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의원 원장

이제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려고 한다. 유치원생이 초등학생이 되고, 초등학생이 중학생이 되는 등 상급 학교로 진학하거나 한 학년씩 올라간다. 아이들은 그만큼 자라났다는 기쁨을 느끼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새 학년이 되면서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느끼기도 한다.

사실 누구나 다 낯선 환경, 특히 낯선 사람에 대한 불안은 어느 정도 있게 마련이다. 그중에서도 일부 아이들은 기질적으로 걱정과 불안의 성향이 높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른바 ‘천천히 달구어지는 사람(slow warmer)’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밖에도 아이들을 스트레스 받게 만드는 요인은 친구들과의 관계 문제(예: 왕따, 괴롭히는 아이, 지나친 경쟁 등), 선생님과의 관계 문제(예: 선생님의 지나친 꾸중, 선생님에 대한 두려움 등), 부모와의 관계 문제(예: 엄마와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 부모의 높은 기대 등), 학업 자체의 어려움(예: 특정 과목을 어려워함, 학습의 양이 많아짐 등) 등이 있다.

그렇다면 아이가 학교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는 경우 부모는 어떤 방법으로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먼저 우리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할 경우다. 친구들의 요인과 아이 자체의 요인 두 가지를 다 파악해야 한다.

가령 친구들이 너무 거칠어서 아이를 놀리는 경우 학교 선생님 또는 상대 친구의 부모님에게 알리고 협조를 구한다. 만일 아이가 친구들의 장난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여서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면, 부모는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게끔 도와준다. 다만 그전에 아이의 다친 마음을 먼저 읽어주고 이해해 준다. 즉 “친구들이 놀려서 무척 마음이 아팠겠구나.”라고 말한 다음에야 “친구들이 너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그냥 장난으로 재미삼아 그런 것이야.”라고 말한다.

또한 가장 마음에 드는 친구 한 명과 얘기를 나누어 볼 것을 권유한다. 여러 명의 아이들과 골고루 잘 어울리는 것은 아이에게 어려운 과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친구를 집에 초청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혹시 아이가 학교를 가기 싫어하는 경우라면, 어떻게 학교 가기 싫어할 수 있느냐면서 당위론적인 설명을 하거나 또는 심하게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의 마음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학교를 가기 싫어하는 이유를 스스로 말로 표현할 수 있게끔 엄마는 아이의 마음을 충분하게 다독여주면서 들어줘야 한다. 부모가 너를 도와주고 이해하기 위해서 이유를 알고 싶다는 말을 덧붙이면 도움이 된다.

그리고 원인 파악이 되면, 함께 해결 방안을 찾는 모습을 보인다. 학교를 가기 싫을 만큼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의 마음을 읽어줌과 동시에 부모가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을 주게 된다. 그러고 난 다음에 아이가 가기 싫은 학교를 실제로 다녀오면, 칭찬과 보상을 제공해 준다.

만일 아이가 무작정 선생님을 무서워하는 경우라면, 선생님에 대해서 긍정적인 해석을 해 줄 필요가 있다. 또한 엄마도 어렸을 때 선생님을 무서워했다는 말을 들려줘서 아이가 느끼는 감정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무서운 사람도 자꾸 보다 보면 덜 무서워지고 친해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예측을 해 준다.

그러나 지금 당장 무서워하는 감정을 그만 느끼라고 해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 아이와의 관계를 따뜻하고 좋게 긍정적으로 유지하자. 그러면 아이가 부모의 조언과 충고를 잘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부모의 노력만으로 힘들다는 것을 인식할 때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자.
새 학년이 기분 좋게 시작되어서 1년 내내 유지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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