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 앞 전 차로에서 열린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회원 등 참가자들 상당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우려에도 마스크 없이 참석하고 있다.ⓒ천지일보 2020.2.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 앞 전 차로에서 열린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회원 등 참가자들 상당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우려에도 마스크 없이 참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1

한기총·범투본 주관 ‘정권규탄’ 집회 열려

전국서 온 시민들로 광화문 일대 도로 꽉차

면역력 취약한 노인층 대거 참석 우려 

 “나라 엉망인데 바이러스가 문제냐” 성토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지금 ‘우한폐렴’이 무섭습니까? 문재인 바이러스가 진짜 무서운겁니다.”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대회’에 참석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북지부 회원 이모(60)씨의 말이다. 바닥에 앉아 태극기를 흔들고 있는 그의 얼굴에선 마스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씨는 “바이러스가 유행이란 것은 알지만 광장엔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니 괜찮다”며 “지켜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의 나이에 건강이 우려된다고 하자 “나라가 엉망인데 바이러스가 문제냐”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세계보건기구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내에서만 12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이날도 어김없이 집회를 열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재채기, 기침 등 분비물을 통해 감염 가능성이 생기는 ‘비말 감염’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밀집한 장소를 최대한 피하길 권하고 있다. 특히 범투본 집회에는 유독 60대 등 고령의 참석자가 많은 만큼 대규모 인원이 동원되는 집회를 여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주최 측 관계자는 “참석자들에게 마스크 착용 지침을 내렸고, 미처 마스크를 챙기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따로 지급할 것”이란 방침을 내렸으니 상관없단 입장을 고수했다.

◆ 마스크 착용 안한 노인 “하나님이 지켜주셔서 괜찮아”

집회가 시작되고 ‘전북 군산’ ‘전북 고창’ 등 지역명이 써진 플래카드 사이로 사람들이 빼곡이 들어차며 순식간에 교보문고 앞 도로를 가득 채웠다. 집회 참석자 대다수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마스크를 왜 착용하지 않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노인은 “필요없다. 하나님이 지켜주실 것”이라면서 “답답한 것도 싫고 나는 건강해서 괜찮다”고 했다.

경기 의정부에서 왔다는 최모(56)씨는 “그만큼 문재인 퇴진이 간절하다는 걸 보여주는것 아니겠냐”며 “죽음을 불사하고 모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거들었다.

집회 무대에 오른 연사들의 입에서는 신종 바이러스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등 집회 참석을 독려하는 말들이 쏟아졌다.

연사들이 “오늘 예배를 잘 드리면 있던 병도 없어진다” “아무걱정하시지 말고 경건한 마음으로 집회에 임하자” “우한폐렴도 그 어떤 것도 우리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끊을 수 없다” 등 발언을 하자 참석자들 사이에선 “아멘” “할렐루야”와 함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전광훈 총괄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 앞 전 차로에서 열린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서 발언하자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천지일보 2020.2.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전광훈 총괄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 앞 전 차로에서 열린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서 발언하자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1

은평제일교회 심하보 목사는 “여러분 우한 폐렴 걱정하지 말라”며 “제가 38년 동안 새벽마다 기도한 게 있는데 우한 질고(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 질병으로 인한 고통)가 없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우한 폐렴 때문에 광화문 나오는 걸 중단하면 안된다”면서 “여러분 계속 나오십시오”라고 외쳤다.

기독자유당 대표 고영일 변호사는 “여러분 우한폐렴이 무섭습니까”라고 외치며 “우리가 마땅히 두려워할 분은 오직 하나님뿐”이라고 했다. 이어 “하나님을 제외한 그 어떤 것도 우리의 마음을 채울수 없고 우리를 두렵게 할 존재가 없다”면서 “오늘 많은 애국 시민 나오셔서 하나님이 보시기에 어떻게 생각하겠냐. 분명 보시기에 심히 좋았을 것. 믿으면 아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 시국에 집회를 꼭 열어야?… 보기만 해도 불안”

최근 국내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대규모 집회나 공연·행사 등의 취소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거리를 지나던 시민들은 감염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규모 집회를 여는 것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냈다.

한 30대 여성은 “지금 이런 시국에 저렇게 모여서 집회를 열어야 되냐”면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찝찝하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남성은 “지금 여기 저기 신종 바이러스 때문에 긴장하고 있는데 나이 많은 어르신들 모아놓는 것은 너무 위험한 것 아니냐”며 이해할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전광훈 총괄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 앞 전 차로에서 열린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천지일보 2020.2.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겸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전광훈 총괄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 앞 전 차로에서 열린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2.1

◆ 전광훈, 2월 말 대규모 집회 예고… “2000만 모이자”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는 이날도 거침없는 막말과 자극적인 발언을 펼쳤다. 그는 “어제 저는 한기총 대표회장에 재선됐다”며 “우리 모두 이 시간 ‘전광훈 당신이 이 시대의 선지자고 따라가겠다’고 결단하자”고 발언했다.

이어 “정당이든, 선교이든, 제도이든 이 전광훈 목사가 제안하는 것과 함께해주시기로 약속해달라”며 “이것으로 문재인은 아웃이다. 2월 29일날 반드시 4.19를 집행해 문재인 저놈을 끌어내겠다”고 외쳤다.

그는 “작년 10월 3일 모인 것보다 10배 이상인 2000만명이 이 광장으로 뛰어나오게 하자”며 “반드시 4월 15일날 200석이상 당선시켜서 주사파를 쳐내고, 문재인 저놈을 끌어내고 김정은의 모가지를 쳐서 자유통일을 이뤄내자”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 될 전망도 나오는 가운데, 전 목사의 이달 말 대규모 집회가 실현이 되면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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