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부터 월간 글마루에서 연재하고 있는 ‘남한지역 고구려 유적 답사’ 시리즈를 천지일보 온라인을 통해 선보입니다. 우리의 역사를 알고 더욱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과거 연재시기와 현재 노출되는 기사의 계절, 시간 상 시점이 다소 다른 점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충주시립박물관 고구려비 전시관 내 안악 3호분 벽화의 250여 명으로 구성된 대행렬도를 재해석한 코너
충주시립박물관 고구려비 전시관 내 안악 3호분 벽화의 250여 명으로 구성된 대행렬도를 재해석한 코너

국원에 꽃핀 신라 제2 수부 ‘중원경’

신라 진흥왕(眞興王)은 고구려 땅인 탑평리 일대를 장악하고 매우 중시했다. 장준식 박사(충북문화재연구원장)는 논문을 통해 이 일대를 국원소경의 고지(古址)로 해석했다. 인근 누암리에서 찾아진 신라 통일기 고분군과 탑평리 절터 주변의 많은 건물지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필자도 이 견해에는 동의하며 가장 유력한 초기 국원소경의 고지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탑평리 일대는 비만 오면 수재가 많이 드는 곳으로 증가하는 취락과 인구를 수용하기는 적합하지 않은 곳이다. 삼국통일 이후 문무왕 시기에 와서는 보다 넓은 지역이 필요했을 것이다. 충주시 안림동은 문무왕 시기 구축한 남산성(南山城) 바로 아래 동네로서 현재 토성의 유구가 남아 있다.)

진흥왕은 탑평리 일대를 고구려로부터 빼앗아 소경을 설치했다(<삼국사기> 권 제35 잡지 제4 지리2 中原京 本高句麗國原城 新羅平之 眞 興王 置小京). 그리고 가야세력을 집단 이주시켜 방어토록 했다. <삼국사기> 열전에 등장하는 신라 통일기의 문장가였던 강수(强首)는 자신은 본래 임나가야 출신이며 중원경(中原京) 사량인(沙梁人)이라고 했다. 또한 우륵과 같은 가야계 백성을 거주케 하여 예능을 장려했음도 주목된다.

진흥왕은 한강 지배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군사들을 독려하여 계속 한강 상류로 진출했다. 용감한 망명 가야 왕자인 김무력(金武力)을 앞세워 한강지배를 완성하는 것이다. 탑평리 일 대는 바로 신라의 북방 공략 제일 전초기지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국원소경이 중원경(中原京)이라는 이름으로 개명된 것은 언제일까. <삼국사기> 잡지 지리지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문무왕 때에 성을 쌓았는데, 둘레가 2592보(步)였다. 경덕왕이 중원경(中原京)으로 고쳤다. 지금(高麗)의 충주(忠州)이다(文武 王時 築城 周二千五百九十二步 景德王改爲中 原京 今忠州).’ 경덕왕 이전에는 국원경 혹은 국원소경으로 불렸던 것이다.

국보 제6호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
국보 제6호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

탑평리 절터에는 통일신라 중원경 시대의 유물인 국보 제6호 7층석탑(中原塔坪里七層石塔)이 남아 있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속설에는 중원의 왕기를 누르기 위해 이 석탑을 쌓은 것 이라고 하는데 그 속에는 신라에 대한 중원지역의 민심을 아우르는 비밀이 숨겨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785년경, 신라 문성왕대(文聖王代)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한다. 이 탑은 높이 14.5m 화강암을 다듬어 만들었으며 현존하는 신라의 석탑 중 최고(最高)의 것이다. 기단은 각부를 수매의 석재로 쌓았으며 상·하층 기단 모두 면석에 탱주(撑柱) 4주(柱)씩을 세웠다. 탑신부 역시 각부를 수매의 석재로 구성했으며 상층으로 올라갈수록 체감되었다.

상륜부는 노반을 2중으로 만들었는데 그 위에 복발(覆鉢)·앙화(仰花)만이 남아 있다. 세부 수법에 있어서 약식(略式)과 섬약한 경향이 보이며 전체적인 형태도 높이에 비해 너비의 비례가 적어 지나치게 고준(高峻)한 느낌이다. 글마루 취재반은 탑평리에 세워진 충주시립박물관을 돌아보았다. 소장품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탑평리 절터 출토인 고구려와 당들이다. 삼국 복합문화를 대변하는 유산으로 가장 힘 있고 아름다운 예술품이다. 이곳에 가야만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최고의 고구려 유물이다. 오늘따라 와당들은 이글거리고 타 오르는 태양처럼 가슴에 와 닿는다. 분명 고구려는 우리 한국민족의 역사이자 대륙을 제패 했던 강자가 분명했다.

장미산성에서 발견한 삼국시대 와편들
장미산성에서 발견한 삼국시대 와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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