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세계경제 충격이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보다 4배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사스가 유행했던 2003년의 4배의 17%에 달하는 만큼 세계 경제에 더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이번 사태로 중국의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4.5%에 그쳐 1992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에 이어 홍콩, 한국, 일본 등의 순으로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경제가 연초부터 예기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란 블랙스완을 만난 셈이고 한국이 가장 큰 피해국이 될 것이란 얘기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사스 여파로 2003년 2분기 한국의 GDP는 1%포인트 타격을 입힌 것으로 추산했다. 2015년 발생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한국의 GDP는 0.2%포인트 타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 두 감염병으로 인해 우리경제는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한 바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올해 우리 경제가 최대 0.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이번 사태가 지난해 경제성장률 2.0%로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이후 올해 2.4% 반등을 기대하는 정부의 전망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실제로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현지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국내 산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당초 2월 2일까지였던 중국의 춘절 연휴가 이번 사태로 9일(우한은 13일)까지 일주일 더 연장되면서 중국내 국내 기업들의 부품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의 중국 장쑤성 수저우 가전공장은 오는 8일까지 가동을 중단한다. 배터리 조립공장을 운영하는 SK이노베이션, 에어컨과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LG전자와 베이징현대차 등도 오는 10일에나 공장을 재가동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중국내 현지 공장뿐만 아니라 국내공장도 중국산 부품 조달 차질로 정상가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쌍용차는 4일부터 12일까지 평택가동 공장을 멈춘 상태다. 중국 부품공장 가동 중단으로 자동차 조립 초기 공정에 필수 부품인 ‘와이어링 하네스’ 재고가 바닥이 났기 때문이다. 기아차 역시 지금까지 중국에서 주로 조달해온 이 부품 공급 차질로 인해 6일부터 14일까지 광명 소하리 공장과 화성, 광주공장의 가동을 순차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현대차도 국내외에서 이 부품의 대체 공급선을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으면 일부 라인 가동이 중단될 위기다. 내수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들의 동선이 공개되면서 이들이 거쳐 간 백화점, 마트, 극장, 면세점 등 다중이용시설들이 잇따라 임시휴업에 돌입했다. 문을 연 백화점, 면세점과 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평소 유동인구가 많은 명동의 L백화점의 매출은 최대 30%나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확진자 방문이 추가로 드러날 경우, 장기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업계는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와 관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처음으로 부정적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아직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고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해선 검토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올해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 수장으로서 이번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 영향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우선 방역 예산 208억원을 집행한 후 필요하다면 목적 예비비 2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태가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관광, 무역 등 중국을 오가는 직접 교역뿐만 아니라 내수 위축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11조 5천억원의 추경을 편성했던 것처럼 선제적 차원에서 재정 확대를 통해 우리경제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야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