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문형남 숙명여자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가 28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AI 강국’을 위한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 교수와 표 합성 모습. ⓒ천지일보 2020.1.2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문형남 숙명여자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가 28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AI 강국’을 위한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 교수와 표 합성 모습. ⓒ천지일보 2020.1.28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

세계 100대 AI 기업에 韓 ‘0’

“인재 양성 목표, 상당히 낮아”

‘AI인재 십만양병설’ 목표 주장

“AI융합비즈니스전문가도 필요”

“韓 AI교과서 없어, 中은 달라”

“AI지원 센터 지역거점화해야”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전세계가 4차산업혁명과 더불어 AI강국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2020년도 첫 번째 업무보고를 받았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새해 AI 국가전략을 본격 추진, AI 일등국가로 가는 원년으로 삼는 것을 핵심 목표로 하겠다”고 보고했다. 과연 정부의 야심찬 계획은 문제없이 진행될 수 있을까. 본지는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를 통해 우리나라의 AI에 대한 기획 분석과 더불어 발전 방향 등을 짚어봤다.

다음은 문 교수와의 일문일답.

- 우리나라 AI산업이 경쟁국에 비해 뒤쳐졌다는 지적이 있다. 얼마나 뒤쳐져 있는가.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 인사이트가 국제개발연구센터(IDRC)의 지원을 받아 유엔 회원국 194개국 정부의 AI 준비도를 평가해 발표한 ‘2019년 정부 AI 준비지수’에서 우리나라는 26위를 기록했다. 아시아 순위에서도 일본, 중국, 인도, 아랍에미리트(UAE), 말레이시아 등보다 뒤진 8위였다. 이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매우 낮은 순위이다. 정부는 AI 준비지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CB 인사이트(Insights)라는 세계적인 조사기관이 지난해 발표한 AI분야 세계 100대 스타트업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세계 100대 AI 스타트업 중에 한국 기업은 하나도 없다. 100대 기업을 나라별로 보면 미국 77개, 중국·영국·이스라엘은 각각 6개, 스웨덴·일본·독일·인도·캐나다는 각각 1개씩으로 집계됐다. AI 100대 스타트업에 이름을 올린 나라는 9개국인데, 한국은 포함되지 못했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분발해서 올해에는 AI 100대 스타트업에 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한 가지 자료를 더 살펴보면 지난 2일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발표한 ‘2019 인공지능 수준 조사’에서 미·중·일 등 7개국을 한국과 비교한 결과, 한국은 인공지능 기업 수 8위, 특허 3위, 논문 6위, 인공지능 시장 규모 5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AI기업 수는 2018년 6월 기준 26곳으로, 비교 대상 8개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 NIA는 미국·중국·일본·유럽(영국·독일)·이스라엘·인도와 한국을 비교 대상으로 꼽았다. 1위 미국은 AI기업 2028개이고, 이어 중국 1011개, 영국 392개, 독일 111개 순이다.

- 정부는 연내 AI인재 1000명을 양성하고 데이터 산업을 10조원 규모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다. 이에 대한 실현 가능성은 얼마나 되며, 정부 노력이나 정책방향이 수정·보완돼야 할 부분이 있다면.

실현 가능성은 있으나 인재 양성에 대해선 목표를 너무 낮게 잡았다. ‘연내 AI인재 1000명 양성’이라고 했는데, ‘AI인재’를 너무 좁게 보고 있다. 정부는 AI개발자와 AI엔지니어 등 AI공학 전공자만을 AI인재라고 생각하고 있다. AI공학 전공자뿐만 AI와 비즈니스를 융합할 수 있는 AI융합비즈니스전문가도 많이 양성을 해야 한다.

정부가 AI대학원을 선정해 지원하는데, 전부 공학 석·박사과정만을 지원하고 있다. 공학자들만 양성해서는 절대 AI강국이 될 수 없다. 기술과 공학만 교육해서는 안 되고 비즈니스와 융합하고 기술을 사업화하는 융합교육을 해야 한다. AI인재를 폭넓게 정의하고 향후 AI대학원을 선정할 때는 AI융합비즈니스전공 경영학 석·박사과정도 선정해 지원해야 한다.

