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울산시장 선거개입 혐의
“檢, 신중·절제해 권한 행사해야”
“개입 입증할 수 있나” 반문
“국민신뢰 아프게 돌아보라”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2018년 6.13 지방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임종석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이 30일 검찰에 출석해 “이번 사건이 분명한 목적을 갖고 기획됐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선거개입 의혹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이날 오전 10시쯤 서울중앙지검 앞에 모습을 드러낸 임 전 실장은 작정한 듯 검찰을 향해 포화를 날렸다.
임 전 실장은 “저는 과거에도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피해를 입었다. 무죄를 받기까지 3년 가까이 말하기 힘든 고통을 당했다”며 “검찰은 업무 특성상 한 사람의 인생 전부와 가족의 삶을 뿌리 채 뒤흔드는 일을 한다. 그렇기에 검찰은 그 어떤 기관보다 신중하고 절제력 있게, 남용함 없이 그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처럼 하고 싶은 만큼 전방위 압수수색하고, 부르고 싶은 만큼 몇 명이든 불러 사건을 구성하고, 법조문 구석구석 들이대며 몇 명이든 누구든 기소할 수 있겠지만 그건 아니지 않나”며 “이번 사건은 작년 12월 윤석열 검찰총장 지시로 울산지검이 덮어뒀던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이첩할 때 분명한 목적을 갖고 기획됐다 확신한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기획이 그럴 듯해도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바꾸진 못한다”며 “정말 제가 울산지방선거에 개입했다고 입증할 수 있나”고 검찰에 반문했다.
임 전 실장은 “입증 못한다면 누구보다 반성하고, 사과하고 책임질 것인가”라며 “우리 검찰이 반듯하고 단정했으면 좋겠다. 내가 ‘제일 세다’ ‘누구든 영장 치고 기소할 수 있다’ 제발 그러지 말고, 왜 손에서 물 빠져 나가듯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가 사라지는지 아프게 돌아보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모든 권력기관은 오직 국민 위해서만 필요하다. 국민 신뢰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재진은 ‘송철호 울산시장을 지원했는지’ 등을 물었으나 임 전 실장은 “구체적인 질문은 조사 후에 필요하면 답변 드리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임 전 실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다고 알렸다. 임 전 실장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일부 검사들이 무리하게 밀어붙인 이번 사건은 수사가 아니라 정치에 가깝다”며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쫓은 것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갖고 기획을 해서 짜 맞추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검찰은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와 경찰청 등을 서슴없이 압수수색하고 20명이 넘는 청와대 직원들을 집요하게 소환했다”며 “과연 무엇이 나오는지 국민과 함께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임 전 실장이 2018년 6월 당시 지방선거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송철호(71) 현 울산 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개입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검찰은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수첩에서 ‘VIP가 직접 후보 출마 요청하는 것을 면목 없어 해 비서실장이 요청한다’는 취지의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경제부시장은 송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참모 역할을 했다.
임 전 실장은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송 시장 외에도 다른 예비 후보가 두 명이 더 있었지만 경선 없이 송 시장이 단수 공천된 과정에 연루됐다는 의심이다.
검찰은 전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송 시장을 비롯해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한병도 전 정무수석 등 청와대 관계자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전‧현직 청와대 인사들이 당선을 돕기 위해 개입한 여러 정황에서 임 전 실장의 지시 또는 관여가 있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지난 29일 청와대 하명수사와 선거개입 의혹 등을 수사하며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한병도(53)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청와대 관계자 5명을 기소했다. 송 시장과 송 전 부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 8명도 재판에 넘겼다.
임 전 실장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나머지 피의자들에 대해선 4월 총선에 끼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 이후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