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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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이솜 기자] 1일 영국의 유럽연합(EU)을 탈퇴로 EU의 정치·사회·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각변동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1957년 창설된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1973년 합류한 영국은 EU를 탈퇴하는 첫 회원국이다.

이는 60여년 만에 처음으로 EU의 규모가 축소되는 것으로, EU가 맞게 된 또 한 번의 위기이자 중대한 변화로 평가된다.

한편으로는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3년여간 이어졌던 혼란을 끝낼 기회인 동시에 핵심 회원국이었던 영국의 빈자리를 메우고 내부 결속을 다지며 위상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다.

◆노 딜 위험 여전… 양측 경제에 타격

당장 브렉시트가 현실화 됐어도 올해까지는 큰 변화가 없으나 영국이 중추적인 회원국이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브렉시트는 EU의 통합과 정치, 경제, 안보 등에서 EU와 남은 27개 회원국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는 영국과의 미래관계 협상이다. 올해까지 EU와 영국은 전화(이행) 기간을 삼고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해 무역, 안보, 이민, 외교정책, 교통 등을 망라하는 미래관계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으나 EU와 영국 간 이견이 크고 복잡한 만큼 쉽게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 딜 브렉시트’의 가능성 무시할 수 없다. 노 딜 브렉시트가 실현되면 양측 간 경제적으로 타격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BBC,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영국은 독일에 이어 EU에서 경제 규모가 두 번째로, EU 국내총생산(GDP) 12%를 차지하는 만큼 경제적인 측면에서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로 EU 인구도 13%가량 감소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출처: 뉴시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출처: 뉴시스)

◆EU 이끌 쌍두마차 독일-프랑스 관계 개선 시급

또한 EU 내 힘의 중심이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3개 축이었다면 이제 프랑스와 독일의 양대 축으로 조정되면서 새로운 힘의 균형이 형성될 전망이다.

그러나 EU의 쌍두마차가 될 독일과 프랑스가 알력 다툼을 하고 있어 EU 내부 결속에 대한 회의감도 나온다. 심지어 영국 일간 가디언은 2일(현지시간) 올해 유럽의 성취가 독일과 프랑스의 관계 회복에 달려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크 레너드 유럽외교관계협의회 집행이사는 “EU 내에서 가장 중요한 단 하나의 관계를 꼽자면 프랑스-독일 관계인데, 현재 지독히 나쁜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양국이 갈등을 겪는 데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성격이나, 두 정상이 처한 정치적 상황이 판이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게 가디언의 지적이다.

야심가에 인내심이 부족하고, 때때로 오만하다는 평가를 받는 41세의 젊은 초선 대통령인 마크롱과 신중하고 실용적이며, 합의 구축을 중시하는 관록의 4선 총리 메르켈의 성향이 너무 다르다는 설명이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베를린 장벽 붕괴 기념식 후 열린 만찬에서“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뇌사에 빠졌다”는 발언이 포함된 마크롱 대통령의 앞선 인터뷰를 문제 삼으며 “뒷수습을 하는 데 지쳤다”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여기에 2021년 임기 종료 후 총리직에서 완전히 물러나겠다고 밝히며 정치적 영향력이 약화된 메르켈 총리와의 협상도 쉽지 않은 모양새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프랑수아 하이스부르 소장은 “독일은 정치적 마비 상태에 놓여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아마 내년 9월 선거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프랑스가 아이디어를 제시해도, 독일은 손으로 귀를 막고 있다는 데 마크롱은 좌절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U 측 브렉시트 협상 대표인 미셸 바르니에. (출처: 뉴시스)
EU 측 브렉시트 협상 대표인 미셸 바르니에. (출처: 뉴시스)

◆과제 산적… EU, 미뤄둔 현안 처리 집중

영국과의 이혼 과정을 마무리 짓는 EU는 브렉시트 문제로 미뤄둔 현안 처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과거 어느 때보다 분열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 EU 회원국의 연대다. 유로존 위기 때 불거진 EU 내 채권국과 채무국간 경제적 갈등, 난민 위기 이후 책임분담 문제로 인한 유럽 북부와 남부, 동부와 서부의 관계 악화 등 EU는 해묵은 마찰에서부터 최근 크고 작은 갈등을 거치며 회원국 간 연대는 약화해왔다.

다만 EU 각 기구와 남은 27개 회원국이 영국과의 브렉시트 협상 과정에서 오히려 결속했다는 긍정 평가도 나오고 있다.

또한 브렉시트 협상 과정과 결과다. EU 탈퇴에 따른 정치·경제·사회적 비용과 혼란이 생각보다 크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EU 회의론자들의 ‘EU 탈퇴’ 목소리가 줄어들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밖에도 2021∼2027년 장기 예산안과 EU와 유로존 개혁, 난민, 회원국 확대 등 회원국 간 충돌이 예상되는 현안이 쌓여있다.

EU 기본 가치에 반한 기조를 내세운 폴란드와 헝가리 등 늘어나는 포퓰리스트 세력에 대한 대응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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