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교수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후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국가의 의무가 중요한 이슈가 됐다. 이 사건이 천재지변에 해당할 정도의 인재사고였는지 여부를 떠나서 안타깝게도 많은 국민이 구조를 받지 못하고 생명을 잃었다는 것에 대하여 국가가 의무를 다하였는지 논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헌법은 천재지변이든 인재이든 그 원인을 불문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대한 지켜야 할 의무를 국가에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안전과 관련해 헌법을 보면 여러 곳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먼저 헌법 전문에는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 확보를 규정하고 있으며, 헌법 제34조 제6항에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해 재해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노력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런 헌법 규정들을 근거로 하여 국민의 안전권을 하나의 기본권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지만 헌법으로부터 안전권이란 기본권을 도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그리고 헌법으로부터 안전권을 기본권으로 도출한다고 해도, 안전권의 보호법익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즉 안전권을 하나의 기본권으로 인정한다고 해도, 안전이란 개념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안전을 단순히 생명의 안전이라고 한다면 생명권에 포섭될 것이고, 신체의 불훼손을 의미한다면 신체의 자유에 포섭될 것이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안전권이란 독립된 기본권을 인정할 이유가 없어진다.

그런데 산업이 발전하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인간의 삶은 양보다 질을 추구하게 되고, 자연환경의 변화와 환경오염은 인간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자연환경의 변화로 인해 빈번하게 발생하는 천재지변이나 각종의 재해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위험의 정도를 점점 커지게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회환경의 변화는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데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대 헌법에서 사회국가원리는 국민의 생존과 안전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를 국가에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 사회국가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국민에 대해 국가가 지원해야 할 의무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뿐만 아니라 사회공동체에서 발생하는 각종의 위험적인 현상에 적절하게 대처해야 할 국가의 의무도 포함한다. 즉 국가는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현대산업사회에서 발생하는 각종의 재해로부터 위험을 방지하고 재해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과제를 갖는다.

헌법 제34조 제6항은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산업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의 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를 국가에게 부여하고 있다. 이에 근거하여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 및 안전을 위협하는 다양한 요소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보호해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는다. 특히 국가는 환경영역에서 잠재적 위험원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갖는다. 그리고 국가는 이를 위해 관련 입법을 통해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국민의 안전권을 보호하기 위해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재해구호법’ 등 관련 법률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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