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史와 한기총 ③인권유린] ‘강제개종’이 돈 되는 이상한 민주국가… 정부 방조에 피해 ‘눈덩이’
[한국교회史와 한기총 ③인권유린] ‘강제개종’이 돈 되는 이상한 민주국가… 정부 방조에 피해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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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은 1989년 12월 28일 서울 강남 침례교회에서 36개 교단과 6개 단체가 모여 창립했다. 한때 교세로 한국교회를 대표하며 위력을 발휘했지만 부패함으로 교계로부터 외면을 당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지난달 한기총은 쓸쓸하게 서른 살의 생일을 맞았다. 새로운 한 세대를 시작할 수장을 뽑는 대표회장도 ‘하나님을 죽인다’고 종교적인 망언을 내뱉은 이가 당선됐을 정도다. 교계에서는 한기총은 가망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면서 한국교회는 한기총을 외면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기총의 역사적인 핏줄에는 한국교회의 피가 흐른다. 본지는 한기총이 지나온 30년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고 오늘날 한국교회에 던져주는 의미를 찾아본다.

FOX(Fox News Channel)34가 보도한 뉴욕타임즈의 강제개종 금지 광고 보도 내용. ⓒ천지일보 2018.12.8
FOX(Fox News Channel)34가 보도한 뉴욕타임즈의 강제개종 금지 광고 보도 내용. ⓒ천지일보 2018.12.8

입맛따라 바뀌는 ‘이단 규정’

한국 개신교 통제 시도했나

연합기구 분열에 반목‧질시

 

‘이단 천지’ 돼버린 韓교회

인권유린 온상 ‘강제개종’까지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기총의 30년 역사를 언급하면서 빠질 수 없는 아젠다는 ‘이단논쟁’이다. 과거 한기총은 한국교회 주류를 이룬 교단을 대표하며 막강한 종교적인 권력과 세력을 바탕으로 기독교계를 쥐락펴락했다. ‘이단규정’은 권력을 통제하는 수단이 됐고, 설득력 없는 오락가락 이단 기준에 결국 탈이 났다. 안으로는 연합기구 분립과 회원 탈퇴라는 내부 분열을, 밖으로는 강제개종으로 인한 인권유린을 낳았다.

◆믿을 수 없는 ‘이단 규정’

한기총 내부의 이단 규정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단적인 사례는 2012년에 벌어진 소위 ‘이단’ 교단에 대한 회원 영입과 최삼경 목사 이단규정 사건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기총은 2011년 주요 교단들이 이단 혹은 이단성이 있다고 규정한 다락방을 영입한 예장개혁 측을 회원교단으로 인정했다. 이 일로 이단 논쟁이 불거지면서 또 다른 연합기구인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의 분리를 낳았다. 이후 최근까지 한기총은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이 이단으로 규정한 교단들을 줄줄이 회원교단으로 영입했다. 이 과정에서 수억원의 돈이 오갔다는 의혹으로 지난달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2012년 당시 한기총은 분리된 한교연을 향해 이단이라고 비방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한기총은 회원교단 영입을 비판했던 신학대 교수 207명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소속 이단연구위원 5명을 이단 옹호자로 규정했다. 한교연에 대해서는 친이단단체로, 예장통합을 이단연루 교단이라고 규정했다.

최삼경 목사 이단 논쟁 사태일지.
최삼경 목사 2011~2014년 이단 논쟁 사태일지.

또 한기총은 한때는 한기총 이대위를 대표하는 전문가로 유명세를 탔던 목회자들을 이단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일례로 지난 2011년 말 최삼경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2012년 성명을 통해서는 “교회사 최악의 이단이자 신성모독자이며, 이단조작자”라고 비난했다. ‘최악의 이단’으로 지목된 최 목사는 한기총이 1996년부터 이대위 위원, 2003~2008년 이단상담소장, 2009년 이대위 부위원장 등에 공식적으로 세운 인물이다. 무려 17년간 한기총에서 소위 ‘이단전문가’로 활동했지만 세력 싸움이 시작되자 졸지에 ‘이단 조작자’가 됐다.

2013년에는 성명을 통해 “심각한 이단에 대해 최삼경 부대라고 할 수 있는 이단감별사 박형택, 진용식, 최병규 등은 여전히 그를 옹호하고 동조하는 등 패거리 정치를 하고 있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이들은 ‘잘 나가는’ 이단감별사다. 

2018년 9월에는 이 성명에서 언급된 진용식 목사에 대해 세계한인기독교이단대책연합회(세이연)가 이단적 사상이 있다고 결론을 내린바 있다. 이후 세이연은 진 목사와 이단 규정 관련 논쟁을 이어갔다.

세계한인기독교이단대책연합회(세이연, 대표회장 김순관 목사, 사무총장 한선희 목사) 진용식 조사소위원회는 20일 ‘진용식 목사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내고 진 목사에 대한 이단 의혹을 제기했다.ⓒ천지일보 2018.9.22
세계한인기독교이단대책연합회(세이연, 대표회장 김순관 목사, 사무총장 한선희 목사) 진용식 조사소위원회는 20일 ‘진용식 목사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내고 진 목사에 대한 이단 의혹을 제기했다. ⓒ천지일보 2018.9.22

반면 최 목사는 한교연 ‘바른신앙수호위원회’라는 이단대책위원회의 위원 자격이되자 역으로 한기총을 이단으로 공식 분류하면서 맹공을 퍼부었다. 최 목사는 이단전문가에서 이단으로, 소속을 옮겨 다시 이단전문가가 되는 해프닝의 주인공이 됐다.

