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연구소장 

미국 NBA 스타출신 코비 브라이언트가 자신의 딸 지안나와 함께 세상을 떠났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헬리콥터 추락사고 때문이었다. 그의 부음은 전광석화같이 전 세계로 알려졌다. TV 영상은 추락사고 현장을 생생하게 전해주었고, 신문과 인터넷 언론은 자세한 부고 기사를 띄웠다. 그가 죽었다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서 경악과 공포를 전 세계인들에게 던져주었다.

비록 태평양을 건너 이역만리에서 벌어진 사고사였지만 마치 한 가족이나 친한 친구가 죽은 것처럼 비통하고 비장한 분위기를 보였던 것이다. 미국 본토는 그를 추모하기 위해 꽃을 바치는 팬들이 많았고, 미국 밖에서도 깊이 애도하는 모습들이었다.

브라이언트의 죽음은 그가 한창인 40대의 나이인데다 NBA에서 은퇴한 지가 몇 년 밖에 되지 않아 충격파가 더욱 컸다. 농구팬들의 기억에 그는 아직 스타플레이어로서의 모습으로 생생히 자리잡고 있다. 그는 20시즌 연속(1996~2016) 노란 LA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서 최정상급 실력을 보여준 NBA 레전드 스타였다. 마이클 조단과 함께 현재의 NBA 인기를 이끈 주인공이었던 그는 뜻하지 않은 사고로 생을 마감함으로써 팬들에게 더욱 안타까움을 던져주었던 것이다.

브라이언트와 같은 스포츠 스타의 죽음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자주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쉽게 볼 수 있지도 않다. 헬리콥터 추락사고와 같은 것은 거의 현실에서는 일어나기가 어렵다. 항공사고와 같은 돌연사는 보통 일반인들에게는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이 현대는 많은 위험으로 노출된 ‘위험사회’로 규정을 했지만 실제적으로 브라이언트에 비견되는 톱스타가 갑자기 죽음을 맞는 것은 영화나 소설에서나 볼 법한 일이다. 사실 브라이언트의 죽음에 대해 그를 직접 보지 못한 대부분의 팬들이 마치 자기의 일인냥 슬퍼할 일은 아니다. 브라이언트는 농구선수로써 성공을 위해 피, 땀, 눈물을 코트에 쏟으며 전력을 다했고, 팬들은 기꺼이 그의 플레이를 보며 환호하고 좋아했을 뿐이다. 만약 농구가 아니었다면 브라이언트와 팬들은 서로 연결될 수 있는 끈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팬들은 브라이언트를 위해 슬퍼했고, 그의 부재를 안타까워했다. 평생 한 번 직접 보지도 않고 대면한 적도 없지만 스타들의 일거수일투족은 팬들의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왜 그럴까.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현대인들, 특히 스포츠팬들에게 스타는 우상이다. 팬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들을 통해 마치 자기와 동일시하는 강한 욕구를 충족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기를 실제 이상으로 나타내려는 욕구를 스타를 통해 표현하는 심리적인 만족감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NBA에서 브라이언트를 비롯해 르브론 제임스 등 많은 스타들이 팬들의 사랑을 받은 것은 이러한 자기 현시욕구를 표현하려는 팬들의 경향성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팬들이 스타의 죽음을 접하고 슬퍼하는 것은 제 각기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평소 마음속으로 좋아하는 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처럼 마음속에 우상으로 자리잡은 스타의 부재는 슬퍼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그건 팬들의 잘못이 아니다. 이미 스타들을 부정하고 거역하기에는 힘들 정도로 팬과 스타는 같은 스포츠 세계에서 교감하고 소통하는 세상이다.

영상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미국 NBA 스타 브라이언트이지만 마음 속 조문을 해야만 마땅한 일이라는 것을 팬들은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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