연간 1000여명 양성 계획도 너무 적다. 경쟁국들이 수만~수백만명씩 대규모로 빠르게 양성하는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천천히 걷는 수준이다. AI기술자뿐만 아니라 AI비즈니스융합전문가를 포함해서 적어도 연간 2만명씩 5년간 10만명은 양성해야 한다. ‘AI인재 10만 양병설’을 주장한다.

- 정부가 AI와 다른 산업이 융합하도록 AI+X 프로젝트도 본격 추진한다고 하는데 얼마나 비중 있는 일이라고 평가하나.

AI+X 프로젝트는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농림축산업에서부터 제조업 및 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1·2·3차 산업 거의 모든 산업이 AI와 융합해서 부가가치가 높아지고 경쟁력이 크게 제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산업뿐만 아니라 여러 제품과 서비스도 AI와 결합해 가치가 높은 신상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각 기업들은 AI를 어떻게 접목할 지 고민해야 한다. 개인들도 AI와 친해져야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정부는 AI+X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잘 인식했다. 하지만 AI+X 프로젝트의 추진 방안이나 추진 주체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은 미흡하다. 최근 모 기업으로부터 섬유 관련 제품에 AI를 접목하고 싶다고 자문을 구하는 연락을 받았다. 이와 유사하게 AI를 융합하려고 하는 기업은 많은데, 어디서 어떻게 도움을 받을지 몰라서 애를 먹는 기업들이 많다.

창조경제혁신센터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지난 정부에서 전국 17개 지역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어놨는데, ‘창조경제’라는 말의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행정·공공기관 거의 모든 곳에서 창조경제라는 말을 뺐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적절하게 바꿀 이름을 찾지 못해 바꾸지를 못하고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AI융합사업화지원센터’로 바꿔서 AI기업 창업 및 기존 기업의 AI기업으로의 전환 및 다양한 산업의 기업이 AI기업과 융합할 수 있는 AI 지원 지역거점화를 이뤄나가야 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문형남 숙명여자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가 28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AI 강국’을 위한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문형남 숙명여자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주임교수가 28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에서 ‘AI 강국’을 위한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8

- 학계에서는 전문가 양성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AI강국이 되기 위해선 AI 대중화를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나라와 다른 경쟁국(중국이나 미국, 일본 등)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있는가.

중국과 일본은 정부 주도로, 미국은 민간 주도로 AI 대중화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발 빠르게 가장 적극적으로 AI교육과 대중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유치원에서부터 초·중·고와 대학 및 직업교육에 이르기까지 AI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 교육부는 2017년 8월에 ‘신세대 인공지능 개발 계획’을 발표했고, 2018년에는 대학에서의 AI혁신을 위한 행동강령을 공지했다. 지난해 5월 유네스코가 개최한 AI교육컨퍼런스에서는 유치원 6권, 초등학교 12권 등 중국 AI교과서 시리즈가 전시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AI교과서가 없는데, 올해 개발돼서 내년에는 보급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일본 정부는 연간 25만명의 AI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가 올해 대통령 1호 업무보고를 하면서 1000명의 AI인재를 양성하겠다고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우리 정부 목표대로라면 우리나라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1000여명을 양성하는 게 목표이고, 일본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100만명을 양성하는 게 목표다. 우리 정부의 담당자는 계획을 수립하면서 외국의 사례를 제대로 검토했는지 의심스럽다. 일본 정부는 전문인력 양성 외에 AI 대중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대학 신입생 60만명 모두에게 AI 기초 교육을 하기로 했다.

미국에서는 대학에서의 AI교육이 가장 체계적으로 잘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AI학과가 신설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대학에서 AI학과 설립이 일찌감치 진행된 바 있다. 자료를 찾아보면 미국 대학의 AI학과 순위는 2016년경부터 몇 개 기관에서 발표되고 있다.

