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연 통섭예술인

안셀름 그륀은 “많은 이들이 이미 주어진 삶을 붙들 생각은 하지 않고, 정말 잘살 수 있을 ‘언젠가’를 위해 스스로 다그치곤 한다. 그들에게는 오늘이 그날을 위한 준비 기간일 뿐이다. 삶이란 매 순간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사는 사람은 현재도 이미 잘 살고 있는 사람이다.

살아가는 매 순간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자기 자신을 분노에 내맡기면 행복을 자기 손으로 파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중에 즐기면 된다곤 생각하고 무작정 미루는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고 시를 읊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바로 실행하라는 얘기일 것이다.

나는 요즘 SNS 시대에 맞게 여러 경로를 통하여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장수만세 시대의 길고 긴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나이를 먹는 것은 따뜻한 사회적 인간관계가 결정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따뜻한 인간관계는 자신과의 내면에서의 대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니키 드 생팔이 그랬다. 가수 존 레논이 정서야말로 지성이 장애물을 극복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하였지만 예술활동을 통한 정서 경험은 그야말로 인생 무기력의 치료제이다.

그 무기력을 치유하는 데 예술적 활동은 강력한 대안이 될 수가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즉, 예술 활동이 따뜻한 사회적 인간관계에 버금가는 효과가 있다는 얘기이다. 나는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예술 감각이 뛰어난 분들이 많음을 느낀다.

특히, 노년이 되어서 많은 분들이 예술적 끼를 발견한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다. 문학적 재치가 돋보이는 어느 60대 블로거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끼를 늦은 나이에 알게 되어 안타깝답니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그 끼로 즐거우니 행복하고 100세에 시집을 내신 일본의 여류작가처럼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답니다.” 70세가 넘어서 미술을 시작한 이달호 화가도 여기에 속한다.

우리나라처럼 주입식, 무의미한 무한경쟁 입시제도에서는 예술은 사치이고 특별활동이다. 그런데 예술은 개인의 정서를 총망라하여 다루는 사적 수단이며 그 정서를 공유하는 사회적 수단이다. 따라서 사치라고 치부하며 등한시한 그 예술이 결여된 인생은 불균형적인 인생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S대학의 음악대학에서 터진 직위해제 사건처럼 매일 발생하는 혐오스럽고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예술을 모르는 사람들에게서만 일어나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예술은 뇌가 발명한 것 중 가장 복잡하고 의미있는 활동이라서 거꾸로 예술은 우리 마음의 작용 방법과 그 원리를 묻는 풍부한 질문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잭 린치는 주장한다.

한편 영국의 연구자 세미르 제키는 창의성이란 이전에 다른 사람이 본 적이 없는 관계를 보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는 예술가들을 비롯한 창조자들의 뇌에는 보통 사람에게는 없는 어떤 연결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런 연결은 어느 정도 개발할 수가 있다고 본다.

즉, 우리 자신도 창의적 활동을 즐기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즉, 악기를 작동하는 게 아니라 악기를 연주하는 방법을 말이다. 그리고 색을 칠하는 게 아니라 색을 활용하는 방법을 말이다. 모든 사실은 우리가 이미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가 말했듯이 기도에 시간을 쏟기보다 배움에 시간을 투자하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들린다. 우리의 삶은 문제풀이의 연속이다.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가 삶의 품질을 좌우한다. 무엇을 원한다면 그 얻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아담 카헤인은 <통합의 리더십>이란 책에서 “문제 옆에서 야영하는 것’이란 문제를 열심히 연구한 뒤, 직관적인 통찰이 떠오르기를 기다리는 방식을 말한다. 진정한 혁신은 문제를 연구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나오지 않으며 오히려 한 발 물러나 우리의 무의식에게 일할 기회를 주고, 무의식이 내놓는 대답에 귀를 기울일 때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현실에 존재하는 많은 것들이 ‘연결하는 능력’인 상상력에서 비롯된다. SF연극 '로미오 지구 착륙기'에서 연출가인 장진은 상업영화에선 자제했던 사회 비판을 한껏 풀어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행접시가 떨어진 걸 국가 브랜드로 승화시킬 계획들이 좀 나와야 하는데. 아예 여기를 우주 특구 단지로 지정해서 우주산업, 우주관광지역 선포. 기왕에 온 거 앞으로 지구로 오는 모든 비행 접시 다 그냥 이쪽으로 오게 하는 거야, 죽이지?” 상상력을 맘껏 발휘하여 웃음을 선사하는 그는 관객으로 하여금 마치 대통령이 연극배우가 된 듯한 착각을 갖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성공하는 인생에 필수적인 ‘독서, 대화, 경험, 성찰’ 네 가지가 함께 어우러질 때 진정한 예술성이 발휘된다. 예술가가 되려면 배우고 학습하려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 바탕 위에 ‘나의 작품을 심판하는 것은 신이 하실 일이다. 나의 임무는 신에게 나의 작품을 보여드리는 일이다.’라는 신념과 자신감을 갖고 성찰을 하여야 할 것이다. 잘못하면 나의 인생이 UFO를 타고 미지의 우주로 방황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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