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금권선거’가 공중파에 집중 보도되면서 종교계에 큰 논란이 일었다(위). 한국인 B목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교회에서  6년간 9명의 11~21세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출처: 방송화면 캡쳐)
2011년 4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금권선거’가 공중파에 집중 보도되면서 종교계에 큰 논란이 일었다(위). 한국인 B목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교회에서 6년간 9명의 11~21세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출처: 방송화면 캡쳐)

정교유착 등 태생부터 ‘정치적 목적 DNA’ 내재돼
설립 인사들 전두환 군부세력 찬양하는 데 앞장서
“탄생 배경에 정치공작 개입돼 있다” 폭로되기도
“금권선거, 한국기독교 역사상 가장 추악한 사건”
툭하면 범죄 일삼는 목사들 비윤리적 행태도 눈살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한기총에는 ‘금권선거’ ‘정교유착’ ‘범죄 집단’ 등의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실제 한기총 소속 목회자 상당수가 성범죄, 사기, 횡령 등등 온갖 범죄에 연루돼 있다. 이러한 각종 논란으로 1200만 회원을 자랑하며 한국개신교를 대표하던 한기총의 이미지는 회복 불가 상태로 치닫고 있다.

◆태생부터 정권의 ‘우군’ 자처

4.15 총선을 앞두고 유독 정치권에 기웃거리는 종교단체 한기총. 이러한 한기총의 정치성은 태생부터 예고됐다. 한기총의 창립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980년대 후반 당시 정부는 진보 개신교 교단 협의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견제하기 위한 세력이 필요했다. 이에 정부는 1989년 12월 장로교를 중심으로 보수 교단 협의체인 한기총을 창설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당시 언론을 통해 공개된 제5공화국 문건은 한기총의 설립에 정치적인 외부 입김이 작용했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국정원과거사진실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오충일 목사도 2005년 4월 인터넷언론인 포럼에서 안기부 종교담당 요원이 한기총 창립에 구체적으로 개입했다고 밝혔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가 주최한 제140차 월례포럼에서 남오성 목사(당시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는 “당시 전두환 정권 초기부터 5공화국 세력이 진보적 종교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종교대책반을 운영하고 보수세력의 조직화를 지원했다”며 한기총 탄생 배경에 정치공작이 개입돼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기총을 설립한 인사들은 전두환 군부세력을 찬양하는 데도 앞장섰다. 1980년 8월 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위한 조찬기도회’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성결교 증경총회장 정진경 목사는 “이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직책을 맡아서 사회 구석구석에 존재하는 악을 제거하고 정화할 수 있게 해준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전 위원장을 칭송했다.

이후 당시 조찬기도회에 참석했던 인사들은 대부분 한기총 설립을 견인했다. 한경직 목사가 한기총 최초 대표회장을 맡았고 정진경·조향록 목사 등이 준비위원으로 참여했다. 한기총 창립위원장을 맡았던 한경직 목사는 일제강점기 말기에 일제 천황 신에게 경배하는 신사참배를 하는 등 새로운 권력 앞에는 늘 고개 숙인 인물이다.

이처럼 한기총은 출발부터 정치와 ‘공생관계’를 맺고 있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는 이들을 옹호하며 우리 사회의 기득권 세력으로 보폭을 넓혀왔다.

현 정부가 들어선 후로는 오히려 정권 전복을 시도하는 정반대의 상황을 벌이고 있다.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란 보수단체를 만든 전광훈 대표회장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함께 ‘자유통일당’을 창당하는 등 노골적인 정치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매년 ‘금권선거’ 한기총 물신숭배하나

“(한기총) 임원선거 직전에 ‘나는 3억을 내겠소, 아니오 나는 10억이오’ 했던 사안은 한국기독교 100년 역사 속에서 가장 추악하고 서글픈 사건이다.” -2008년 4월 24일 조효근 목사-

한기총 몰락의 대표적인 배경으로는 금권선거가 꼽힌다. 금권선거 문제는 제17대 대표회장이었던 길자연 목사 때 최고조에 달했다. 길 목사와 대립하던 이광선 목사의 폭로로 논란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수백에서 수천만원이 든 돈 봉투가 오갔다는 증언은 계속해서 속출했다. 당시 SBS 시사 프로그램 현장 21에서는 ‘한기총 돈 선거 10당 5락의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한기총의 금권선거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14대·15대 대표회장이었던 엄신형 목사는 투표에 앞서 자신이 대표회장으로 당선되면 한기총 계좌로 10억을 입금하겠다고 공약했고, 결국 당선됐다.

