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 들어서 제도와 관행이 달라지거나 없어지거나 새로 생긴 게 참으로 많다. 그중에서도 현 정권과 그 실세들 보호차원에서 검찰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오랜 관행을 깨고 없어지는 게 있다면 피의사실 공표와 포토라인이다. 물론 긍정과 부정의 측면이 있으니 제도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왜 현 정권 실세들부터 적용되는 것이냐다. 그런 가운데 추미애 법무장관이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청와대 선거개입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지 말라는 지시가 이 문제에 다시 불을 지폈다. 공소장은 국회가 요구하면 제출하는 것 역시 법적‧관행적으로 당연한 절차였다. 물론 제출하지 않는다 해서 불법은 아니다. 직전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 관련 공소장은 제출했으면서 유독 청와대 선거개입 건에 한해서 인권(사생활) 보호차원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가로막고 나선 것이다. 경중(輕重)을 논하기도 어렵지만, 개인의 인권 못지않게 국민들의 알 권리 또한 중하다.

현 정권은 국회 공소장 제출 제도를 노무현 정부 때 시행된 큰 성과 중 하나로 자평해 왔다. 그렇기에 국민들은 더욱 혼란스럽다. 결국 노무현 정신을 이어받았다는 정권이 자신들의 유불리라는 계산대 앞에서는 원칙도 정신도 헌신짝처럼 버려버리는 비열한 세력임을 스스로 들어내고 말았다.

추 장관은 ‘이 사건부터 적용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왜 답을 못하는 것일까. 참모들의 만류도 묵살하고 지시한 데는 분명 말 못 할 복잡한 사정이 있다는 얘기다.

국민들은 시간을 끌어 총선 전 공개하지 않겠다는 현 정권과 추 장관의 얄팍한 계산을 이미 읽고 있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속담처럼 추 장관의 추한 지시는 오히려 금번 선거에 결정적 악영향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자기 꾐에 자기가 빠진 격이며, 도끼로 제 발등을 찍은 심대한 패착이 되고도 남을 일이다.

결국 검찰이 넘겨주고 법무부가 신주단지 모시듯 움켜쥐고 있는 공소장의 공소 사실이 거짓이 아닌 사실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고, 국민들에게 밝히 일러준 꼴이 됐다.

국민들은 묻고 있다. 이것이 ‘검찰개혁’이고 이것이 ‘공정’인가 하고 말이다.

추 장관이 감추고 싶은 공소장 속에는 청와대가 선거에 개입했다는 내용이 적나라하게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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