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시론] 공염불에 지쳐가는 대한민국
[천지시론] 공염불에 지쳐가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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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염불(空念佛)이라는 말이 있다. 신심(信心)이 없이 입으로만 외는 헛된 염불 혹은 실천이나 내용이 따르지 않는 주장이나 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러니 공염불을 함부로 외쳤다가는 본전은커녕 사람들에게 신뢰를 잃게 된다.

물론 사람이 살다보면 뒤도 생각하지 않고 큰소리부터 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지만 이도 한두 번이지 도를 넘게 되면 자신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주게 된다. 그렇다면 이 공염불을 가장 많이 남발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매번 선거 때마다 지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선심성 지역공약이 활개 치는 것을 보면 공염불은 여타의 다른 곳보다 선거바닥에서 그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나 출신지역이나 국가 발전을 꾀한다는 명목으로 시작하는 국책사업의 경우 꿈보다 해몽이 좋고, 빛 좋은 개살구가 되는 일이 적지 않으니 참으로 답답할 나름이다.

얼마 전 한 방송에서는 수조 원 대 세금이 투입되고도 책임지는 이 없는 국책사업의 실태를 중점적으로 다루기도 했으니 그 심각성을 유추할 만하다.

현 정부 들어서 중점적으로 다루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세종시와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대형 국책사업과 같은 경우는 초반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이들 국책사업이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차원이라기보다 유력 정치인과 특정 지역 안배 차원에서 입지가 결정됐다거나 정책이 수정․ 보완됐다는 등의 반발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기는 한다지만 국책사업에까지 팔을 안으로만 굽히려 한다면 반발은 당연한 결과라고 본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유치 공약과 같은 경우는 세종시 수정안이 무산된 이후 충청권 민심이 폭발한 사건으로 공염불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표심을 얻기 위한 공약 남발이라는 비판은 물론 국책사업을 이용한 예산 나눠먹기라는 비난까지 쏟아지고 있으니 무엇이 진정한 국익을 위한 국책사업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두고 펼쳐지는 유치전쟁은 국익보다는 지역의 이익을 위한 유치활동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로 유치전이 치열하다 못해 마치 싸움터를 연상시킨다. 국책사업이 국익보다는 지역발전이 먼저요, 지역발전보다는 개인의 이익이 먼저가 되어버린 것이다.

현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4대강 사업도 시시비비가 끊이지 않는 국책사업 중 하나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 저마다 생각이 다르니 찬성도 반대도 납득이 갈만한 대안이나 주장을 내놓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이다.

SBS ‘뉴스추적’은 이해관계와 정치논리에 20년 넘게 표류중인 새만금 방조제 사업과 철저한 계획 없이 추진돼 결국 흉물스럽게 방치된 경기도 화성의 ‘상리터널’ 등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무책임한 선심성 공약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간 대형 국책사업의 심각성을 꼬집었다.

급기야는 참여정부 시절 추진된 ‘혁신도시’ 계획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참여정부는 주택공사의 본사를 경남 진주로, 토지공사의 본사를 전북 전주로 이전할 계획이었지만 2009년 주택공사와 토지공사가 LH로 통합되면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진주와 전주는 유치할 경우를 대비해 진행하던 공사를 중단했으며, 1년째 계속되는 LH유치전에 주민들만 지쳐가는 현실이다.

여러 정황이 있겠지만 이러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당장의 이익을 위해 지키지도 못할 공약을 남발한 탓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선이라는 눈앞의 이익 앞에 공염불만 주구장창 외워대니 속는 것은 주민들이요, 애타는 것은 국민들뿐이다.

‘양치기 소년’에 대한 우화가 있다. 늑대가 나타났다는 거짓말을 해대다가 결국 진짜 늑대가 나타났을 때는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양떼를 다 잃게 됐다는 이야기는 결코 우화 속에만 등장하는 것이 아님을 목도하고 있는 현실이다.

말만 하고 실천할 줄 모르는 정부라면, 국익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나 국민들에게 폐해가 고스란히 돌아가는 국책사업이라면 애초에 입 밖으로 내뱉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

성경에 망대를 세우려고 할 때에 자기의 가진 것이 준공하기까지 족할지 먼저 앉아 그 비용을 예산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있다.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해 그 기초만 쌓고 능히 이루지 못하면 보는 자가 모두 “이 사람이 역사를 시작하고 능히 이루지 못하였다”고 비웃는다는 말씀이 있다. 지키지 못하는 공염불은 이제 그만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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