이후에도 금권 선거 논란은 21대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때도 발생했다. 제24대 대표회장 선거와 관련해서는 전광훈 목사가 수천만원대 금품수수 의혹을 폭로하면서 또다시 금권선거 논란이 일었다.

심지어 일부 신학교에서 암암리에 목사 안수증까지 사고판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2012년 1월 MBC 뉴스데스크는 ‘무인가 신학교 난립… 돈만 내면 목사’라는 제목으로 한국교회 내 성행하는 성직매매 학력세탁 실태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내 무인가 신학교가 무려 400여곳, 매년 1만명에 가까운 무자격 목사가 배출되고 있었다.

교계의 대표적인 비리로 꼽히는 성직매매나 학위 장사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현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도 목사안수 허위 의혹을 받는다. 개신교 시민단체인 평화나무는 “전광훈씨가 발급받은 목사안수증명서를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전씨의 목사안수증명서에는 일련번호, 안수위원 등 증명서에 꼭 기재돼야 할 사항이 빠져있다”면서 전 목사가 발급받은 목사안수증이 가짜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천지일보 2020.1.30
ⓒ천지일보 2020.1.30

◆목사 유죄판결 10년간 1만 2천 건

한기총 몰락의 배경에는 역대 대표회장들을 비롯한 목회자들의 비윤리적 행태도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기독교 한 교회가 공개한 한국기독교 목회자 범죄 통계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유죄판결을 받은 전국 목사의 범죄는 1만 2000건이다. 전국 목회자가 6만여명인 것을 고려하면 목회자 중 무려 20%가 범죄자라는 얘기다.

서울‧경기권만해도 7000건에 달한다. 지난 2015년부터 2018년 7월까지 3년 7개월 동안 유죄판결을 받은 서울‧경기지역 목사들은 도합 531명이다. 죄명별 분포를 보면 전체 범죄 중 사기가 18%(97명)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주거침입(68명), 성범죄(32명), 상해(31명), 명예훼손(29명), 폭행(28명), 횡령(26명), 교통사고(20명), 문서위조(20명), 업무방해(18명), 무고(11명)였다. 공무집행방해와 건축법위반, 위증, 공직선거법위반, 모욕도 상당했다. 살인 등 기타 죄목도 112명이나 됐다.

일례로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설립한 조용기 목사는 2002년 장남인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이 갖고 있던 아이서비스 주식 25만주를 적정가(주당 2만 4000원)보다 4배 가까이 비싸게 사들이도록 지시해 여의도순복음교회에 131억여원의 손해를 입혔다. 장남 조 전 회장도 배임 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3월 경기 부천 자택에서 40대 A목사는 중학생 딸을 7시간 동안 때려 숨지게 한 후 시신을 방치해 징역 20년형을 선고 받았다. 여중생은 미라에 가까운 백골 상태로 1년 후에야 집에서 발견됐다.

2016년 10월 긴급 체포된 60대 한국인 B목사는 캄보디아에서 만난 12세 현지 소녀를 상대로 성폭행을 저질렀다. 같은 수법으로 당한 소녀는 무려 9명이나 됐다. 박 목사는 징역 14년에 7만 달러 손해배상 명령을 선고받았다.

2015년 11월 동료 C목사를 칼로 찔러 구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전 총무 D목사는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5년을 확정받았다. 교인들이 목사를 대상으로 고소·고발을 자제하는 분위기를 생각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범죄 목회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치활동, 재정비리, 성폭력 사건 등이 발생해도 무감각한 한국교회는 이제 종교적 신념을 넘어서 보다 객관적인 시선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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