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 거의 절대 다수인 80~90%가 마스크를 하고 외출하고 있다. 일찍이 이런 경우는 없었다. 국민 불안감이 그 만큼 커진 결과다.

신종 코로나 사태를 맞아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정부 내에 부서 간 혼선도 한몫 했다. 왜 문제가 불거지는지 면밀히 살펴서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른 때와 비교할 때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정부가 발 빠른 행동에 나서게 된 것은 메르스 사태의 경험이 작용한 것이다. 메르스 참사가 없었다면 정부의 대응 태도는 이전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만약 ‘신종 코로나’가 우리나라에서 발병하고 중국처럼 확산됐다면 감당할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도 감염증 전문 병원과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 역학조사관을 비롯한 감염관리 인력이 부족한 탓에 대혼란이 야기되고 비극이 재현됐을 것이다.

메르스 참사 때 방역인력 부족 문제가 떠올랐다가 메르스가 사라지자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말았다. 전염병이 또 발생하자 문제로 다시 떠올랐다. 국가 운영이 어떻게 되고 있는 것인가? 소 잃을 때만 ‘외양간이 문제다!’ 하고 외치는 꼴이다. 소 잃고 외양간 안 고치는 행태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역학 업무 전문성을 인정받은 중앙 역학조사관은 43명뿐이다. 그나마 25% 이르는 11명이 결원상태다. 지역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메르스 참사 직후인 2015년 7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광역지자체에 역학조사관을 2명 이상 두기로 했다. 그마저도 채우지 못하는 지자체가 세 곳이나 된다.

한 해에 1천만명의 외국인이 입국하는 인천광역시는 시 소속 역학조사관이 단 1명도 없다.

광역 지자체의 인구가 수백만에서 천만에 이르는 점을 생각할 때 2명은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다. 역학조사관이 가장 필요한 시군구와 보건소는 아예 의무 인력 규정도 없다. 이들 기관에서 역학조사관을 배치하는 법률적 근거를 만들어 달라고 해도 대답 없는 정부와 국회였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내팽개치는 모습에 다름 아니다.

신종 코로나 사태를 맞아 정치권 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정부 때리기에 여념이 없고 여당 역시 한국당을 몰아세우고 있다. 이들 두 정당이 힘을 합치면 어떤 감염증도 두렵지 않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힘을 합쳐 공동 대응할 것을 권하고 싶다.

한국당은 역학조사관 충원을 포함한 공무원 증원 예산안을 삭감했다. 그 결과 역학조사관의 충원은 제자리걸음이다. 자신의 반대로 역학조사관을 포함한 검역인력 충원이 지체되었음에도 신종 코로나사태가 터지니까 시스템이 문제라면서 정부를 성토하고 나섰다. 시스템 확충에 제동을 건 장본인이 시스템 확충 탓을 하면서 정부에 화살을 돌리고 있으니 후안무치한 행태가 아니고 무엇인가?

한 가지는 분명히 하자. 한국당은 역학조사관 충원을 포함한 공무원 증원 예산안에 강력히 반대하고 예산 삭감한 행동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역학조사관 충원의 절박성을 인정하고 충원작업에 발 벗고 나서라. 한국당이 스스로 반성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지만 스스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길을 찾을 수 있다. 지금 다른 세력과 통합을 통해 큰 세력을 만들어내려 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다. 과거의 잘못에 대해 특히 안전 문제에 대한 발목잡기와 무대책의 행태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여야는 정쟁할 시간에 역학조사관 등 방역 인력 충원과 ‘격리시설’ 확보에 나서야 한다.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충원을 해서 신종 코로나 확산은 물론 새로운 감염병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 앞으로 감염병이 새로 발생하거나 확산되는 경우 감당할 수 없다.

확진자와 접촉자, 증상자가 늘고 있어 역학조사관들과 방역을 책임진 사람들은 극심한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방역 책임자의 생명과 건강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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