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다. 중국 안의 확진자가 77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가 170명에 이르렀다. 다른 나라는 확진자가 몇 명에 머물고 있지만 언제 전 세계로 퍼지고 또 우리나라도 창궐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한국도 이미 여섯 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예전에 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 대응하고 있는 게 최선이다’하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마음을 느슨하게 먹는 사이 언제 어디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게 될지 알 수 없다.

신종 코로나는 6~8개월 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우울한 뉴스가 전해지고 있다.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대처해야 할 문제라는 뜻이다. 그때그때 땜질식 대응을 하면 문제를 키우게 되고 많은 사람이 희생될 수 있다.

정부는 중국의 우한 참사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모든 새로운 감염증에 대비할 수 있는 대응책이 미리 마련돼야 한다. 문제가 터지고 대응하려하면 사태는 일파만파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사스 참사, 메르스 참사를 겪었지만 그 사이 별로 변한 게 없다. 신종 코로나 감염 사태가 중국에서 나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났다면 어떻게 대응했을까 생각해 보면 앞이 캄캄하다.

잠복기가 끝날 때까지 우한 교민이 대기할 곳으로 천안을 잡았다가 아산 진천으로 번복하는 사이 많은 혼선이 야기되고 아산 진천 주민들이 힘으로 저지하는 사태까지 이른 것은 큰 시행착오다. 정부는 귀국 규모가 700명으로 늘어나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지만 처음부터 넉넉한 곳을 장소로 선택해야 했다. 처음 700명 규모에 맞추어 장소를 정했다고 가정 하더라고 제2 제3의 장소가 더 지정될 수 있다는 점도 말해야 한다. 지금도 그 가능성을 알려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잠복기 동안 머물 수 있는 국가 ‘격리시설’조차 없는 상황이다. 격리 장소로 천안에 있는 공무원연수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으로 정하려다가 아산, 진천의 공무원 인재개발원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여러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아산 진천 주민을 비판하기 전에 격리용 국가 시설을 마련하지 못한 점을 먼저 돌아보아야 한다. 만약 우한 교민이 잘 갖추어진 국가 격리시설로 올 수 있다면 시설 주변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메르스 사태 때의 교훈을 새겼다면 병원균이 잠복했을 수도 있는 기간 동안 머물 수 있는 격리시설을 확보했을 것이다. 감염 우려가 있는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시설을 지금이라도 마련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이 시점에도 이 문제가 공론화되지 않는 건 놀라운 일이다.

일부 야당 인사는 가짜 뉴스에 편승해서 불안감을 부추기고 중국인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 민경욱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세금 한 푼 안 낸 중국인들이 지금 폐렴 무상 치료를 받기 위해 폐렴 발병 사실을 숨기고 국내에 입국한다고 한다. 그런데 생활비에 유급휴가비, 치료비 다 내준다고? 무보험에 보험료 한 푼 안 낸 사람을 병원 치료받게 하고 보험 처리해주는 것과 뭐가 다른가” 하고 물었다. 우선 매우 중대한 사실을 전하면서 구체적인 출처는 대지 않고 있다. 남의 말을 인용하는 방식을 통해 공포 심리와 중국인 혐오를 조장하고 정부 때리기를 통해 반사이익을 얻고자 하고 있다.

실제로 ‘폐렴 무상 치료를 받기 위해 폐렴 발병 사실을 숨기고 입국’한 중국인이 한 두 사람 있다고 하더라도 국회의원이 공개적으로 언급할 내용은 못된다. 폐렴이 발병한 사람이 입국했다면 신속히 치료해서 그 사람을 살려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할 때 우리나라 국민도 안전해진다.

차이나타운인 서울 대림동에 사는 중국 동포에게는 일자리도 안 준다고 한다. 한 동포는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한번 가보지 않았는데도 병균을 옮길 것 같다고 경계하는 눈길 때문에 마음이 상한다고 한다.

어떤 식당은 ‘중국인 사절’이라 써 붙였다고 한다.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닌가. 역지사지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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