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혐의자들. 왼쪽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천지일보 2018.1.23
‘블랙리스트’ 혐의자들. 왼쪽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천지일보 2018.1.23

‘문화계 블랙리스트’ 대법 선고서

직권남용 혐의 세밀하게 적용

해당사건 박 전 대통령도 연루

다음 공판 내달 25일로 결정

‘3.1절 특사’ 물 건너 간 듯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이 31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변론이 재개되면서 연기됐다.

앞서 지난 15일 단 5분 만에 끝난 파기환송심 첫 번째 공판에 이어 연거푸 박 전 대통령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날 재판은 전날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김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사건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를 엄격히 적용한 데 따른 결과다.

서울고법 형사6부(오석준 백승엽 조기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박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두 번째 기일을 연기하면서 “전날 관련 사건 판결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 결심 공판은 어려울 것 같다”며 변론 재개를 결정했다.

전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개인 또는 단체의 이념적 성향이나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각종 사업에서 정부의 지원을 배제하도록 지시한 행위는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고, 위원회에 속한 위원의 직무상 독립성을 침해해 위법하므로 직원 남용해 해당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한 각종 명단을 공무원들에게 송부하게 한 행위, 사업 과정에서 수시로 심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도록 한 행위 등은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공무원의 직권남용’과 ‘의무 없는 일’은 서로 구별되는 별개의 범죄성립요건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해당 공무원들의 행위가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는지는 직권은 남용했는지와 별도로 그런 일을 법령상 의무가 있는지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의 적용을 세밀히 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박 전 대통령 재판에도 영향이 미치게 됐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공소사실에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박 전 대통령 지시로 김 전 실장 등이 정부 성향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단체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기 위한 명단을 만들고, 실제 집행을 강요한 사건이다.

박 전 대통령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관련 사건에서 (대법원이) 특별히 문제 삼은 것이 ‘문체부 각종 명단을 송부한 것’ ‘공무 사업 진행 상황을 수시로 보고하게 한 것’ 등”이라며 “이런 경우 보통 무죄 취지로 볼 여지가 있다”고 검찰에 추가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재판부 변경 등을 고려해 다음달 25일 오후 4시 10분으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형이 확정되지 않은 박 전 대통령은 3.1절 특별사면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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