.

김 씨는 “이번에 얻은 성과가 많지만 학교 측은 끝내 협상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 총학생회 또한 끝까지 냉랭한 반응이었다는 점은 아쉽다”고 말하면서 “복리후생 등의 문제를 포함하여 해결해야 할 부분이 아직 남았다”며 앞으로 노조가 할 일이 많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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