최근에는 MIT 등에서 AI대학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MIT는 지난해 9월 AI대학을 신설했으며, 10억 달러(약 1조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투자 규모에 있어서 국내 대학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우리 정부가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 1호로 야심차게 ‘AI 1등 국가’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는데, 미국·중국·일본하고만 비교해도 AI 1등 국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대로라면 1등이 아니라 10등 안에도 들기 어려워 보인다. 우리 정부는 AI 국가전략을 재검토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수정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

- ‘IT강국에서 AI강국으로’를 슬로건으로 걸고 민간 차원에서 AI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인공지능국민운동본부’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운동본부에선 AI강국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는가.

인공지능국민운동본부는 민간의 자발적인 AI 대중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지난해 10월 10일 공식 출범, 현재 회원은 475명에 이른다. 보통 AI를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운동본부에선 이 같은 생각들을 바꿔주고자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운동본부에 함께하는 다른 공동의장이 AI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강의를 30여회 하는 등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AI강의를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상에서 회원들은 AI에 대한 정보를 활발하게 공유하고 있다. 최근 운동본부는 ‘인공지능(AI) 대중화 10대 전략’도 만들어 확산·보급하고 있다. 다만, 아이디어는 많으나 재원이 전혀 없는 자원봉사로 하다 보니 활동에 한계가 있다. 정부의 지원이 있다면 더 효과적인 일들을 많이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AI강국을 만들기 위해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AI를 얘기하면 ‘나’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 그런데 이미 AI는 우리 주변에 다가와 있다. 대다수의 국민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AI가 들어 있고, 운전하면서 쓰는 내비게이션 등에도 AI가 활용된다. AI가 나하고 상관없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AI와 친한 사람이 될수록 이 경쟁사회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 가끔 스마트폰의 AI 또는 AI스피커와 대화하면서 AI와 친해질 것을 권한다.

“AI를 알기 위해선 AI언어인 ‘파이선(Python)’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내 의견은 다르다. AI개발자는 반드시 파이선을 배워야겠지만, 개발자가 아닌 경우에는 반드시 파이선을 배울 필요가 없다고 본다. 요즘 파이선을 모르고도 AI를 활용할 수 있는 쉬운 ‘툴(tool)’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AI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AI를 비즈니스와 접목하는 ‘사업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AI기술과 사업화 능력 두 가지를 잘 융합하는 AI융합기업, AI융합비즈니스전문가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인데, 모든 국민들이 AI에 관심을 갖고 자신이 하는 일과 사업을 AI와 잘 접목하면 부가가치와 생산성이 향상되고 AI강국이 돼 경제도 좋아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편 문형남 교수는 석·박사 논문 모두를 인공지능에 대해 썼다. 그가 작성한 인공지능을 활용한 박사 논문은 정보통신부가 후원하는 논문공모전에서 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문 교수는 “4차산업혁명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AI융합비즈니스’”라고 주장한다. 그는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AI융합비즈니스전공 석사과정을 개설해 운영중이다. 또한 문 교수는 4차산업혁명 관련 저서를 5권 저술했으며(공저 포함), 4차산업혁명실천연합 공동대표로 봉사하며, 4차산업혁명과 AI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음은 문 교수가 공동대표로 있는 인공지능국민운동본부에서 제시한 AI강국이 되기 위한 ‘AI 대중화 10대 전략’.

1. 일반인 대상 AI교육 제공
2. AI인재발굴 위한 산학협력 연결의 장 마련
3. AI스타트업 위한 코칭·컨설팅·경진대회 진행
4. 유치원 교육에 코딩 도입 등 AI 친화 교육정책 마련
5. 초·중·고·대학 소프트웨어 교육에 AI 포함
6. AI 경험자 정보 공유 통해 더 많은 체험·경험으로 연결
7. AI융합비즈니스 전문가 양성
8. AI기업 적극 육성
9. AI를 지역전략에 활용
10. 다양한 산업이 AI기업과 융합토록 AI 지원 지역거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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