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오른쪽) 미 하원의장이 4일(현지시간) 미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 중 그의 연설문을 찢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연설문을 펜스 부통령에게 전달할 때 펠로시 의장이 청한 악수를 무시했는데 탄핵을 둘러싸고 대립각을 세워온 두 사람은 이날도 이런 식의 신경전을 벌였다. (출처: 뉴시스)
낸시 펠로시(오른쪽) 미 하원의장이 4일(현지시간) 미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 중 그의 연설문을 찢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연설문을 펜스 부통령에게 전달할 때 펠로시 의장이 청한 악수를 무시했는데 탄핵을 둘러싸고 대립각을 세워온 두 사람은 이날도 이런 식의 신경전을 벌였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하원 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의회 형식의 국정 연설을 통해 자신의 치적을 한껏 내세우며 재선 행보를 가속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 유·무죄 최종 표결을 하루 앞둔 가운데 이뤄진 국정연설 80분 동안 ‘탄핵’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초반부터 일자리 창출과 낮은 실업률, 미국 증시의 지속적인 상승세, 중국과의 무역 합의 등 자신의 경제적 치적을 내세우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년 전 우리는 ‘위대한 미국의 귀환’에 착수했다”면서 “오늘 저녁 나는 놀랄만한 결과를 공유하기 위해 여러분 앞에 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자리 붐이 일어나고, 소득은 급증하고, 빈곤은 급감하고 있다. 범죄율은 떨어지고, 자신감은 커지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번영하고 다시 크게 존경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공화당 의원들은 수시로 일제히 기립해 함성과 박수로 화답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외면하거나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의 탄핵 심판을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악수를 위해 내민 손을 못 본 척 외면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을 겨냥한 듯 “이 회의장에 있는 130명이 넘는 의원들은 수백만 명의 불법 이민자들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해 우리나라를 파산시킬 법안을 지지했다”면서 “우리는 결코 사회주의가 미국의 건강보험을 파괴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연설원고를 찢어 책상에 던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연단을 내려왔다.

펠로시 하원 의장을 비롯해 민주당 상당수의 여성 의원들은 작년 국정연설 때와 마찬가지로 흰색 의상을 입고 참석했다. 이는 20세기 초 영국에서 여성 참정권 운동을 벌인 여성들인 ‘서프러제트’를 상징하는 색이다.

이날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는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깜짝 손님으로 참석했다.

또 2018년 캘리포니아에서 체포됐다 풀려난 불법 이민자에 의해 살해된 희생자 가운데 한 명인 로키 존스의 형제 조디를 일으켜 세워 “우리는 당신이 정의를 가질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며 불법 이민 문제를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21주 6일 만에 태어나 생존한 2세 소녀(엘리 슈나이더)를 품에 안은 엄마 로빈을 일으켜 세워 축하의 말을 전한 뒤 “내가 오늘 밤 의회에 후기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두 차례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언급하고 탈북 인권운동가까지 초청했던 때와 다른 모습으로, 최근 북미 대화 교착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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