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교수

우리나라 헌법을 보면 여성의 권익과 관련해 특별한 규정들이 있다. 우선 헌법 제11조 제1항을 보면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즉 여성이란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헌법은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회적 기본권에서는 여러 군데에서 여성에 관한 규정들이 있다. 헌법 제32조 제4항에는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아야 하는데, 특히 고용·임금 및 근로조건에서 부당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헌법 제34조 제3항에서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해 국가가 노력해야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물론 이외에도 헌법 제36조 제1항에서는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양성의 평등을 언급하고, 제2항에서는 모성보호를 위한 국가의 노력을 규정해 여성에 대한 보호는 국가의 의무라고 헌법은 말하고 있다.

이렇게 헌법은 여러 규정을 통해 여성의 권익보호를 국가에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 제34조 제3항은 여성의 권익보호와 함께 여성의 복지도 보장해 줄 것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서 말하는 여성의 복지는 전후의 여러 조항을 볼 때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넘어서 그 이상의 보장을 의미하는 것이라 보아야 한다.

그리고 헌법 제34조 제3항의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은 국가와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실질적인 남녀평등의 실현을 국가에 요청하고, 국가는 이를 실현해야 할 과제로 받아들여 노력하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가는 현실에서 남녀평등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

헌법 제34조 제3항이 여성에게 복지와 권익 향상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역사적으로 차별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즉 역사적으로 남녀차별을 통해 불이익을 받았기 때문에 이를 보상하기 위한 것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차원이란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는 평등권의 영역에서 형성된 적극적인 평등실현조치와 관련이 있다. 이 이론은 미국에서 형성됐는데, 오랫동안 사회적 차별을 받는 특정 집단의 불이익을 보상하기 위해 취업이나 입학 등의 영역에서 여러 이익을 부여해 평등을 실현하려는 것이다. 적극적인 평등실현조치는 항구적인 것이 아니라 목적이 실현되면 종료시키는 잠정적인 조치이다.

헌법재판소는 여성 공무원 채용목표제를 적극적인 평등실현조치로 간주하면서 잠정적인 우대조치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제도라고 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잠정적인 우대조치의 특징에 대해 개인의 자격이나 실적보다는 집단의 일원이라는 것을 근거로 혜택을 준다는 것, 기회의 평등보다는 결과의 평등을 추구한다는 점, 항구적인 정책이 아니라 구제목적이 실현되면 종료하는 임시적 조치라는 점을 들고 있다.

즉 적극적인 평등실현조치는 그 목적이 실현되면 조치를 종료시키는 한시적인 조치이다. 그렇지만 남녀평등을 실현하기 위하여 여성에게 일정한 할당 비율을 부여한다고 해도 공직에 있어서 승진을 우대하는 경우에는 직업공무원제도의 본질인 능력주의에 부합되지 않기 때문에 위헌이다.

그런 점에서 헌법 제34조 제3항의 여성의 복지와 권익 향상은 국가가 이의 실현을 위해 무조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에 있어서 성별에 의한 불이익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국가는 실질적으로 여성복지와 권익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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