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리동 소재 떡볶이 집. ⓒ천지일보(뉴스천지)
순대·내장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천지일보=백하나 기자] 오르기만 하는 물가가 도무지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메뉴판 가격은 올리면 다시 내려오지 않는 것이 관례. 가계는 적자인데 손님이 줄어들까 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인들의 시름이 깊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만리동 시장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물가가 징그럽다’고 하소연을 늘어놨다.

분식점 주인 박모(66) 씨는 “설탕 밀가루 간장 야채 등 분식집에서 쓰는 음식들 가격이 안 오른 게 없다”며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고 깊은 시름을 토했다.

특히 박 씨는 “인기 메뉴인 순대 내장은 없어서 못 판다. 어쩔 수 없이 지난주부터 순대 한 접시 가격을 1000원 올린 3000원에 팔고 있다”고 전했다.

박 씨 등 상인 말에 따르면 분식업체가 주로 소비하는 돼지고기·곱창·간 등은 구제역 여파로 물건이 딸려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내장은 외국산도 없는 데다 도축장에서 가축을 20~30%만 도살을 하고 있어 물건을 받는 하청업체도 분식집에 얼마씩 떼 주며 배급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곱창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얼마 전부터 곱창을 받으려면 며칠씩 기다려야 한다. 그나마 쥐꼬리만큼 들어오는 곱창도 ‘배급식’으로 타야 해서 물건이 없는 날은 아예 가게를 접고, 늘 문을 열던 일요일도 문을 닫고 들어 앉아 있는 판국”이라고 전했다.

사실상 상인들은 가격을 올리거나 양을 줄여야 하는 데도 배고프고 돈이 없는 학생이 주요 고객이다 보니 쉽게 메뉴판을 수정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분식점 주인 김모(41) 씨는 “당장 가격을 올리면 아예 손님 발길이 끊긴다”며 “그렇다고 부실한 야채를 쓸 수 없는 게 확실히 부실한 제품은 내놓아도 푸짐하지 못해 좋은 제품만 골라 쓰고 있어 타격이 더 크다”고 하소연했다.

만두 전문점을 운영하는 박옥재(50)·정순례(47) 부부는 1명 봉급 수준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박 씨는 “만두에 들어가는 야채며 간장 등은 1년 전에 비해 절반 이상 뛰어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며 “물가가 잡힐 것을 기대해 당분간은 가격을 올리지 않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21일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생활필수품 가격 정보 사이트 T-price에서 생필품 79개 품목 중 49개 품목이 인상됐다고 밝힌 가운데 야채 육류 공산품의 주 소비층인 분식 업체의 체감 경기는 더욱 얼어붙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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