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은영 기자] 트로트가수 나일강씨가 2일 천지일보 본사에서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나일강씨는 최근 ‘나일강의 기적’을 발표하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천지일보 2020.2.5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트로트가수 나일강씨가 2일 천지일보 본사에서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나일강씨는 최근 ‘나일강의 기적’을 발표하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천지일보 2020.2.5

‘강병철과 삼태기’ 초창기 멤버

사업실패로 서울역 노숙자로도

대형버스 직접 몰며 홍보 나서

“인생철학 목소리에 실어 노래”

[천지일보=박혜민 기자] “세계에서 가장 긴 강 ‘나일강’처럼 오래 가수를 하고 싶어 ‘나일강’이라 했죠.”

트로트 가수 나일강(60, 본명 김형완)은 ‘강병철과 삼태기’ 초창기 멤버로도 활동했지만 오랜 세월 가요계를 떠나 잊혀졌던 원로급 신인가수(?)다. 몇 년 전 ‘잔치국수(조영창 작사, 홍성욱 작곡)’ ‘충청도의 사나이(이재준 작사)’ 등으로 재기했다. 최근 발표한 ‘나일강의 기적’은 지난해 말 가수 설운도에게 선물받은 곡이다.

나일강의 범람은 토지 유실 등 많은 피해를 줬지만 역설적으로 토지를 비옥하게 만들었다. 이름처럼 나일강을 닮아서일까. 긴 역경을 딛고 삶도 노래도 깊어진 그를 만났다.

◆‘노래’ 순탄치 않았던 삶의 친구

가수 나일강의 삶은 어려서부터 순탄치 않았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 후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이사를 10번 넘게 다닐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렸다. 당시 그런 그에게 노래는 유일한 친구이며 위안이었다.

노래를 잘했던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서울 종로구의 한 사무실에서 오디션을 봐서 합격했다. 수 주간 훈련을 받고 노벨극장과 아마존 등 밤무대 무명가수로 데뷔했다. 그 무렵 50여년 동안 ‘노래 시인’으로 불린 유명 작사가 고(故) 정두수씨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딸만 3명 있는 정씨의 양아들이 됐다. 군대에 가기 전까지는 1978년부터 1981년까지 ‘강병철과 삼태기’ 초창기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가요계 현실에 염증을 느꼈던 그는 군에 입대하면서 자연스레 자취를 감추게 됐다.

바닥까지 내려갔다 다시 가수의 길로

전역 이후 가요계에 복귀하지 않고 사업을 시작했다. 1986년 지인의 소개로 철제가구 파란들 가구의 공장을 운영했다. 한때 그의 공장은 직원이 120명이 넘을 정도로 번창했다. 당시 국내 대기업에 가구를 납품할 정도였다.

1991년 옆 공장에 불이 나 그가 운영하던 가구 공장에도 불이 번지는 바람에 한 순간에 거리로 나앉게 됐다. 이후 9가지 사업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서울역에서 노숙자 생활도 한달 반 가량 했다. 일주일 간 배를 곯으며 물만 먹고 지내기도 했다. 실패를 경험할 때마다 극단적인 생각도 했다. 그럴 때마다 노래를 부르면서 재기를 꿈꿨다.

“당시 나를 지켜 준 것은 노래였어요. 노래를 해야만 용기가 나고 힘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기타를 들고 산과 강을 많이 돌아다녔죠.”

그는 수많은 실패의 과정을 통해 인생의 답을 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겪어야 대화가 됩니다. 그런 인생철학이 내 안에 있어야 그걸 목소리를 통해 표출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겪어야 비로소 노래의 맛이 나온다고 봐요.”

이와 더불어 긍정적인 사고와 된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적처럼 탄생한 ‘나일강의 기적’

2015년 8월 15일 독일에서 열린 광복 70주년 기념행사에 러브콜을 받게 됐다. 1600명의 관객 앞에서 노래하며 자신감을 얻은 그는 가수 활동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이후 신나는 잔칫날의 분위기를 묘사한 ‘잔치국수(조영창 작사, 홍성욱 작곡)’ 외에도 충청도 남성의 기상을 그린 ‘충청도 사나이(이재준 작사, 홍성욱 작곡)’, 남자다운 호쾌한 분위기의 ‘사랑은 논스톱(김유한 작사, 홍성욱 작곡)’ 등을 발표하며 주목 받았다.

최근 그의 대표곡이 된 ‘나일강의 기적’은 가수 설운도씨가 선물한 곡이다. 설운도와의 인연은 고1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안동에 신답극장이 있었어요. 고1 때 그곳에서 한두달 일을 했는데 설운도씨가 그곳에서 노래를 했어요. 그때 인연이 됐습니다. 지난해 12월 방송국에서 우연히 만나 ‘형, 나일강인데 나일강 노래 한곡 만들어줘’라고 부탁했더니 흔쾌히 만들어준 곡입니다. 정말 기적처럼 탄생했죠.”

최근 트로트가수 나일강씨가 자신의 얼굴이 코팅된 45인승 대형버스를 직접 몰며 홍보에 나선 모습. (제공: 트로트가수 나일강씨) ⓒ천지일보 2020.2.5
최근 트로트가수 나일강씨가 자신의 얼굴이 코팅된 45인승 대형버스를 직접 몰며 홍보에 나선 모습. (제공: 트로트가수 나일강씨) ⓒ천지일보 2020.2.5

◆45인승 대형버스 직접 몰며 홍보

최근 그는 45인승 대형버스를 직접 몰며 홍보에 나서 화제를 낳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대형면허를 따고 대형버스를 사서 홍보활동을 했다. 대형버스에 제 얼굴을 코팅했다”며 “홍보 효과는 대단했다. 인터넷으로 확인하는 사람, 사진 찍는 사람 등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버스를 타고 봉사활동도 다니고 있다.

“주위에 힘들게 사시는 분들이 많아요. 제가 어려운 생활을 해 보니 더 절실히 알게 됐습니다. 지난해 노인분 40여명을 버스에 태우고 제주도로 여행도 다녀왔죠.”

한 달에 한 번 노인들을 위한 무료공연도 하고 있다.

올해는 노래 홍보는 물론 봉사활동에도 더욱 힘쓸 예정이다.

이집트인들에게 나일강의 범람은 양면의 칼이었다. 저주 같았던 나일강의 범람을 이겨내는 과정이 이집트를 고대 문화와 수학, 역학, 천문학의 강대국으로 이끌었다. 우리는 이를 ‘나일강의 기적’이라 부른다.

사람 팔자 이름 따라, 가수는 노래 따라 간다고 한다. 굴곡진 삶을 이겨낸 가수 나일강은 더 넉넉해지고 더 깊어졌다. 그의 노래 ‘나일강의 기적’처럼 ‘해 뜰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강물은 흘러 흘러 흘러 나일강으로 간다 간다/인생도 흘러 흘러 흘러 세월의 강을 따라 간다/청춘도 한번 가면 다시 못 오고 꽃잎도 지고 나면 그만인 것을/ 무엇을 망설이나 그대여 한 번 뿐인 우리 인생/멋지게 살아 보자 인생 별거 아닌 거야/힘들다 생각 말고 다시 한 번 뛰는 거야/내일은 해가 뜬다 우릴 위해 해가 뜬다 내 인생 후반전 이제부터 시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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