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와당연구가

고구려인의 절대적 신앙이자 영웅이었던 치우(蚩尤). 그는 실존 인물일까, 아니면 신화속의 지어진 대상일까. 하늘의 아들이라고 자부하던 주몽은 왜 치우가 다스리던 ‘구려국(九黎國)’의 고지에다 나라를 세운 것일까.

치우는 한족 황제와 대립각을 세우며 싸운 이방의 영웅이었다. 우선 치우의 모양을 보자. 중국 측 기록을 보면 치우는 구리로 된 머리, 쇠로 된 이마, 사람의 몸과 소의 발굽을 하고 있고, 네 개의 눈과 여섯 개의 손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모래나 돌을 음식으로 먹었다는 것이다.

머리 양쪽에 큰 뿔을 가지고 있었는데 흡사 우두(牛頭)와 같았다. 고대치자들을 가리켜 우두머리라 하고, 왕이 관련 된 성을 ‘우두성’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도 여기에 비롯된다.

고구려 와전 치우상 (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 ⓒ천지일보 2020.2.3
고구려 와전 치우상 (제공: 이재준 와당연구가) ⓒ천지일보 2020.2.3

치우는 전쟁에 나가면 반드시 승리했으므로 한족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으며 군신(軍神)이 되었다. 중국 민족에게는 치우가 선악의 양면으로 비쳐지고 있다. 오늘날까지도 용맹의 상징으로 숭배되기도 하며, 악령처럼 배척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사기(史記) ‘봉선서(封禪書)’에 따르면 진시황은 8신(神)에게 제사를 지낼 때 첫날 치우 제를 지냈으며, 한(漢) 유방도 치우에게 제사 후에 북과 깃발을 붉게 칠했다고 한다.

고구려인들이 가장 이른 시기 와당을 만들면서 사용한 인면문은 치우상이었다. 치우를 자신들의 조상으로 여긴 것이다. 용면으로 발전하기 전 사람의 모습을 닮은 인면(人面)은 여기에 소개하는 와당이다. 이마에는 세 개의 뿔이 있으며 눈썹은 위로 치켜세웠다. 눈은 크고 날카로운 반면 코는 작게 표현되었다.

입은 두툼하고 입가에는 길게 위로 뻗은 장식이 있다. 외구에는 아무런 장식이 없으며 주연은 무늬가 없는 소문대다. 고구려 용면(龍面)이 이런 치우상에서 기초한 것임을 알려주는 매우 흥미로운 유물이다.

경 14.5cm 두께 3.2cm. 적색이며 모래가 많이 섞인 경질이며 고구려 왕도 지안에서 출토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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