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종교계를 감시하는 시민단체 종교투명성센터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문화살롱 기룬에서 ‘종교문화시설의 현주소’라는 주제로 종교와재정 좌담회를 열고 있다. 좌담회는 종교 편향으로 논란이 일었던 서소문역사공원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천지일보 2020.1.29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종교계를 감시하는 시민단체 종교투명성센터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문화살롱 기룬에서 ‘종교문화시설의 현주소’라는 주제로 종교와재정 좌담회를 열고 있다. 좌담회는 종교 편향으로 논란이 일었던 서소문역사공원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천지일보 2020.1.29

천주교 비롯 각계각층, 전시 운용 지적
“천도교에서도 큰 비중 차지하는 공간
성지화 아닌 역사공원으로 탈바꿈해야”
희생자 공간에 쇼핑 공간 철폐도 요구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종교 편향으로 논란이 일었던 서소문역사공원을 두고 특정 종교의 사유화는 안 된다며 국민의 역사적 공원으로 재설계 시공돼야 한다는 요구가 또다시 터져 나왔다. 서소문역사공원은 그간 천주교의 순교성지 조성사업이란 이유로 타종교와 시민사회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사업 중단 위기에 놓였던 사업은 재개 3년 4개월 만에 지난해 6월 완공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종교 편향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종교계를 감시하는 시민단체 종교투명성센터는 29일 서울 중구 문화살롱 기룬에서 ‘종교문화시설의 현주소- 서소문역사공원의 경우’라는 주제로 2020년 종교와재정 좌담회를 진행했다. 좌담회는 천주교를 비롯한 각계각층 발제자들이 나와 서소문역사공원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점을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주제발표에 나선 종교투명성센터 김집중 사무총장은 종교문화시설 국고지원현황을 설명하면서 서소문공원의 전시 운용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서소문역사공원 전시 운용의 세부내용을 보면 사실상 특정 종파의 장기독점을 염두에 둔 장치들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며 “몇몇 신자들의 유해를 아예 지하에 모신 것과 천주교만을 위한 경당을 갖추고 그곳에 종교의식만을 전담하는 사제를 배치하고 있어 종교시설로서의 물적, 인적 요건을 다 갖추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김 사무총장은 “근본적으로 구청이 시설운영권을 가져와 직접 운영하고 종교적, 사상적, 역사적 다양성의 견지에서 내용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며 “특정 종교만의 배타적 공간이 아닌 다양한 종교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길순 명지대학교 교수는 ‘서소문공원 성지화과정’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채 교수는 “국가 공공기관에서 특정 종교 지원 사업을 할 수 없는데도 특정 종교 유적지 사업을 진행했다. 이름만 ‘서소문역사공원’으로 붙이고 내부 시설은 ‘서소문순교성지박물관’이 됐다”고 개탄하며 “해당 공원은 명실상부한 조선시대 역사 희생자 추모 시설로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족종교협의회 이찬구 이사도 “서소문역사공원은 천주교와 천도교, 우리 역사를 모두 아우르는 경천애인의 민족역사공원이 돼야 한다”고 채 교수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천주교와 마찬가지로 서소문은 천도교에도 중요한 성지다. 실제로 동학 농민운동의 지도자인 전봉준이 1894년 이곳에서 교수형을 당했으며, 2대 교주 최시형은 1898년 서소문 감옥에서 재판을 받은 뒤 순교했고, 동학 농민군의 3대 지도자 김개남은 전주에서 참형된 뒤 머리만 압송돼 이곳에서 효수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성강현 동의대학교 교수는 “동학의 관점에서 본 서소문은 동학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역사적 공간”이라며 “서소문역사공원은 천주교가 독점할 역사적 공간이 아니라 조선시대 동학을 포함한 사회 개혁적, 역사적 공간으로 재탄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강제 철거된 윤관 동상 복원 ▲천주교 현양탑 철거 ▲공동추모탑 건립 ▲특정 종교 미사 공간 전면 철폐 ▲희생자 공간에 상업 시설인 쇼핑 공간 철폐 등을 촉구했다.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김유철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문화살롱 기룬에서 열린 ‘종교문화시설의 현주소 좌담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좌담회는 종교 편향으로 논란이 일었던 서소문역사공원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천지일보 2020.1.29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김유철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문화살롱 기룬에서 열린 ‘종교문화시설의 현주소 좌담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좌담회는 종교 편향으로 논란이 일었던 서소문역사공원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천지일보 2020.1.29

한편 2011년 7월 천주교서울대교구에서는 200여년 전 서소문에서 황사영 등 천주교 신자들이 순교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국유지인 서소문역사공원에 순교성지 조성을 제안했다. 이에 정부와 서울시, 중구청은 ‘서소문밖 역사유적지 관광자원화’라는 명목으로 사업부지가 21.363㎡에 이르는 사업을 진행케 했다. 사업에는 국·시·구비 등 총 596억원이 투입됐다.

조성 전부터 천주교 편향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서소문역사공원사업은 서울시 중구의회가 지난 2017년 감사를 통해 ‘특정 종교에 편향되지 않는 공간으로 조성할 것, 특정 종교에 운영위탁을 지양하고 전문기관이나 단체에 위탁 관리할 것’을 제안했고 이를 승인해 그해 12월 사업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종교 편향 시비는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채로 계속되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