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우한폐렴으로 난리가 아니다. 중국을 뛰어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세계보건기구는 급기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사태의 엄중성을 공개적으로 확인해 준 것이다. 발원지 중국 우한은 더 이상 언급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다. 공포와 유령의 도시로 변모해가고 있다. 인구 1100만명의 중국의 7대 도시가 하루아침에 이렇게도 변해가는 구나를 목도(目睹)하고 있는 것이다.

우한은 화중지역에 있고 후베이성의 성도이며 중국의 남북을 이어주는 교통, 산업의 중심지이다. 사통팔달(四通八達)로 중국 전역과 연결돼 있는 도시이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읽는 삼국지에 나오는 형주 지방이라고 보면 된다.

중국 중앙TV도 언제 이렇게 신속하게 보도 했나 싶을 정도로 현지를 연결해 실시간으로 보도하고 있다. 공포심보다는 선전선동에 강한 공산주의 특유의 장점을 잘 살려, 입원해 완치돼 퇴원한 사람들을 각성과 지방마다 찾아가 인터뷰하는 내용을 주로 많이 다룬다. 감염된 의사들과 인민들이 완치 후 퇴원하는 병원 앞에서, 사전에 기획하고 연출해서 보도한다. 물론 이전의 사스나 메르스 사태 때보다 다르게 더 공개적으로 현재 환자 상황과 숫자를 알려준다. 보도 시간도 뉴스의 60~70%가 대략 될 정도로 비중 있게 다룬다. 희망을 전달하기위해 바이러스 퇴치 약을 캐나다, 러시아, 유럽들의 의사들과 공동 연구해 발견했다고도 전하고 있다. 방점이 대처가 늦었다거나 인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거나 등등의 비판적 보도 보다는, 중국의 전 지역에서 전문 의사들과 군의관들 간호사 그리고 유관 기관의 사람들이 속속 우한에 파견돼 봉사를 아끼지 않고 있는 모습을 알려 주고 있다.

나아가 의사들이 집단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여 선서를 하면서 바이러스와 싸워서 꼭 승리 할 것이라고 다짐하는 모습들을 촬영해 내 보낸다. “짠성(戰勝)”을 반드시 할 것 이라고 맹세한다. 짠성이라는 표현은 이제 흔히 보는 일상용어로 비쳐질 정도로 남발되고 있다.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전쟁해서 승리 한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폐렴과의 싸움을 전쟁에서 싸우는 것으로 비유하고 규정해서, 전 국가적으로 확신에 찬 의지를 내외에 과시 하고자 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산당 서기이며 모택동 이후 전권을 장악하고 있는 시진핑은 지난달 28일 세계 보건기구 사무총장 테드로스 게브레예수스의 예방을 받는 자리에서 “마귀와 싸워서 반드시 짠성할 것이고, 내가 직접 지휘하고 대응하고 있다”라고 얘기한 후 잘 보이지 않는다. 국가적 대재앙임에도 불구하고 총리 리커치앙을 현지로 보내고 자기는 커튼 뒤에 숨어있는 느낌이다. 지방정부의 관리들, 시장과 부시장 감염 전문가들만 자주 TV에 등장한다. 분명 향후 완전히 제압을 못하고 끝났을 때, 책임소지를 최고 지도자 비판까지 이르지 못하게 하기 위한 고도의 공산당 선전선동부의 계산이 깔려 있는 행보의 정치(精緻)된 연출이다.

조그마한 동정까지 보도 할 때와는 완전히 다르게 보도되며 언론 등장 정도가 드물어 졌다. 내가 지휘한다는 표현은 그 이후 보도에서 부터는 “집단적으로 지휘하고 있다”라고 바뀌었다. 단어하나 바뀌었다고 보면 안 된다. 공(功)만 최고지도자가 가져가고 과(過)는 하급자에게 넘기려는 선전부의 고도의 전략이다. 정치적 노출을 줄이는 것이다. 선전선동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 중국 인민들은 시진핑 비판을 원래 생각도 크게 못했지만, 늑장 대처의 책임을 지방 고위관료들에게 SNS를 통해 분출한다. 불만 표출의 길을 완곡하게 잘 돌려 최고지도자를 피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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