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로버츠 미국 대법원장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 남용 및 의회 방해 혐의에 대한 탄핵 심판을 종결하고 있다. 이날 상원에서 탄핵 심판을 주재한 로버츠 대법원장은
존 로버츠 미국 대법원장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 남용 및 의회 방해 혐의에 대한 탄핵 심판을 종결하고 있다. 이날 상원에서 탄핵 심판을 주재한 로버츠 대법원장은 "피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무죄로 판단한다"라고 밝힘으로써 4개월에 걸친 '트럼프 탄핵' 절차는 종결됐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탄핵안이 5일(현지시간) 미 상원에서 최종 기각되면서 탄핵 정국이 막을 내렸다.

지난해 9월 24일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 개시를 발표한 지 134일,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이 지난해 12월 18일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지 49일 만이다.

공화당이 다수당인 상원에서 탄핵안 부결은 예견된 결과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상원은 이날 오후 4시 본회의를 열어 권력 남용과 의회 방해 두 가지 탄핵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했다. 투표 결과 두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권력 남용 혐의의 경우 52대 48로, 의회 방해 혐의는 53대 47로 각각 무죄 판결이 났다. 현재 상원의 여야 의석분포는 53대 47로, 탄핵을 둘러싸고 두동강으로 쪼개진 미국의 극심한 국론 분열 양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결과다.

다만 밋 롬니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권력 남용 혐의에서 찬성표를 던지며 이탈했다. 롬니 의원은 미국 정치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안을 찬성한 여당 상원의원으로 기록됐다.

이번 상원 탄핵심리는 증인 채택 없이 속전속결로 진행되면서 싱겁게 종지부를 찍었다.

상원 탄핵심리 막바지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對)우크라이나 군사 원조 및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 연계를 원했다는 ‘폭탄 증언’이 담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내용이 일부 공개되며 뇌관으로 부상했지만 볼턴 역시 증인채택이 부결됐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란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잠재적 대선 라이벌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수사를 종용하면서 이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와 연계했다는 의혹이다. 이른바 ‘퀴드 프로 쿼(대가성 거래)’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1868년 앤드루 존슨, 1998년 빌 클린턴에 이어 하원의 탄핵을 받은 세 번째 미국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탄핵 리스크가 사라지며 재선 가도에 탄력을 얻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탄핵안 부결이 확정된 뒤 트위터에 “탄핵 사기극에 대한 우리나라의 승리”라고 규정했다.

AFP통신은 공화당 내 일부의 노골적인 반대를 뚫고 공화당 후보로 지명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탄핵 정국을 돌파함에 따라 당원들을 완전 장악하고, 자신에 대한 충성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고 평했다.

한편으로는 이번 탄핵을 통해 양당 및 국론 분열의 깊이가 재확인됐다는 평이 나온다. 공화당과 민주당 간의 깊은 분열은 결국 의회의 기능마저 망가뜨렸다고 AFP는 지적했다.

2019년 민주당이 다시 하원을 탈환한 뒤 수백건의 안건을 통과시켰지만 이들 안건은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 가로막힌 상황이다.

특히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것이 상황을 악화시키며 양당 간의 타협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로 치달았다.

AP통신은 “탄핵심판에서는 무죄를 받았으나 ‘우크라이나 대하소설’이 끝나려면 멀었다”고 전했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한 새로운 사실이나 증거, 증인이 나오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이러한 상황은 오는 11월 대선 때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제 정국이 ‘포스트 탄핵’ 국면에 접어들면서 11월 13일 대선을 놓고 ‘트럼프 vs 반(反) 트럼프’ 진영 간 2라운드 대결이 시작됐다.

면죄부를 얻은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을 향해 지난 대선 패배를 엎으려는 ‘마녀사냥’을 그만두라는 공세를 펴면서 재선 가도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 혐의가 무죄로 입증됐다는 주장을 내세워 더 거친 공격에 나설 전망이다.

민주당도 이번 결론이 ‘불공정 재판’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사실상 불복 분위기 속 대선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펠로시는 이미 ‘포스트 탄핵’ 정치의 실마리를 캐냈다”며 향후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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