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인도네시아 숙소단 잠입의혹이 불거지면서 정부가 곤혹을 치르고 있다. 언론에서는 이미 국정원이 개입된 것으로 기정사실화 한 데다가 이를 바탕으로 정치권에서는 연일 국정원의 무능을 질타하고 있다. 국정원 개입이 사실이라면 정부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보안과 기밀이 중요한 국정원의 특성상 수사대상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목을 죄는 꼴이기 때문이다.

사건 당일인 지난 16일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이 머물고 있는 한 호텔에 신원 미상의 괴한 3명이 잠입했다가 들키자 도주했다. 이들은 호텔 CCTV에 포착됐고, 외부인의 접근을 알아채지도 못했다. 전문가의 솜씨라고 보기엔 허점이 많았다. 뒤늦게 이들이 국정원 소속 직원들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작전의 허술함’을 지적하는 정치권의 비판이 쏟아졌다. 작전이 실패할 경우 자칫 외교문제로까지 비화할 수 있는 상황인 데도 행동이 주도면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파문이 커지자 원인을 둘러싼 말들이 무성하다. 국정원과 국방부 간의 공 다툼설, 권력암투설 등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여당은 지난 정부 때 국정원의 기능이 약화됐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현 정권의 국정원장 측근 기용 문제가 원인이라고 맞서는 상황이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사건을 둘러싼 쟁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을 정치쟁점으로 몰고 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덮어두는 것도 옳지 않다. 국정원의 개입이 맞다면 정부는 적극 의혹해소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국정원이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근본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의 영입과 요원의 전문화가 그 핵심이다. 007영화에 나오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아마추어 같은 모습은 국정원의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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