교계에서는 이를 놓고 냉소적인 시각이 주를 이뤘다.

2013년 진행된 기독언론 포럼에서 한국기독언론협회 회장 강춘오 목사는 “현재 한국교회는 이단 문제를 직업으로 삼는 직업적 이단감별사들에 의해 무분별한 이단 시비가 횡행하고, 또 교계 연합기관 간에 정치적 이단시비까지 뒤섞여 교계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면서 “온통 이단천지가 됐다”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하나님을 죽이겠다’는 신성모독적 발언 등 과격 발언으로 교계로부터 이단시비를 샀다.

지난 18일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회원 1000명과 시민들이 故 구지인 2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고인의 넋을 기리고 있다.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2020.1.21
지난 18일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회원 1000명과 시민들이 故 구지인 2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고인의 넋을 기리고 있다. (제공: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 ⓒ천지일보 2020.1.21

◆ 살인 초래한 ‘강제개종’

내부 분열을 초래한 한국교회와 한기총의 ‘이단 규정’은 외부적으로는 인권유린의 온상인 ‘현대판 마녀사냥’ 강제개종을 낳았다. 한국 개신교 주류에 속하지 못하고 소위 ‘이단’으로 분류된 교단의 성도들을 대상으로 주류 개신교계가 벌이는 만행이 바로 ‘강제개종’이다. ‘이단상담’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이 강제개종에서는 납치·감금 등이 비일비재하고, 피해자들은 사건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시각은 ‘이단이니 당연하다’는 색채가 짙다.

그러나 피해 규모를 살펴보면 상당히 심각하다. 강제개종피해인권연대(강피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강제개종으로 입은 피해는 사망 2건, 정신병원 13건, 수면제 682건, 폭행 861건, 납치 972건, 감금 1221건, 강제개종에 따른 강제서명 1293건, 강제휴직‧휴학 1338건, 협박‧욕설 1280건 이혼 43건, 가족사망 1건 등으로 집계되고 있다. 또 현재까지 밝혀진 피해자수만 해도 1507명이나 된다.

강제개종의 주요 대상자 약 9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결과에서는 피해자 중 55%가 교육 당시 협박과 세뇌, 52%는 감금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납치를 당해 끌려갔다고 밝힌 피해자도 42%에 달했다. 심지어 개종 거부로 강제적으로 정신병원에 입원을 당한 피해자도 2%(10명)나 존재했다. 여성 피해자의 경우 화장실을 이용할 때 외부인 또는 가족과 동행하도록 함에 따라 ‘수치심(171명, 34.5%)’ ‘무력감 또는 우울증(152명, 31%)’ ‘자살충동(50명, 10.1%)’ 등을 느꼈다고 답했다.

강제개종이 성행하는 이유는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강제개종을 주도하는 안산상록교회 진용식 목사는 한 이단세미나에서 “성도 100명보다 개종 받는 한 명의 수입이 더 좋다”는 말로 목사들의 개종을 종용하기도 했다. 이단세미나 확대와 함께 개종이 돈벌이가 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전국적으로 개종목사가 급증했고, 관련 피해자는 지속적으로 늘었다. 강피연은 피해자들의 사례를 통해 강제개종의 목적이 돈벌이라고 주장하며 수차례 기자회견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유엔(UN) 인권이사회에서 국내 강제개종 실태를 규탄하는 성명서가 발표되고 있다. (출처: UN 웹티비 방송 화면 캡처) ⓒ천지일보 2019.7.7
지난 3일(현지시간) 유엔(UN) 인권이사회에서 국내 강제개종 실태를 규탄하는 성명서가 발표되고 있다. (출처: UN 웹티비 방송 화면 캡처) ⓒ천지일보 2019.7.7

강제개종에 대해서는 해외 석학들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미국 워싱턴 D.C. 미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종교의 자유 증진을 위한 장관급회의’ 석상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자행되는 강제개종을 공식적으로 비판하는 사례발표가 있었다. 15개 국제 NGO 단체들이 서명한 것으로 전해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이들은 “한국은 강제개종이 용인되는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라며 강제 개종 근절을 위한 대한민국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헌법에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 있음에도 강제개종이라는 인권유린이 버젓이 성행하는 또다른 이유로 전문가들은 ‘기성교단의 막강한 권력과 눈치보기’를 꼽는다.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고진광 대표는 “종교의 자유는 헌법에 명시돼 있고, 종교는 사생활”이라면서 “사생활과 인권을 침해하는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마땅히 사법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문민정부답게 손 볼 것은 손봐야 한다. 기득권 눈치 보느라 종교 갈등을 묵인하면 갈등만 키우는 것”이라면서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종교 갈등해결을 위해, 강제개종 피해 신고를 받으면 인권위원회가 적극 조사하고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유엔(UN) 인권이사회에서 국내 강제개종 실태를 규탄하는 성명서가 발표되고 있다. (출처: UN 웹티비 방송 화면 캡처) ⓒ천지일보 2019.7.7
지난 3일(현지시간) 유엔(UN) 인권이사회에서 국내 강제개종 실태를 규탄하는 성명서가 발표되고 있다. (출처: UN 웹티비 방송 화면 캡처) ⓒ천지일보 20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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