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2016년 7월 13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국회의사당 내 하원에서 임기 마지막 질의응답을 하며 웃고 있다. 그 뒤로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 테레사 메이 총리 내정자, 필립 해먼드 외무장관이 앉아있다. 캐머런과 오즈번은 이날 사퇴했으며, 메이는 총리에 정식 취임했다. (출처: 뉴시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2016년 7월 13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국회의사당 내 하원에서 임기 마지막 질의응답을 하며 웃고 있다. 그 뒤로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 테레사 메이 총리 내정자, 필립 해먼드 외무장관이 앉아있다. 캐머런과 오즈번은 이날 사퇴했으며, 메이는 총리에 정식 취임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1일 영국이 유럽연합(EU)에 가입한 지 47년 만에 탈퇴했다. 국민투표를 실시한 지 3년 7개월 만이다.

영국은 2016년 6월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했다. 당시 국민투표에는 전체 유권자 4650만명 중 72.2%가 참가해 51.9%가 찬성하고, 48.1%가 반대했다.

영국이 EU를 탈퇴한 계기는 복합적이다.

영국은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했다. 그러나 영국은 기본적으로 유럽 공동체에 대한 신념이 약한 데다 EU를 사실상 독일이 주도하는 데 대한 불만도 품고 있었다.

또한 영국이 EU를 떠나야 문화와 독립성, 세계 속 위상 등 정체성을 회복하고 경제적으로도 더욱 번영할 수 있다는 브렉시트 지지 여론도 거세지며 영국 사회의 세대와 지역, 계층 간 불화는 심화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대국민투표를 결정했다.

보수당인 그는 2010년 총선에서 13년 만에 노동당을 제치고 제1당으로 복귀하면서 총리직을 맡았다.

보수당 내 전통적인 EU 회의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연립정부 파트너인 자유민주당은 EU 잔류 입장을 내세우면서 이견을 노출했다. 여기에 유로존 위기를 계기로 브렉시트 지지당인 영국독립당(UKIP)이 급부상하면서 영국 사회 내 EU 회의 여론이 다시 불붙었다.

이에 2013년 1월 캐머런 총리는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하자 다음 해 6월 23일을 투표일로 정했다.

캐머런 총리 역시 국민투표에서 EU 탈퇴 결과를 예측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막상 결과가 브렉시트로 드러나자 사임을 결정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16년 2월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 정상회의 중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대화하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출처: 뉴시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16년 2월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 정상회의 중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대화하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출처: 뉴시스)

테리사 메이 총리가 2016년 7월 13일 캐머런의 뒤를 이었다. 영국에서는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이후 26년 만의 여성 지도자였다.

메이 총리는 EU와 본격적으로 브렉시트 협상을 벌였다. EU의 헌법격인 리스본 조약에서 탈퇴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50조를 발동해 2년간 협상을 하고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통보일로부터 2년 후인 2019년 3월 29일 23시를 기해 자동으로 EU에서 탈퇴할 예정이었다.

영국과 EU는 협상 후 약 1년 5개월 만인 2018년 11월 협상을 마무리 했지만 합의안은 영국 의회 승인투표에서 연거푸 부결됐다.

영국과 EU가 미래관계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 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안전장치(backstop)' 때문이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국경을 엄격히 통제하는 ‘하드 보더’를 피하고자 하는 장치였으나 종료시한이 없는 데다 영국 본토와 달리 북아일랜드만 EU의 상품규제를 적용하게 된다며 보수당과 북아일랜드의 민주연합당(DUP)이 모두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의회의 승인이 연이어 미뤄지자 메이 총리는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 딜 브렉시트’를 우려해 연기를 요청했고 브렉시트는 10월 31일로 두 차례 연기됐다.

이러한 과정에서 리더십이 급격히 약화된 메이 총리도 결국 사퇴를 결정했고,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부터 EU 탈퇴 진영을 이끌던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총리직을 이어 받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019년 11월 19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에서 총선 유세 중 지미 에건 복싱 아카데미를 방문해 권투 글러브를 낀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019년 11월 19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에서 총선 유세 중 지미 에건 복싱 아카데미를 방문해 권투 글러브를 낀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브렉시트 강경파인 존슨 총리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10월 말 브렉시트를 단행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으나 재협상 과정에서 브렉시트는 올해 1월 31일로 3개월이 더 미뤄졌다.

이 가운데 브렉시트 재협상 합의안이 잇따라 하원에서 승인을 받지 못하자 존슨 총리는 결국 조기 총선이라는 카드를 던졌고, 보수당의 압승으로 하원 과반 이상을 확보하면서 하원의 압도적 지지 속 최근 의회의 모든 탈퇴협정 법안과 입법절차를 마쳤다.

여기에 법안은 ‘여왕 재가’를 거치고 영국과 EU 정상이 EU 탈퇴협정에 공식 서명하면서 영국의 EU 탈퇴는 공식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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